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출처=파라다이스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코로나19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파라다이스(034230)가 비상식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 과정에서 인권침해에 가까운 퇴직압박이 실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례적인 대리사원급 인력조정 칼바람도 불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파라다이스 전 직원들은 서글픈 퇴장인이 된 채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중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인터넷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신입사원 1년 차 20대에게도 희망퇴직을 강요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제됐다. 글쓴이 A씨는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리조트 사업부에 재직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후 최근 퇴직 절차를 밟았다. 파라다이스는 국내 최대 외인 카지노 및 리조트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자회사로 카지노사업과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있다.

A씨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운 좋게 누구나 알아주고 인정하는 호텔에 입사, 일은 힘들어도 학자금 대출도 갚고 열심히 버텼다”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왔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0대 신입에도 퇴사 압박...이름만 '희망퇴직'인 사실상의 정리해고

A씨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7월부터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또는 1년 무급휴직 신청서를 받았다. 공지된 내용에는 ▲희망퇴직 선택 시 4개월치 월급과 퇴직금, 실업급여 등을 조건으로 한 보상안이 담겼고, ▲1년 무급휴직 선택 시엔 ‘월 급여 전체 무급 적용, 퇴직금 적용 근속기간서 제외, 겸직 금지’ 등 조항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자율적인 희망퇴직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부터였다. 희망 퇴직자가 충족되지 않자, 부서 직급자들(팀장, 차장)은 저연차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 또는 1년 무급휴직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협박성 발언도 있었다.

A씨는 “거부하면 어떻게 되느냐 물었더니 ‘회사에서는 너희를 필요하지 않은 인력으로 대상하고 있다. 이를 거부할 시 업무와 연결되지 않은 신생팀을 만들어 한 부서에 몰아넣는 등 다음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빨리 사인하라고 했다”며 “인사팀에 억울함을 호소하니 자신들은 모르는 이야기라며 팀장과 논의하라는 식으로 발을 뺐다. 이미 다 짜여진 것 같았다”고 당시 침통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의 이 같은 행위는 교묘히 노동법을 피해가고 있어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무급휴직을 강요할 수 없으며 일방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휴업 수당인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희망퇴직의 경우에도 회사 측에서 강요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은 선택의 문제일 뿐, 필수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다.

"직급자들은 남았고, 사원·대리들은 희망퇴직했다"...파라다이스 구조조정의 민낯

그러나, 근로자가 압박이나 강요에 못이겨 결국 서면에 서명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면으로 남긴 동의서는 강요에 의해 작성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퇴직 압박을 받은 직원은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자발적인 동의’로 해석된다.

이봉주 신아노무법인 노무사는 “희망퇴직이든 무급휴직이든 근로자가 스스로 서명하면 회사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일단 서명을 하면, 동의를 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사측은) 항상 서면으로 남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회사 권유로 휴직 시) 70%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희망 퇴직을 거부하려 했더니 서명하라고 협박했다. 희망퇴직을 안 하면 한 푼도 못 받고 권고사직 대상으로 퇴사처리 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면으로 보기에는 자발적인 퇴사 또는 무급휴직이지만, 결국 퇴직자들은 3개월치 월급, 퇴직금, 실업급여마저 받지 못하고 권고사직으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울며 겨자먹기로 서명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파라다이스 리조트 사업부 내 사원·대리급 직원은 현재 최소 100명. 무급휴직을 택한 직원도 30~4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반해 고연봉자인 과장·차장급은 그 수가 적다. 통상 회사가 경영난을 겪을 경우 명예퇴직은 차부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사례가 많아 이례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A씨는 “카지노 사업부는 노조가 있다. 노조소속 사원과 대리에게 퇴직을 강요하지 못하기에 윗 선에서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며 “노조가 없는 리조트 사업부는 직급자들이 살려고 사원들을 협박했다. 결과가 말해주지 않는가. 직급자들은 남았고, 사원·대리급 100여명은 희망 퇴직했다”고 호소했다.

▲ 파라다이스의 무급휴직 동의서. 출처=A씨 제공

구조조정 희생자로 낙인된 저연봉 직원들...꿈 잃은 '희망 퇴장자'

파라다이스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사업 구조 특성상 외국인 카지노 사업 매출은 그룹 전체에서 절대적인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8월 파라다이스의 중국인 VIP는 지난해 동기대비 92.3%, 일본인 VIP는 99.8% 줄었다. 따라서 파라다이스는 외국인 카지노 관광객이 줄어든 펀시티 및 카지노 사업을 축소 운영했다.

이로 인해 파라다이스는 지난 2분기 처참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 회사는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보다 47억원 줄어든 44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68.1% 뒷걸음질쳤다. 당기순손실도 48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3분기 역시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라다이스 입장에선 경영 정상화를 위한 희망퇴직·무급휴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직원들이 입을 모으는 문제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강요’와 경영난 책임을 과도하게 저연봉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이다. 고정비(인건비)를 줄이려는 회사측 의도는 이해하지만, 고연봉을 받는 직원 1명이 아닌 저연봉 신입사원 10명의 퇴직이란 회사측 행보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A씨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하려했다”면서도 “책임을 저연봉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회사를 위해서도 아닌, 그저 그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란 것으로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또 다른 직원 B씨도 “정작 인건비를 줄인다면서 새 발톱만 자르고 있으니 무슨 상황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며 “큰 꿈을 갖고 입사해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누구보다 컸을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 측은 "이번 제도는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 희망퇴직이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두산그룹은 입사 6개월도 채 안 된 신입사원부터 대리 진급자까지 대부분이 대상자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이후 당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2세 사원’을 포함해 입사 6개월 된 사원급 직원까지 희망퇴직 면담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 인력 조정작업에 제동을 걸었지만, 여론의 뭇매를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