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나비 정원. 한때 공항의 수익을 창출하는 명소였지만 공항 사용자가 급감하면서 그 용도가 도전을 받고 있다.    출처= ArchDail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최고 공항으로 손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Changi Airport)은 예전에는 유흥시설인지 공항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창이공항에는 3D 영화관, 실내 나비 정원, 옥상 수영장, 창의적인 먹거리 등이 수많은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여행객 못지않게 현지인들도 많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입주해 있는 매장 수만 4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은 이 공항의 상업적 계산 논리를 완전히 무위로 만들어 버렸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에서 면세 및 소매 매출이 가장 높은 공항은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에어포트 익스피리언스 뉴스(Airport Experience News)는 2018년 이 공항의 평방피트 당 수입이 3036달러(360만원)라고 보도했다. 그 다음으로 시카고 오헤어(O’Hare) 공항이 2718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스타(Costar)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일반 쇼핑몰 소매 매장의 평균 수입은 평방피트당 325달러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국제교류재단(ICF)의 앨런 글럭 항공 컨설턴트는 말했다.

"좋은 시절은 끝났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면세점 및 소매점 매출은 지난 해에 비해 96% 감소했는데, 면세점의 경우 모든 매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매출이 100% 감소한 셈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2019년 5월 면세점 매출은 1150만 달러(136억원)였다.

글럭 컨설턴트는 승객들의 돌아오기 까지는 공항 소매업은 수익 센터가 될 수 없을 것이며, 심지어 승객들이 돌아오더라도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행동이 우리가 과거에 정상이라고 여기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체험 공간이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매장 공간을 건강검진 같은 활동을 위한 시설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때 공항 수익의 주역들이었던 매장 등 편의시설들이 이제 도전 받고 있다. 창이공항의 극장들은 이제 감염 예방 때문이라기 보다는 방문객들이 너무 적어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문을 닫은 상황이다.

창이공항의 시설을 운영하는 창이공항그룹의 이반 탄 홍보담당 부사장은 "방문객 수를 토대로 공항 운영 규모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의 트래픽이 1년 전의 1%로 감소해 극장이나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창이공항은 이번 기회에 제 2 터미널을 폐쇄하고 재정비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일부 매장 등 수익을 내던 시설은 새로운 편의시설로 교체될 것이다.

▲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이제 공항 터미널은 사람들이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고효율 여과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NPR

한편 미국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새로운 터미널 건설은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항의 복잡한 특성은 항상 우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덜 현대적인 시설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서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그는 새로운 공항 터미널은 사람들이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고효율 여과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공항에서 온도 체크, 문진, 접촉자 추적 등 충분한 건강 검사를 받고 싶어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의 40%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이 과제는 도전적이지만 공항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항공 컨설턴트 빅 크리슈넌은 "코로나 이후 공항이 상업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어디서나 동일한 의료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11 테러 이후 많은 항공사와 공항들이 새로운 안전 대책을 세운 것처럼, 공항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안전 기준을 채택한다면 여행객들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영국 크랜필드대학교의 공항계획학 교수 헨릭 로스는 "앞으로 더 큰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의 혁신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공항을 재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2002년 사스 발병 때 대부분의 공항들은 그 전염병의 경보를 무시했다며, 장기적으로 공항들은 그들의 운영을 재평가하고 편의시설보다는 인프라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항은 코로나 같은 파괴적인 사건들에 대응할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인 다목적 상업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