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 이온 배터리 충방전 원리. 출처=삼성SDI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전기 자동차 산업이 떠오르면서 '이차 전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차 전지의 경우 용어 자체는 다소 친숙하지 않을 수 있으나, 알고 보면 현대에 가장 일상적인 물건들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 뿐 아니라 휴대폰·디지털카메라·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 제품들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차 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 건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차 전지는 충전 물질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뉘지만, 현재 이차 전지 시장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벼운 데다 고용량 구현에 유리해 전동 공구부터 가전, 전기차, 발전소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인다.

하지만 최근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NCM 811·NCMA·LFP 등이 도통 무슨 의미이며 어떻게 다른지 알기 쉽지 않다. 배터리 앞에 붙는 이 용어들은 한마디로 배터리의 양극 소재에 대한 힌트다. 왜 양극재에 대한 설명이 나올까. 배터리 성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용량과 출력 등을 바로 양극재가 결정 짓기 때문이다.

양극재는 음극재와 분리막, 전해질 등과 함께 리튬 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 요소로 꼽히며, 배터리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양극재를 읽을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용 배터리에는 LCO

먼저 리튬 이온 배터리 양극재의 기본형인 'LCO(리튬·코발트·옥사이드)'부터 알아 볼 필요가 있다. LCO는 소형 이차 전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극재로, 현재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전자 제품인 휴대폰의 이차 전지에 투입된다. 

LCO는 오래 전부터 휴대폰용 배터리 등에 쓰여 왔으나, 전기차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없다시피 하다.

LCO 배터리의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LCO를 구성하는 광물인 코발트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원료지만, 니켈·구리 광산 등에서 부산물로 얻을 수 있어 세계적으로 채굴량이 적다. 또 전 세계 코발트 60% 이상이 아프리카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생산되는데, 내전 등 정세 불안으로 코발트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그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아울러 LCO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의 주를 이루는 NCM·NCA 등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 따라서 LCO는 전기차용 이차전지의 양극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현 대세, NCM

'NCM(니켈·코발트·망간)'은 현재 중대형 이차 전지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양극재로, 서구권에서는 구성 요소의 순서를 바꿔 'NMC'으로 부르기도 한다. NCM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LNCMO'인데, 즉 NCM은 LCO에 니켈과 망간을 추가한 양극재다. LCO 내 코발트 비중을 쪼개 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최초의 NCM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중이 1:1:1이었으나, 최근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니켈의 함량을 극대화하고 값비싼 코발트는 줄여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니켈 비율이 60% 이상으로 구현된 양극재를 이른바 '하이니켈(high-nickel)'이라 일컫는다. 즉 'NCM 811' 배터리는 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 비율로 구성된, 하이니켈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NCM과 하이니켈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월부터 테슬라에 '모델 3'용 원통형 NCM 811 배터리를 공급해 왔으며, 최근에는 폴란드 공장에서 니켈 함량을 높인 파우치형 차세대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NCM 622를 NCM 712로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니켈 비율을 90%까지 확대한 'NCM 구반반(9½½)' 배터리 개발 소식을 알린 바 있다. 해당 배터리는 미국 포드에 공급될 예정으로, 오는 2023년부터 양산된다는 설명이다.

원통형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NCA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도 NCM처럼 LCO에 다른 금속들을 추가한 양극재로, 정확히는 'LNCAO' 구성을 띄고 있다. 니켈과 알루미늄이 추가된 것이다. 

NCA는 일본 파나소닉이 미국 테슬라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 셀에 사용되며 주목 받았다. NCM 배터리가 NCM 622나 NCM 811 등으로 나뉘는 것과 달리, NCA는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NCA는 일찍이 니켈·코발트·알루미늄 비중이 8:1:1인 구성을 사용해 왔으며, 이미 하이니켈 양극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NCA를 주로 사용하는 배터리 업체로는 파나소닉과 삼성SDI가 있는데, 두 업체 모두 원통형 배터리의 양극재로 NCA를 적용하고 있다.

NCA가 중대형 배터리 셀에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NCM 811의 중대형화가 어려운 이유와 같다. 니켈 비중이 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안정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소형 배터리 경우 들어가는 양극재의 양이 적은 데다 극판을 돌돌 마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므로, NCA를 적용해도 안정성 확보가 용이한 편이라는 평가다.

삼성SDI는 현재 소형 배터리에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NCA 양극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 BMW가 내년 출시하는 차세대 전기차에도 해당 양극재를 적용한 '젠5(5세대)' 배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NCM에 알루미늄을 추가한 NCMA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 중인 '얼티움' 배터리의 양극재로 적용한다. 해당 배터리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20여종의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며, NCMA를 통해 니켈 비중이 90% 이상이 되면 600km 수준의 전기차 주행 거리를 시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中 '배터리 굴기'의 중심, LFP

LFP(리튬·인산철)는 LCO에서 코발트 대신 인산철이 들어간 'LFPO' 구성으로, FPO로도 불리는 양극재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업체 CATL이 LFP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로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LFP의 경우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코발트와 니켈 등 고가 금속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코발트나 니켈을 포함한 다른 양극재들과 비교해 가격적 매력이 매우 높다. 또한 안전성 확보가 쉬워 차량용 이차 전지에 활용하기에도 기술적 난도가 낮은 편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주로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외 배터리 업체들은 LFP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LFP 배터리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췄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용량이 작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단점은 치명적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 기관 자동차에 버금가는 수준의 주행 거리를 갖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LFP 배터리를 공급 받겠다며 CATL에 러브콜을 보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주행 거리가 480km 미만인 단거리용 전기차에 탑재될 수 있다. 즉, 주행 거리에 대한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 채택이 더 효과적인 셈이다.

▲ 독일로 수출된 중국 BYD의 전기 버스. 출처=갈무리

중국 전기차 업계가 LFP 배터리를 많이 채택하게 된 데에는 중국 BYD의 역할이 크다. BYD는 LFP 배터리 탑재 시 전기차 주행 거리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 대형 전기 버스에 LFP 배터리를 적용했다. 전기 버스의 경우 기존 내연 기관을 제거하고 LFP 배터리를 넣어도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주행 거리 또한 시내버스 운행에는 문제 없는 수준이다.

BYD의 전략은 주효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대형 버스를 상용화한 국가는 우리나라였지만 전기 버스를 선점한 나라는 중국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LF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도하는 중이다. 일례로 CATL은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테슬라와 함께 '셀투팩(CT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로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합쳐 전기차 내부 공간을 확보해 더 많은 배터리를 싣는다는 것이다.

블렌딩용 양극재 LMO

'LMO(리튬·망간·옥사이드)'는 LCO에서 코발트를 망간으로 바꾼 양극재라고 생각하면 쉽다. 망간은 코발트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싸며, 망간 광산이 고루 분포한 편이라 공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

LMO는 LFP와 장단이 비슷하다. 가격 매력과 안정성이 높은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다. LFP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라도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지만, LMO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MO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에서 주로 블렌딩, 즉 다른 소재들을 섞는 데 첨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LMO는 NCM 등 하이니켈 양극재와 블렌딩돼, 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