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유독 ‘프로님’이라 존칭하는 이유는 필드에서 번개를 맞을 수 있는 확률보다 투어 프로선수가 되는 확률이 더 낮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많은 스포츠가 있다. 그리고 아마추어가 있고 프로가 있다. 하지만 유독 골프프로에게는 특별한 존칭을 쓴다. ‘ 김프로’, ‘이프로’ 등 이름 뒤에 꼭 ‘프로님’이라는 존칭을 붙인다. 얼마 전 여러 명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어떤 분이 질문을 던졌다. "왜 골프라는 종목은 ‘프로님’ 이라는 존칭을 쓰는지 아느냐" 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 존경의 표시이자 예우”라고. 그리고 필자가 스포츠 심리학자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대단히 엉뚱하기는 하지만 “필드에서 일 년에 번개를 맞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냐” 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황스러운 듯 그는 “장마 때는 꽤 있겠지요. 가끔 뉴스에도 나오잖아요.” 라고 답했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필드에서 번개를 맞을 수 있는 확률보다 투어 프로선수가 되는 확률이 더 낮기 때문에 프로라는 존칭을 달아주는 것입니다." 그는 황당한 듯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금세 미소를 지어보였다. 'TV를 통해서 볼 수 있는 투어프로 자리에 서는 것이 매우 어렵고 힘들어 그 자리에 올라선 골퍼를 존중하는 이유에서 '프로님'이라 부르고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프로라 부른다' 라는 부연설명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골프뿐 아니라 야구, 농구, 축구. 수영 등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다. 아마추어를 거쳐 ‘프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모든 운동가는 그 자리에 결코 쉽게 가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TV를 통해 프로들의 시합중계를 보고 간접적으로 토너먼트 골프를 경험한다. 여자나 남자 선수 모두 투어프로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필자가 겪었던 미국 LPGA는 1년에 한번 Q-스쿨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1차전부터 3차전까지 피말리는 경기를 치뤄내야만 했다. 매해 조금씩 달라지는 했지만 우선 신청을 하는데 신청비만 300만원이나 든다. 그 후 1차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쪽에서 있는 팜스프링스(Palm Springs )에서 4라운드 예선을 치루는데 사막지역인 그곳은 계란을 아스팔트나 자동차후드에 깨면 익을 정도의 혹독한 더위다.

그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절반 정도의 선수들이 컷오프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한다. 마지막까지 라운딩을 하고 20여명 정도만 본선에 진출했다. 필드에는 100명에서 150명까지 출전했는데 두 코스에서 번갈아 치며 컷오프(Cut off: 두 라운드 결과 탈락하는 것)를 했고, 2차전은 플로리다에서 있었는데 방식은 비슷했다.

참 놀라운 것은 학교 다닐 때나 미니투어를 할 때 같이 훈련하고 만났던 실력좋은 선수들이 탈락의 고비를 마실 때가 정말 많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들은 지독한 성적으로 떨어졌는데 그만큼 선수들에게는 가장 힘이 들고 괴로운 시합이 프로 선발전이다. 마지막 예선은 반드시 12월쯤에 이뤄지는데 6라운드를 해야 했고 불행하게도 3차전 골프 코스는 매우 긴 곳으로 잡았다.

혹시나 비가 와서 페어웨이(Fairway)가 젖으면 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탈락의 고배를 맛봐야만 했다.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에는 두 가지 룰이 있는데, 라운딩을 하면서 오버파를 치면 기회가 없다고 봐야 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해에는 상금랭크 90위 안에 들지 못한 투어멤버가 참가해 시드권(골프 출장권)을 두고 싸우는 터라 머리 터지는 신경전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매우 중요했고 건강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렇게 150명 정도가 출전을 해도 결국 시드권은 10개에서 18개 정도라 필자는 그 시합을 치루며 무려 7kg이나 몸무게가 빠져 시합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한 동안 고생을 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아울러 체력만큼 담력도 키워야 함을 실감하기도 했다. 경비도 만만치 않아 한국 돈으로 무려 2000만원이나 들어갔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세미 프로테스트를 경험한 사람들은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한 달에 600만원이상 지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주로 들어가는 지출 내용은 연습장비가 가장 크다. 특히 필드에서 감각을 살려야 하는 골프는 그린피를 내야 입장을 하고 공을 칠 수 있다.

