Profile / 1963년 경기고등학교 졸/ 196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 1967년 1월~1973년 11월 한국비료공업/ 1975년 4월~1983년 5월 삼성전자공업/ 1983년 5월~1985년 2월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1985년 2월~1986년 2월 삼성전자 마케팅실장/ 1987년 1월~1990년 1월 삼성전기 상무이사, 기술본부장, 종합연구소장/ 1993년 11월~1995년 11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1998년 1월~1998년 12월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1999년 1월~2004년 1월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2004년 1월~2005년 1월 삼성인력개발원 원장/ 2004년 세종대 명예기술경영학 박사/ 2008년 1월~현재 (주)농심 대표이사 회장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경제위기의 진행 방향에 멈춰져 있다. 이 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을지에 오감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손욱 회장. 그는 지금 농심 회장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경영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한국의 잭 웰치’, ‘최고의 테크노 CEO’, ‘6시그마 전도사’라는 닉네임을 서슴지 않고 붙인다. 그런 만큼 그는 소리 없이 엄습한 경제위기를 돌파할 지혜와 화두를 자주 던진다.

그는 최고경영자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냄새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경영 현장에서는 전사(戰士)나 다름없다.

전쟁터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실을 설치하고 군대에서 하는 CPX훈련을 기업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는 위기관리 총사령관을 자처한다. 이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까?

독서다. 한국의 CEO 중에서 독자를 가장 많이하는 경영자로 뽑히기도 했다. “마음먹으면 성공할 때까지 집요하게 시도한다”는 명구를 가슴속에 담고 다니는 손 회장.

“책 속에서 책의 부름을 듣고 응해 보라. 그러면 길이 열린다”는 습관을 가진 손 회장과의 대담은 그래서 이루어졌다.

손 회장은 삼성그룹의 평사원부터 시작해 삼성인재개발원장, 삼성SDI 사장 등을 거쳤다.

그가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몸담았던 삼성을 떠나 농심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국내 식품업계는 경기침체와 원재료 가격상승 등으로 매서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또 취임 두 달 만에 이물질 사고로 인해 혹독한 시련까지 치렀다. 그는 늘 위기 가운데 기회가 있다는 말을 한다.

농심을 식품업계의 삼성전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후 분초를 다투며 현장을 누비고 있는 손욱 회장. 그는 대담 도중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등 선배들의 경영철학을 자주 언급했다.


Q.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서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할지 손 회장께서는 지혜를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전쟁터에 나가 싸움에 열중해야 할 장수가 왜 틈만 나면 병서(兵書)를 들추겠습니까? 거기에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갈 전략과 전술의 기초가 있기 때문이죠.

기초가 튼튼해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경영여건 돌파법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런 때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단단히 익혀두는 일에 몰두하곤 합니다.

부하 성공하게 하면 상사도 성공
고객이 꿈 이뤄야 기업도 살아
농심 DNA는 ‘찾고 또 찾게’하는 것

Q. 손 회장께선 삼성에서 청춘을 바쳤고 그곳에서 잘나가는 CEO였습니다. 어느 누구 못지않게 삼성을 잘 아는 분이지요.

고 이병철 회장은 같은 시기, 같이 출발한 다른 기업인보다 큰 기업을 일구었습니다. 지금의 삼성이 있게 한 DNA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은 파고, 파고, 또 파고 들어가는 성격이지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앞으로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류 경영자들을 들여다보면 이런 공통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나, 그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 모두 그런 DNA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사소한 문제라도 근본을 따진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경영자이건 일반 직원이건 “왜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거기에서 답을 찾아내는 DNA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님이 주재하는 회의는 항상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가 주재하는 회의는 “이야기해 봐라”로 시작됩니다.

이 말 외엔 회의 내내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보고하는 사람은 회의가 예고되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요하고 완벽하게 문제에 접근하는 그에게 잘못 걸리면 사표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문제이든 간에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잠재된 문제는 없는지, 그래서 ‘이렇게 추진하겠다’는 결론까지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가 끝나면 그의 질문은 “그것만 하면 다 되느냐”입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오늘날의 CEO들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CEO의 가치관과 열정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위기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당장의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이 나라가 잘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항상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에버랜드의 설립 과정이 그렇지요.

