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소재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주주 총회 및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테슬라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세계 최대 전기 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로 분사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8일 코리아타임스와 엘렉트렉 등은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안정적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이미 LG화학으로부터 '모델 3'용 원통형 '2170' 배터리를 납품 받고 있으나,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을 더 확대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LG화학·파나소닉·CATL 등으로부터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급을 늘릴 계획"이라며 "테슬라의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나, 오는 2022년 심각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난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므로 물량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지난 21일(현지 시간) 게시한 트윗. 출처=트위터

즉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공식화하긴 했으나, 배터리 대량 생산은 2022년까지 불가능하다고 시인한 셈이다. 자체 배터리 양산이 아직 요원한 가운데, 테슬라는 지난 23일 '배터리 데이'를 열어 전기차 캐파(생산 설비 용량) 확충까지 공언했다.

당시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중국 상하이·독일 베를린 등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신증설하는 '3대륙 3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와 관련해 '테라팩토리'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테슬라는 자사의 공장들에 '기가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여 왔는데,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를 기가와트(GW)에서 테라와트(TW)로 올려 생산 능력의 혁신적 향상을 시사한 것이다.

또 머스크 CEO는 이날 트위터에서 "테슬라의 연간 전기차 생산량은 2030년 이전에 2000만대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출고량은 지난해 약 36만5000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50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머스크 CEO의 전망치는 2020년 테슬라 전기차 생산량 추정치의 40배 수준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인수는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발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에서 기존 2170 배터리의 크기를 2배 이상 확대한 '4680'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채택, 직접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선언했으나,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2170 배터리의 공급사인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에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LG화학의 기술력을 더욱 용이하게 제공 받기 위한 전략으로 지분 인수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인수설'에 불과한 만큼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나,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LG화학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화하려는 분위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테슬라가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확대를 꾀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평이다.

앞서 LG화학은 전지 사업 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 다음 달 30일 개최되는 임시 주주 총회에서 승인을 거친 뒤 올해 12월 1일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해당 법인의 기업 공개(IPO)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같은 인수설은 테슬라의 소수 지분 인수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테슬라는 대개 전체 인수를 택해 왔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설계 및 대량 생산을 위해 캐나다 배터리 생산 설비 업체 하이바시스템스와 미국 배터리 업체 맥스웰을 인수한 바 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를 인수하는 비용이 하이바·맥스웰 전체 인수 비용보다 클 가능성이 높으나, 테슬라는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