캐디피에 카트피. 레슨도 꾸준하게 받아야 하는데 레슨비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누구에게 지도받는지, 또 얼마만큼 자주 레슨을 받는지에 따라 그 경비는 몇배로 늘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세미프로 타이틀을 획득하고 나면 또 다른 고지를 넘어야 한다. 문제는 모두가 다 합격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정신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과 육체적으로 이겨내는 사람만이 결국 승자로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그렇게 세미테스트를 통과하고 정회원 프로가 되기 위해 또 다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럼 그토록 어렵게 딴 프로가 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대부분 시합 때 상위에 랭크되지 못하면 고스란히 적자인생이 되기 일쑤다. 모든 경비는 개인이 지불하는데 상위 2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다시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을 가르치는 티칭을 하게 되고 티칭을 하다 보면 개인 연습량이 떨어져 어렵게 딴 투어프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스폰서를 찾으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TV를 통해 보여지는 것 만큼 스폰서 확보가 쉽고 간단한 일도 아니다. 필드에는 열 명, 스무 명의 선수가 아닌 100여명 이상의 선수가 존재한다. TV에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 뒤에서 맹추격을 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합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 도중에 하차를 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다.

그 유명한 타이거우즈 역시 레슨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레슨비를 지불한다고 전해진다. 무려 연간 10억원 이상을 레슨비로 지출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간신히 투어프로가 되었다고 해서 ‘고생 끝, 행복 시작’ 은 아니다. ‘프로가 무슨 레슨을 받느냐’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큰 오산이다. 그렇게 훈련을 받고 연습을 해도 인간인 이상 프로 역시 폼은 흐트러진다.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났는지를 나를 잘 아는, 나의 최고의 컨디션이 어떠했는지 아는 코치에게 지도를 받아야 한다.

간혹 연습 중에 부상을 입거나 재활이 되지 않을 때는 그 어려운 난관을 뚫고 선 고지에서 또다시 내려와야만 하는 비통함을 맛보게 된다. 인터넷으로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서”라고 입력해보니 이런 댓글이 눈에 띄었다. ‘그 어려운 것을 왜 하냐’는 글이었다. 세계적인 무대를 통과하려 3600분의1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를 왜하냐고. ‘미쳤으면 도전하라’ 라는 문구도 보였다.

한국에서도 프로골퍼를 희망하는 학생골퍼 및 아마추어가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꼭 투어프로가 되지 않고 티칭프로를 원하는 골퍼는 최근 여러 단체가 생겨나면서 조금 더 쉽게 전향할 수 있다. ‘티칭프로는 꼭 공을 잘 치고 스코어가 낮을 필요는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언더파를 쳐보지 못한 사람이 언더파를 치기 위한 방법은 알 수 있으나 그 감은 못 느껴 보았을 것’ 이라는 점이다. 책으로 배워 익힌 것과 실제 내 스스로 해보고 만들어낸 것은 분명 다르다.

프로골프 토너먼트에서 짧은 퍼팅에 실수한 선수에게 “그것도 못 넣냐” 라고 야유를 보낸 관중에게 “ 네가 한번 해 봐라. 쉬운 줄 아냐” 라고 고함을 친 선수도 있었다. 투어프로가 되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을 알고 겪은 사람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앞서 이야기 했듯 프로가 아닌 ’프로님’이라는 존칭을 쓴다. 비록 어렵게 시합을 준비하고 그에 비해 수익이 적더라도, 한 여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불타는 샷을 날리는 그 마음과 그 자세를 존중하는 단어가 바로 ‘프로’ 라는 존칭인 것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