그는 75%가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서 산을 어떻게 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이 나서 이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에버랜드는 산골짜기 외진 곳이 아니었습니까? 그는 400만평이 넘는 그곳에 과실수를 심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보려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에버랜드의 전신은 자연농원입니다. 그때 여기에는 기업형 양돈장이 있었습니다. 환경오염이라는 벽에 부딪히지 않고 그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됐더라면 지금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처럼 육가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됐을 것입니다.


Q. 돈을 벌면서도 사업보국, 국가와 민족이 잘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던 것습니다. 다소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뜻이 그만큼 중요하지요. 목표를 세우고 혼을 바치는 의지는 그래서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업 초기 연수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교육생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모습을 본 고 이병철 회장은 ‘교육생이 이러면 삼성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기강, 정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삼성정신이 그때 구체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사업 스타일을 들여다보면 한국 최초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예를 들어 책임경영을 한다, 싱크탱크를 만든다는 등 이런 것들이 모두 한 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뤄졌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한번 마음을 정하면 초지일관 끝까지 간다는 마음가짐이 남달랐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이 같은 측면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 회장은 믿고 맡겼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면에서는 현대가 더 잘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이건 당신의 책임이야” 하고 맡기고 거기서 성과를 내면 더 큰 덩어리를 맡기는 등 확고한 성과지향적 매니지먼트를 근간으로 해서 현대그룹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혼을 바쳤지요. 포스코에 가보면 ‘魂’이라 글을 새겨 모든 직원들이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 비결이 그것이 아닐까요?

Q. 농심 회장께 삼성 얘기를 자꾸 한다는 게 이상합니다만 기본을 충실하게 하는 것, 목표를 1등에 맞춘다는 것, 혼을 바쳐 일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농심과 삼성은 기초체력이 다를 텐데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철학 가운데 하나가 기본을 확실하게 갖추고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의 냉장고나 TV가 일류가 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가장 핵심적인, 즉 심장이 되는 부분을 제대로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성공의 근간이 되는 부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한다고 하는 사람한테 맡겨 성공할 때까지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회장이 의복의 국산화를 추진해 제일모직을 설립했을 1950년대, 자금도 넉넉지 않아 당시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점인데도 인재들을 뽑아 호주로 유학을 보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인재들을 호주에 보내 양모를 어떻게 선별하는지에 대해 배워오게 하고 또 독일로도 보내 직물 가공기술에 대해 배우게 했습니다.

즉 인재를 파견해 올바른 선진기술을 배워오게 하고 설비도 최고만을 갖추게 하는 등 이 회장은 성공의 요체, 즉 석세스 팩터(Success Factor)를 확실하게 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초창기부터 제일주의, 완벽주의를 밀고 나갔던 것이죠.

Q. 이젠 농심을 이끌어가는 사령탑에 올라앉았습니다. 삼성과 농심의 문화는 차이가 크지 않을까요? 여건과 체력이 다른 농심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DNA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취임 직후 전자업계의 삼성전자 같은 농심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던데요. 농심만의 DNA가 기대됩니다.
저도 지금까지 배운 것들은 다 삼성식입니다. 오늘의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에 이건희 회장의 변화 리더십이 플러스 알파가 됐습니다. 혁신과 도전으로 변화를 이룬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됐습니다.

농심문화는 어찌 보면 심플합니다. 예컨대 농심 오너인 신춘호 회장의 역량은 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은 몰입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는 분입니다.

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길게는 3년가량을 그 하나에만 매달리는 것입니다. 몇 분 얘기하다 보면 다시 연구 얘기로 돌아가고 대화의 90% 이상이 소비자 입맛에 맞추는 제품개발 얘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처럼 농심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잡념을 배제하고 몰입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신 회장을 비롯한 농심의 강점이죠.

Q. 개발 부문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은 물론, 마케팅에서 약해진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 회장도 그렇게 판단하고 손 회장을 CEO로 모셔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신 회장은 제품 개발에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도 본인처럼 다 일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개발 부문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끌어가는 데 열정적입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면 마케팅 등 나머지 부분들도 최고가 될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 한 가지 분야에서의 최고로는 부족합니다. 업무 프로세스가 수직관계보다 수평관계가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상호간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분야의 변화 요구를 받아들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입니다.

농심이 한 분야에서 깊이가 있지만 그동안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부분이 다소 약했습니다. 예전에는 위에서 지시를 하달하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병렬식으로도 연결할 줄 아는 T자형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때입니다.

