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최대 축제인 제 10회 ‘디지털케이블TV쇼’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열려 케이블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를 빌어 케이블업계는 스마트 서비스를 통해 ‘리얼 디지털(Real Digital)’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3조원의 추가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도 당부했다.

‘디지털케이블TV쇼’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회장 양휘부)가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올해 ‘셰어드 디지털, 셰어드 라이프(Shared Digital, Shared Life)’를 주제로 전문가 컨퍼런스, 신기술 전시, 시청자 이벤트 등이 펼쳐졌다. 양휘부 회장은 “2012 디지털케이블TV쇼는 시청자를 위한 진정한 디지털전환,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열어가야 할 스마트시대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키워드는 ‘스마트’와 ‘N스크린’
ICC제주 2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스마트케이블, N스크린, 이동통신서비스 등 케이블TV의 미래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품·기술·서비스들이 전시됐다. 특히 전시장내 ‘케이블TV 미래관’에서는 주요 케이블사업자들이 케이블 네트워크 기반의 차세대 서비스를 전시했다. 티빙(CJ헬로비전), 에브리온TV(현대HCN), 티브로드앱(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계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N스크린 서비스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현대HCN은 개막에 앞서 판도라TV와 함께 ‘에브리온TV’를 공식 런칭했다.

케이블방송사들이 상용화에 돌입한 스마트 셋톱박스는 일반TV와 연결, 웹서핑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케 한다. 케이블이 제공하는 스마트서비스는 TV종류와 상관없이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되며, 사업자가 자체 보유한 방송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망 사용관련 분쟁없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케이블 서비스와 함께 음성이나 모션을 인식하는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리모콘도 함께 선보였다.

아울러 CJ헬로비전의 ‘헬로 모바일’, 한국케이블텔레콤의 ‘tplus' 등 케이블사업자들의 저렴한 이동통신(MVNO)서비스도 소개됐다. 이외 케이블망으로 구현하는 기가인터넷, 3DTV, 홈오토메이션, TV화상회의, GOD(Game On Demand) 등 케이블 네트워크를 활용한 차세대 서비스들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모았다.

CJ E&M은 프리미엄 영화를 N스크린으로 제공하는 ‘마이캐치온’을 상용화에 앞서 첫 데모버전으로 시연했다. 알티캐스트는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해 안드로이드, iOS, HTML 등에 상관없이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합솔루션 ‘윈드밀(Windmill)’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LG전자가 스마트TV와 셋톱박스 전시에 나섰고 시스코, ARRIS, 캐스트이즈, 디즈니,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장비솔루션 및 콘텐츠 기업들도 홍보에 열을 올렸다.

방통위에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 요구
케이블업계는 행사 개막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디지털전환 투자를 단행해 2015년까지 우선 도시지역 케이블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100%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향후 4년(2012~2015)간 3조원을 추가 투자, 총 7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아울러 2014년 말까지 전 채널 HD 송출 환경도 구축할 예정이다.

‘도시지역’ 범주와 관련, 정호성 SO협의회장은 “중소 도시 및 읍면지역을 제외한 중대형 도시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며 “2015년에는 아날로그 가입 가구 수가 200만 정도로 줄어, 도시 전체의 약 83% 이상이 디지털 전환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업계 투자가 성사될 경우, 2015년까지 산업 생산성유발효과 17조 4000억원, 부가가치 5조7000억원 등 모두 23조의 산업연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 회장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케이블업계는 이러한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요구했다. 주요 현안으로는 ▲특별법에 의한 디지털 전환 자금 마련 ▲저소득층 가입자에 대한 지원 ▲디지털 주파수 확보 정책 마련 ▲연간 400억원 규모 방송발전기금의 한시적 유예 ▲디지털투자 융자 대출 금리 완화 ▲지상파 재송신 문제의 제도적 개선 ▲SO 소유규제 완화 ▲공정경쟁 기반 조성 등을 제시했다.

지상파 재송신 관련 정부의 입법화 움직임과는 별도로 사업자간 협상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CJ와 지상파방송 간 협상은 완료됐으며, 현재 나머지 MSO와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이를 위한 방통위와 케이블업계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KCTA 양휘부 회장은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방통위와 원칙적인 선에서 합의를 봤다”며 “‘지상파 다음은 케이블’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올해 이를 본격 협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 회장은 “올해말 지상파의 아날로그 종료가 절름발이가 될 가능성이 많아 방통위가 걱정이 많다”며 “이런 점에서 (방통위가)우리와 뜻을 같이 해 협의를 본격화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현재 몇 개월 남지 않은 지상파방송의 아날로그 종료에 대응, 정부와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촉구하고 있지만, 예상 외로 전환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양 회장에 따르면, 현재 아날로그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HCN ‘에브리온TV’ N스크린 새모델 주목


‘무료 N스크린 서비스’를 표방하며, 현대HCN과 판도라TV가 지난 9월부터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던 ‘에브리온TV’가 지난달 31일 공식 출범했다. 초기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하며 현대HCN 51%, 판도라 49% 지분을 갖는다.

지상파 및 CJ헬로비전 ‘티빙’ 등 기존 N스크린 서비스와 경쟁이 불가피한 ‘에브리온TV’는 현대HCN의 콘텐츠 수급능력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UX) 노하우와 인터넷 동영상 포털인 판도라TV의 축적된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애플리케이션 또는 소프트웨어만 다운받으면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며, 별도의 번거로운 가입 또는 인증절차 없이 다양한 TV채널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방송채널을 이용하고 싶은 기업이나 일반 단체들이 손쉽게 채널을 런칭해 채널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오픈형 채널’ 역시 에브리온TV만의 특징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티빙’과 달리, 무료 서비스라는 점은 이 서비스의 강점이다. 현대HCN 강대관 대표는 “처음부터 유료는 생각하지 않았고, 동영상 광고 시장 등을 염두에 뒀다”며 “앞으로도 유료화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체들과 협의, 콘텐츠를 무상 공급 받는 대신, 광고 비즈니스 모델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다만 디즈니 채널 등 특화 채널과 일부 VOD는 유료 제공된다.

‘에브리온TV’의 채널은 90여개의 실시간 채널 및 오픈형 채널 및 프리미엄 채널 60여개를 포함, 총 150여개의 다양한 채널을 제공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망 중립성 이슈와 관련, 스마트TV에 비해 데이터 전송량이 매우 낮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경우, 큰 데이터 부담은 없다는 것이 현대HCN측의 설명이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