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11월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35일 앞두고 첫 TV토론에 나섰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TV토론은 밤 9시 오하이주 클리블랜드에서 폭스뉴스 크리스 월러스 앵커 사회와 함께 ▲두 후보의 개인 이력 ▲연방대법원 ▲코로나19 ▲경제 ▲인종차별과 폭력 ▲선거의 신뢰성 등 6가지 주제로 총 90분간 광고시간 없이 진행됐다.

장기화로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유세 및 유권자 접촉 등 오프라인 선거운동이 제약 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번 TV토론이 지지후보 선택에 있어 그 어느때보다 영향력이 크기에 두 후보는 이번 토론에 총력을 다했다.


연방대법원…공석 자리 놓고 대충돌 


이번 TV토론의 첫 문을 연 것은 연방대법원 지명 문제로, 두 후보는 첫 주제부터 의견이 충돌했다.

지난 18일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공석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며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지명을 강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대선 승리자가 후임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다. 선거에는 결과가 있다"며 "우리는 상원을 갖고 있고 백악관을 갖고 있고, 경이로운 지명자가 있다"고 지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미국 국민은 누가 대법관 지명자가 될지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며 대법원 공석 지명은 대선 이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트럼프가 똑똑했다면, 수많은 미국인 목숨 살렸을 것”


두번째 주제인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그는 이미 지난 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기 폭락 등이 두려워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똑똑해 지난 2월 보건당국의 권고대로 마스크 착용을 국민에게 강조했으면, 이렇게 수많은 미국인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곧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며 “바이든은 자기가 졸업한 대학도 기억도 못하고 대학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다”며 바이든 후보의 지능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납세 의혹’…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


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18년 간의 납세자료를 분석해, 그가 최근 15년 중 10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2016년과 취임한 2017년에 합쳐 총 1500달러(약 176만원)의 연방소득세를 낸 것이 전부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론 진행자인 크리스 윌리스 앵커의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합쳐 1500달러(약 176만원)를 낸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수백만 달러를 냈다”며 적극 반박했다.

조 바이든 후보 또한 “지금 당장 세금 내역을 공개하라”며 그를 공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 신고서는 끝나면 공개할 것이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미 은행 재무 기록도 제출한 상태”라고 답했다.

바이든의 납세 의혹 공개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 문제를 거론하며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 “바이든이 아들(헌터) 뒤 봐주고 있다”


토론 전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가족을 걸고 넘어질 것을 알고 특히 가족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려고 연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V토론에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에 이사로 재직한 시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으로 재직 중이었던 바이든 후보가 우크라이나 정책에 관여하며 아들의 뒤를 봐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 헌터가 최근 약물 남용으로 군대 복무 중 퇴출됐으며,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내 아들은 애국자이며, 다른 평범한 미국인 집안처럼 약물 문제가 조금 있을 뿐 지금은 치료됐고 회복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아들이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350만달러를 받았고, 중국인과 사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하자 바이든 후보는 “그가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다”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바이든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고 격한 폭력 시위가 발생하자 인종차별 문제가 대선의 중심에 섰다.

바이든 후보는 TV토론에서 “플로이드가 죽었을 때 대통령이 한 일이 무엇이 있냐”며 그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시위를 거론하며 그가 국민을 단합시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분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시위는 적절하지만 이에 따르는 폭력은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내 한복판에 달려가 상점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는 등 이것이 평화시위냐”고 인종차별 반대시위의 폭력 또한 언급했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가 법집행에 있어 무력하다고 그를 비난했다.


공격할 틈 주지 않는 트럼프, 바이든은 침착함 유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이번 TV토론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기 위해 토론 전날까지 이에 대한 준비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전날(28일)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언론 브리핑 등 2개 공식 일정만 진행했으며, 바이든 후보는 공식일정을 아예 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으로 방송에 매우 능하며, 순발력이 뛰어나고 직설적이지만, 거침없는 자기 주장으로 일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등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의 경우 오랜 정치 생활로 인해 내공이 쌓였지만, 언변이 부족하며 잦은 말실수가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후보 토론에서도 진행자 또는 상대방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을 이어가며 화력을 높인 바 있다.

이번 TV토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막말’과 함께 바이든 후보의 말을 끊는 등 집중 공격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미국민과 사회자를 향해 대화를 차분하게 이어 감으로써 그의 화법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선 등이 모두 0.2%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0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TV토론이 끝난 이후 모두 0.65%이상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경 S&P500선물은 전날 현물 마감가 3335.47보다 0.66% 하락한 3311.64에서 거래됐으며, 다우존스 선물과 나스닥100선물도 각각 0.78%와 0.65% 내린 2만7193.50과 1만1263.75에서 거래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미국 대선후보 첫 TV토론이 냉철한 시선으로 준비된 비판 보다는 서로 비난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끝을 내려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이번 TV토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청객 수도 80명 미만으로 제한됐으며, 두 후보 간 악수도 없이 곧바로 진행됐다. 다음 2차 토론은 내달 15일, 3차 토론은 내달 22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