Q. 조직의 역량이 골고루 다 잘하는 식이 되면 성장속도는 그만큼 빨라지게 됩니다. 제조 부문이 일류이면 마케팅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이겠지요.
하나의 통나무를 가지고 용기를 만들려면 높이가 다 똑같아야 합니다. 물은 낮은 부분부터 채워집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분야만 보면 옆에서 문제가 생겨도 저것은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럴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농심에는 도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교육체계를 만드는 사람을 도연사로 부릅니다. 외부에서 초빙된 도연사들은 초일류기업에 필요한 기본체질을 다듬고 있습니다.

마케팅, 개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같이 문제를 풀게 하는 과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를 크로스 컨설팅이라 하던가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이라 이 같은 저의 해법이 매우 빠른 속도로 흡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 능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식품에 이물질이 나오거나 예기치 않은 소비자 고발이 있을 경우 특히 그렇지요. 이럴 때 회사 전체가 마비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농심에 와 위기관리팀을 만드는 게 우선순위 1번이었습니다. 제 방 바로 옆에 상황실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이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불시에 종합상황 훈련도 해봤습니다. 군에서 하는 CPX훈련과 다름없는 것이었습니다. 사전에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소비자를 공장에 몰래 침투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훈련입니다.

처음했던 훈련이지만 성과가 좋았습니다.
과거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사장실로 보고하고 다시 지시를 받아 해결했지요. 그러나 이 훈련을 해보니 해당 부서에서 해결하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전담요원들은 2시간 내에 출동하게 돼 있습니다. 전담요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종합상황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자동차 안에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팀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본사의 공장, 각부서, 경영진 등과 바로 연결, 화상으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농심을 찾아와 벤치마킹할 정도입니다.

Q. 기업의 운명은 결국 고객이 쥐고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에 이처럼 민감하게, 그리고 빨리 대응해 주면 자연스럽게 고객친화형 기업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농심이 다른 회사보다 뛰어난 것은 조직문화입니다. 그것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초기에 혼란이 있었지만 이처럼 위기관리 능력이 빨리 정착된 것은 이런 조직문화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00% 완전무결할 때까지’ 농심이 최첨단 식품안전시설을 앞세워 반도체공장 수준의 정교함에 도전하고 있다.

손욱 농심 회장(오른쪽)이 농심 본사 도연관에 위치한 R&D센터에서 농심 제품을 가리키며 본지 권대우 회장에게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드시 밀물 밀려온다.
그날 바다로 가리라.”
강철왕 카네기가 삼은 신조
우리가 가져야 할 정신자세

Q. 지난해 말 송년사에서 ‘카네기의 나룻배’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회·경제·정치 등 종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데 국민들에게 나룻배 식의 조언을 한 수 전수해 주십시오.
(지난해 송년사 때 손 회장은 강철왕 카네기와 그가 애지중지했다는 나룻배 그림을 보여줬다.

카네기는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중 한 노인의 집에서 나룻배 그림을 보고 평생의 신조를 갖게 됐다고 한다.

초라한 나룻배 한 척과 낡은 노가 썰물에 밀려 흰 백사장에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는 그림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반드시 밀물이 밀려온다, 그날 나는 바다로 가리라.”)

누구나 다 꿈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기를 꿈꾸느냐는 질문을 해보면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집단 이기주의와 지역 이기주의로 갈등하는데 여기에 대한 갈등 원인은 나부터 잘돼야 되겠다는 사고방식에 있습니다. 내 꿈만 이루려고 하다 보니 남의 꿈을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존경받으려면 먼저 남을 존경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꿈을 이루려면 남의 꿈을 먼저 이루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만 잘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될 일도 안 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기업도 결국 고객들의 꿈을 이루게 해줘야 기업의 꿈을 이룰 수가 있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부하직원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면 상사의 꿈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상사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면 성공하는 부하직원도 나오게 되지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입니다. 위기 때 일수록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종(主從)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主’ 자는 등잔이 접시 위에서 불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從’ 자는 사람이 사람의 뒤를 따르는 모양새입니다.

남의 말을 듣고 남을 쫓아간다는 뜻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불평 없이 스스로 책임을 지며 뜻을 이루어갑니다.

‘從’ 의식을 가진 사람은 항상 불평, 불만으로 자기뿐 아니라 주위를 해롭게 합니다. 모두가 변화의 주인이 될 때 기업도, 국가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정리=아시아경제신문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사진=아시아경제신문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