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치료가 어려워지자 디지털 치료제 수요가 주목받고 있다. 문턱을 넘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받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사용허가를 받은 치료용 게임 사례도 나왔다. 치료용 디지털 게임이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 확산을 계기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9월+10월호)를 통해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XR헬스가 지난 9월 VR(가상현실) 게임 기반 ADHD 치료용 앱을 출시했다. XR헬스는 디지털 전용 앱이 설치되어 있는 전용 VR헤드셋(HMD)와 컨트롤러로 구성된 VR텔레헬스를 판매하고 있다. XR헬스는 기존에 스트레스 경감, 통증 관리, 호흡기 질환 등 치료를 목표로 사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신규 앱을 출시하며 치료 분야에 ADHD를 추가했다.

XR헬스가 공개한 사용 영상에 따르면 사용자는 VR헤드셋을 쓰고 컨트롤러를 통해 여러 가지 지점 중 불이 들어오는 지점을 터치하거나 눈앞에 나타나는 물체를 차례로 제거하는 등 행동을 취한다. 임상의는 이로부터 생성된 시선추적 등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이런 데이터는 치료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데 쓰인다.

▲ XRHealth - VR Telehealth 이미지. 출처=갈무리

이번 ADHD 치료 앱은 승인 기준을 맞추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알려진 미국 FDA 사용허가를 받아냈다. 때문에 XR헬스의 키트를 구매하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앞서 6월 FDA는 ADHD 치료를 목적으로하는 비디오게임 사용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미국 스타트업 아키리 인터렉티브 랩스가 개발한 ‘인데버RX’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의 모습은 일반적인 비디오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사용자는 캐릭터를 조작해서 장애물이 있는 코스를 지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목표물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치료제 산업에는 일종의 기회가 됐다는 평이다. 펜데믹 사태로 인해 FDA는 지난 4월 정신 건강 분야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임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펜데믹으로 인해 병원 방문이 제한되며 기존 정신질환증 환자의 원활한 치료가 어려워진 상황 때문이었다. 이에 우선은 ‘한시적’이지만 디지털 치료제의 FDA 사용허가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그 첫 주자가 인데버RX이며, 잇따라 XR헬스의 VR 치료용 앱도 승인 허가를 받아 치료용 디지털 게임 시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FDA의 승인 허가에 따라 치료용 게임은 소비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 인데버RX 플레이 모습. 출처=갈무리

국내에서도 관련된 움직임이 포착된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 8월 응용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웰트와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리셋은 2017년 FDA에서 중독치료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 받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앱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는 21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향후 5년간 연평균 26.7% 성장해 2025년엔 690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치료용 게임은 완벽한 치료법이 아니며, 아직 갈길도 멀다. XR헬스의 앱 사용 설명서에서도 앱의 사용 목적이 ADHD의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며 사용시에도 XR헬스의 인증을 받은 임상의의 지도가 필요하다.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9월+10월호) 보고서를 작성한 시장조사 업체 스트라베이스는 “(치료용 게임의 경우) 환자가 기존의 물리적 의약품에 덜 의존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치료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아야하고, 공급자들이 기존 제약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임상연구를 시행하는 한편 이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는 등 제약도 따르고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