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사장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경험과 노하우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주름진 얼굴이 그려지는 당신에게 ‘반전’의 재미를 선사할 인물을 소개한다. 우선 젊고 활기차다. 미국에서의 자유로운 학창시절 덕분인지 '열린 마음'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유쾌·상쾌·통쾌’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새로운 도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있을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똘똘뭉친 김범석 ‘쿠팡’ 사장 (34)이 그 주인공이다. 쿠팡은 최근 몇년간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쿠팡’이 주력해온 마케팅전략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소비자’다.

“인상이 좋으시네요” 기자의 칭찬에 김범석 사장은 “인상은(?) 좋다고들 합니다”라며 화통한 웃음을 짓는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쿠팡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의 첫 인상은 넘치는 에너지로 표현할 수 있겠다.

2010년 국내에 첫 등장한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는 ‘반값’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쿠팡은 같은 해 5월에 설립, 8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업계 최초로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1년 하반기부터 순방문자(UV), 페이지뷰(PV) 업계 1위이며, 2011년 전체 거래액은 3000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소비자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쿠팡의 마케팅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제품과 서비스가 좋다, 아니다’ 등 평가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다는 것이죠. 이에 작년 1월부터 서비스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쿠팡은 영업조직이 제일 작고, CS(고객만족) 조직은 제일 큽니다. 주말과 점심시간에 소비자 상담이 가능한 곳은 쿠팡뿐이죠.”

먼저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물건인가’ 여부가 아닐까. 김 사장은 “쿠팡은 짝퉁(가짜상품) 사건이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신뢰에는 자신이 있다”며 “QC(추천상품)에서 믿을 수 없는 업체는 아예 배제한다”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신생업체가 와서 참여하고 싶다고 해도 히스토리가 없고 확실성이 부족하면 매출과 상관없이 계약을 아예 체결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한국 소비자에 대해 “피드백이 빠르고, 까다로우며 기대치가 높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이 없지만 한국은 게시판은 물론 이메일, 콜센터 등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많다는 특징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지속적인 관리와 빠른 대응이 없으면 금방 실망하고 뒤돌아섭니다. 쿠팡은 그런 점에서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둬 소비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김 사장은 “지금처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재무 재표상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며 “올 하반기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말에 궁금한 점이 생겼다. 불과 2~3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낸 회사라지만 흑자 전환도 하지 않은 회사가 배우 김태희, 가수 정지훈과 같은 초일류급 모델과 손을 잡기에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김 사장은 “지표 매출만 봐도 쿠팡이 한국 역사상 제일 빨리 성장한 인터넷 회사”라며 “벤처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현금 흐름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브랜딩에도 도움이 된다면 고액의 모델을 쓰는 것도 똑똑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내달 초 ‘미사용 쿠폰 환불제’ 서비스를 시행한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쿠폰을 구매금액의 70%를 캐시로 환불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서비스를 제시했을 때 사실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적극적으로 환영했습니다. 회사들이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만 보고 무리하게 확장하고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갈 것이고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쿠팡은 빠른 배송 서비스, 배송지연/품절 보상제, 365 열린 고객센터 등 소비 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객의 편리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기업문화로 자리 잡히지 않는다는 게 김 사장의 큰 고민이다.

“정책뿐 아니라 상담원 마인드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문제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무조건 환불해주라고 지시해도 상담원의 마인드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아 가급적 환불을 안해주는 쪽으로 대응을 하더라고요. 기업문화를 바꿔가야 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이에 김 사장은 ‘굿모닝 쿠팡’이라는 행사로 직원 서로가 서로를 응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기쁨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했다.

새로운 문화는 직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한 예로 음식점 사장이 쿠팡에 소개되고 난 후 엄청 바쁜 주말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낯익은 사람이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쿠팡을 통해 이 음식점을 소개했던 쿠팡 직원이었다.

“그 직원이 자신이 소개했던 음식점에 가봤는데 너무 바쁘길래 그냥 도와준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기업의 문화에 노력을 기울이니 조금씩 그 결과가 나오더군요.”
30대 중반인 김 사장은 이미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꼽힌다. 그렇다면 그가 이 시대의 청년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꿈과, 그리고 아무 근거도 없는 자신감뿐이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손정의

그의 시작 또한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시작됐단다. 청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던 김 사장은 한국에 연고가 없었다. 주위에서 ‘사회생활도 못해본 네가 어떻게 하냐’고 말리는 분위기가 강했단다.

“저도 한국에서 창업했습니다.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자신감의 근거를 찾으려 헤매지 말고 인격을 형성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창업은 ‘발명’이 아니고 ‘발견’입니다. 계속 소비자를 바라보고 배우는 것이죠. 또한 IQ, EQ보다 중요한 것은 인격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사람들에게 인격적으로 믿음을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공부만 잘한다고 될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