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하지 않았던 한·인도 소통관계가 코로나-19시절이 되면서 더욱 경화되어 급기야 위기가 생기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정기 노선이 중단된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위태하게 이어오던 특별 전세기 운항마저도 9월 말에 인도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자세한 설명 없이 일방적인 통보 만이 있어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 국적 항공기로 편성된 특별 전세기에 탑승할 수 있는 한국인 숫자를 해당 전세기 탑승하는 인도인 숫자의 20%로 제한한다는 발표가 예고 없이 나온 것이다.

이는 현재 양국을 오가는 승객의 국적 비율에 비추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이 조치의 충격은 매우 커서 현실적으로 전세기가 전혀 운영될 수 없는 형편이다.

뿐만 아니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닫힌 이후 중요한 것은 에어버블 협정이 타결되어 항공노선이 부활하는 것인데, 최근 인도는 일본을 끝으로13개국과 에어버블 협정을 완료하였지만 한국과는 아직이다. 버블협정 체결은 요원해진 가운데 전세기 운항에서도 악재가 나온 지금 상황은 양국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증거이다. 소통의 위기에 직면하였다.

위기로 진단되는 이 시기에 해외 공관장 인사를 해야 할 정부에선 인도 대사에도 특정인을 내정하였다고 한다. 내정된 대로 임명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도대사의 자격여부에 대해선 임명권자의 충분한 고민이 있기를 바란다. 신(新)남방정책 중심국 인도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였으니 인도대사 지명은 이에 걸맞아야 한다. 인도 대사는 임명권자에 의해서 누구든지 갈 수 있는 자리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직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역대 인도대사들을 보면 개개인으로 뛰어난 인재들이다. 그렇지만 한·인도 관계 증진을 이끈 평가는 인물평과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대사관 밖 인도사회와 공감하며 관계를 고취한 사례로 꼽힐 이가 이준규 현(現) 외교협회 회장(前인도 대사, 前일본 대사)이다. 그는 재인도 한국인과의 소통에만 머물지 않고 현지 인도 사회와의 교류에 노력을 기울여 상호 공감을 쌓았는데 이는 인도인들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이를 이어가는 소통의 전통이 절실하다

21세기 신(新)경제 강국이며 인구 14억 대국인 인도에 걸 맞는 인도 대사가 임명되어 양국 관계를 상호 유익의 포괄적 동반관계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인도에서도 절실히 기대하는 바이다. 물적 교류는 물론 인적 교류까지도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협정(CEPA)의 개정 현안을 타결시킬 최고의 전략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 있다. 존중의 진정한 의사가 전달되어야 상대로 하여금 양보와 타협의 자세를 갖추게 할 것이다.

거센 바람으로 옷을 벗길 수 없고 따사로운 햇볕만이 겉옷을 벗게 하였다는 이솝의 우화와 같이 진정한 상대의 존중으로 개정협정의 물꼬를 다시 터야 하는 데 그 첫 신호가 인도대사 임명이다. 이번 인도 대사 임명이 이에 부합되길 학수고대한다.

인도 대사에겐 21세기 인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거니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대승적 종교관이다. 이는 인도라는 종교적 특성이 강한 나라에서 너무도 중요하다. 과거의 일이지만, 국가 전권대사로서 상대방 행사에 참석하여 인도인들이 신성하다고 할 정도로 중하게 여기는 전통의식 행위를 자신의 종교에 반한다고 거부하는 것은 인도인들에게 적지 않은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닫힌 마음으로는 갈등이 쌓인 현황을 타개할 수 없다.

인도를 포용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심을 다 할 수 있는 인물로 인도대사 임명이 있길 바란다. 이는 신(新)남방정책 추진이 말 잔치가 아니라 실천적인 정책임을 보여줄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