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의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전 세계인들의 축제이자 국가 간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는 치열한 대결의 장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국인 영국을 비롯해 각 참가국들의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우리 대표선수단들이 입고 출전할 단복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단복 디자인을 맡은 제일모직(빈폴)은 선수들에게 사기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색상 선정부터 국민들의 응원메시지를 담은 섬세한 안감처리까지 꼼꼼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올 여름 런던의 올림픽경기장 메인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 건아들의 기를 살려줄 유니폼,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공개한다.

지난 4월 23일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2012년 런던올림픽 단복 시연회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선수단이 착용할 공식 단복이 최초로 공개됐다. 대한체육회 공식후원사인 제일모직 빈폴과 공식파트너인 휠라(FILA)는 한국 선수단의 정장 단복과 스포츠 단복의 디자인을 각각 맡았다.

빈폴(BEANPOLE)은 국가대표 선수단에 제공하는 2012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 정장 단복을 ‘영광재현 1948 (Honoring the 1948 Olympics)’이라는 콘셉트로 표현했다. 이번 단복은 지난 2월 문화재청 체육문화재 발굴·등록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재로 등재된 1948년 런던올림픽 출전 당시 단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태극마크가 달린 1948년 런던올림픽 당시 입었던 단복은 한국전쟁 와중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된 단복은 실제 선수가 입던 것은 아니고 런던올림픽 당시 사정이 어렵던 선수단을 금전적으로 후원했던 고(故) 이원순씨(사업가)가 당시 후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받은 것이다.

1948년 올림픽 첫참가 당시 유니폼에서 영감
런던올림픽 출전 당시 유니폼은 네이비색 더블 브래스트 재킷에 회색 팬츠를 코디한 것이 특징이다. 빈폴은 여름에 자칫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는 ‘네이비+그레이’코디를 ‘네이비+화이트’로 변경했다. 여성용에는 더블브래스트 재킷 형태를 응용해 디자인했으며 양쪽으로 여미도록 된 라펠(코트나 재킷의 앞 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져 접어 젖혀진 부분)과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컨트래스트 버튼 홀 스티치가 디자인적인 요소로 가미됐다.

또한 런던올림픽 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의 임원과 지도자에게 수여했던 참가장의 디자인을 각색해 장식화 했다. 런던올림픽 대회 임원 참가장은 하단 부근에 오색 헝겊이 덧붙여져 있으며 지도자 참가장은 헝겊 위에 팀 매니저(team manager)이라는 영문 표기가 돼 있는 것이 특징.

임원과 지도자가 참가했다는 사실 증명과 함께 대한민국 올림픽의 참가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중요자료인 만큼 이번 단복 디자인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더해졌던 1948년 올림픽 첫 참가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깊은 결실을 보여주는 행운의 상징이자 64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한국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되새겨주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번 단복에서는 한국의 전통 문양인 태극과 전통공예인 매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흰색, 빨강, 파랑의 삼색을 흰색, 빨강, 곤색으로 변형해 스카프와 니트넥타이, 재킷의 깃고대, 모자 테이핑, 위빙 벨트 등에 각각 적용했다. 특히 태극 문양은 국민의 응원메시지로서 재킷 안감에 새겨 넣었다. 빨강과 파랑으로 이뤄진 태극은 국민들의 응원문구들을 촘촘히 프린트해 또 하나의 커다란 태극마크로 형상화했다.
매듭은 갖가지 색실로 엮어 남녀 선수들이 팔찌, 모자 테이핑 장식, 남성용 재킷의 버튼홀 장식 등으로 활용했다. 화이트 컬러의 재킷 단추도이 매듭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태극마크와 매듭 등 전통 디자인 현대적 재해석 가미
단복 구성은 남성의 경우 약간 밝은 파랑색의 재킷과 화이트팬츠, 스프라이트 티셔츠, 블루 셔츠, 구두, 아가일 패턴 양말, 밸트, 모자 등으로 구성됐다. 여성은 어두운 파랑색 재킷과 화이트 팬츠, 스프라이트 티셔츠, 블루 셔츠, 스카프, 구두, 벨트, 모자 등이다.

모자는 챙이 있는 중절모 스타일의 화이트 페도라에 재킷색과 붉은 색이 혼합된 테이핑으로 디자인을 살렸다. 슈즈는 역시 화이트 컬러로 옥스포드 슈즈 스타일을 고집했다. 여성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클러치 겸용 솔더백을 매고 남성들은 포트폴리오 겸용 메신저 백을 착용할 예정이다.

공개입찰을 통해 지난해 12월 단복 제작업체로 선정된 빈폴은 이번 단복 디자인에 어느때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런던올림픽 선수단복 디자인을 총괄 기획한 빈폴컴퍼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명은 상무는 이번 디자인을 위해 남성복 담당부서인 ‘빈폴 멘즈’와 여성복 담당부서인 ‘빈폴 레이디스’의 디자이너 10여명을 한 자리에 모았을 정도다. 신 상무는 그 자리에서 “선수들과 우리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지 않을 사람은 빠져도 좋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 선수단 단복에 대한 높은 관심과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투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대표선수단의 단복은 단순히 선수들을 단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나라의 국격(國格)을 나타내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림픽을 개초하는 영국의 경우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짙은 네이비 셔츠와 팬츠, 화이트 재킷으로 경쾌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또한 럭셔리 요트를 연상케 하는 패션감각을 뽐낸 바 있다.

프랑스는 붉은 밸트와 회색, 화이트가 조화를 이룬 파리지엔느 풍의 스타일로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은 상류층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 디자이너 랄프로렌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귀족적인 트래디셔널 유니폼을 선보인 바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 공식파트너인 휠라(FILA)는 올림픽 시상복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회 기간 동안 착용하게 될 의류 및 용품으로 구성된 스포츠 단복 (경기복 제외)을 총괄 제공한다. 휠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 문양과 한민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청’을 콘셉트로 단복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