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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고 조이고 정속운행하라”
연비왕들이 말하는 ‘에코 드라이빙’ 비결은…

‘고유가 시대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는?’
지난 6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주관하고 지식경제부, 교통안전공단 등이 후원해 열린 <2008 아시아경제 연비왕 대회>의 수상자들이 ‘에코 드라이빙(Eco-Driving)’ 비결을 공개했다.

비결 1. 과속 자제, 도로 특성 따라 운전해야
이번 대회에서 전체 대상을 차지한 이노복 씨가 전하는 연비 개선을 위한 운전 비결은 평소부터 고연비 고효율 운전을 실천해 온 그의 생활에 있다.
보통 운전자들이 연비를 신경 쓸 때 RPM(엔진 회전수)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그는 연료 소모량을 감안한 운전법으로 과속을 자제하고 안전운전을 실천한다고 한다.
그의 친구인 김종식씨가 직접 개발한 연료소모량 체크기계(대회 당시에는 장착 안함)로 4년여간 경제운전을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속주행과 고연비 운전법이 몸에 뱄다는 것.
이 씨는 “보통 연비 절감법으로 알고 있는 퓨얼컷(Fuel cut, 저단 변속으로 엔진 연료 공급 차단) 기능은 그만큼 속력이 줄어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도로 정체 사정을 잘 살피고 도로마다 오르막 혹은 내리막의 특성을 감안해 운전을 하면 연료를 그만큼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결 2. 엔진에 꾸준한 힘 걸어 탄력운전 유도
1600cc 미만 소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한 현직 레이서 서호성 씨는 다른 운전자들보다 주행거리를 판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대회 초반에 도로 사정상 서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주행하는 내내 가속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 연료 소모를 최소화했다. 서 씨는 평소 차량을 점검하는 도구들을 휴대하고 다닌다고 말한다. 또 항상 차량이 현재 연료에서 얼마만큼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도 체크한다.
2000cc 이하 1위의 김경호 씨는 “평소 에코 드라이브라고 하면 속도에 대한 것만 생각하는데 엔진에 힘을 일정하게 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기량에 따른 경제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씨는 “속도를 신경 쓰기보다 엔진에 꾸준히 힘(부하)을 걸어줘야 완전한 탄력운전이 돼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결 3. 정기적 점검, 브레이크 자제도 필수
역시 2000cc 이하급 1위인 김형진 씨는 ‘에코 드라이빙’ 실현의 우선 조건으로 정기적인 차량점검을 꼽는다. 평소 타이어 공기압 체크기를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 그의 생활습관. 차량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부품들도 정해진 주기에 따라 항상 새 것으로 교체한다고 한다. 김 씨는 “충분히 차량에 대한 점검을 마친 후 정속주행과 탄력운전만 하면 누구나 연비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00cc 이상에서 연비왕이 된 최원석 씨는 자신의 오피러스 승용차의 공인연비를 리터당 7km에서 이날 대회에서는 13.2km를 기록, 연비 향상률을 무려 174.2%나 끌어올렸다. 282km의 대회 코스 동안 그가 사용한 연료량은 21.3리터에 불과하다. 그는 “브레이크는 기껏해야 한두 번 밟을 정도로 탄력운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다.

비결 4. 내리막길엔 기어중립 주행해볼 만
싼타페로 SUV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재박 씨는 “레이싱 전문가와 동승해 어느 정도 연비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직접 실험했다”고 말하면서 “대형차도 소형차 못지않은 연비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말한 경제운전의 기본은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아주는가에 달려있다.
“오르막길에 이르면 급가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발에 서서히 힘을 줘 가속해야 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내리막길에서는 관성을 활용하기 위해 기어를 중립에 놓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에코 드라이빙의 비결이죠.”
한편 RV&SUV 디젤 2400cc 이하 우승을 차지한 배준석 씨는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앞선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연비를 개선하는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비결 5. 나를 알고 내 차를 이해하라
RV&SUV 2400cc 이상 1위 김현태 씨는 ‘정속주행과 충실한 차량관리’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연비개선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김 씨는 “차량통행이 원활할 경우 평균 80~100km로 유지하고 언덕길이나 내리막길은 탄력주행을 해 불필요하게 연료가 소모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며 “수시로 차량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역시 평소 동호회 활동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은 직접 차량을 관리한다는 것.
특히 간단한 정비도구를 휴대하며 타이어 공기압처럼 간단한 부분은 혼자서 정비할 정도의 차량지식은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에코 드라이빙’ 지론이다.
수입차 부문 연비왕을 차지한 김일우 씨도 같은 의견을 내비친다. 김 씨는 “출발 전 타이어 공기압을 꼼꼼히 체크한 것도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며 “내 차를 이해하는 것이 연비 향상의 기본”이라고 역설한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박스
아시아경제 연비왕 대회 이모저모

가족에서 연인까지 축제 한마당

이번 연비왕 대회에는 경쟁 부문(오너십) 78개팀과 비경쟁 부문(익스피리언스) 14개팀이 참석해 총 282㎞(하남 만남의 광장~문경새재)를 주행했다. 대회 당일이 주말인 관계로 가족단위 참가자에서부터 연인들로 보이는 ‘커플 레이서’들도 눈에 띄었다.
○…‘데이트 위해 출전했다?’
반짝반짝 한껏 광을 낸 SM5에서 내린 한 운전자는 멋진 드라이버 재킷을 입고 조수석에는 늘씬한 미녀 여자친구를 태우고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미녀 여친 과시용’이었던 듯. 직장동료와 같이 참가한 정태진 씨도 “평소 아내와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함께 시간도 보내고 연비 측정도 할 수 있어 참가를 결정했다”고.
○…이천화재로 정체 ‘불똥’
대회코스 대부분이 한산했으나 GS물류센터 화제로 인해 이천까지는 다소 정체가 있었다. 제2중부고속도로가 특히 정체가 심해 이쪽을 택한 참가자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정체 구간을 벗어나자 다른 차들은 씽씽 달리기 시작했으나 연비왕 대회 참가 차량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표시가 날 만큼 확연히 완만한 속도로 주행을 해 다른 차량들의 관심을 받기도.
○…히터 켜지 말라기에 ‘덜덜’
“브레이크를 한두 번만 밟았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연비왕 대회 코스를 마치고 가장 먼저 출발지에 도착한 최원석 씨는 환하게 웃으며 “순위에만 들면 좋겠다”며 겸손해했다. 최 씨는 “출발 전 히터를 켜지 말라는 심사위원의 충고에 잠시 동승한 아이들이 걱정됐는데 다행히 햇볕이 따뜻했다”면서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아주 잠깐 켜기도 했다”고.
○…사라진 사이드 미러
연비왕 코스를 달리던 대회 참가 차량 중 한 대는 공기저항을 줄여 기름을 아끼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접고 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다소 위험해 보였지만 도로가 한산해 다행히 다른 운전자에게 지장을 주는 일은 없었다. 얼마나 연비가 개선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임은 분명한 듯.
○…현직 카레이서도 ‘천천히’
대회 경유지인 괴산 휴게소(상행)에서 만난, 외향부터 심상치 않은 한 차량. 차주는 현직 카레이서인 문대성 씨. 온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참가한 문 씨는 “빨리 달리는 게 평소 일이었는데 천천히 달리려니 상당히 어색했다”며 “동승자들이 많아 연비 개선은 솔직히 자신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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