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신한금융 본사, KB금융 본사.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올해 '리딩 금융그룹' 왕좌를 놓고 벌이는 신한금융(055550)과 KB금융(105560) 간 경쟁이 근소한 순이익 차이를 두고 이뤄지면서 양 금융그룹간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3분기 순익은 KB금융이, 하반기를 포함한 연간 누적 순익에선 신한금융이 각각 앞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도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을 수성하는 시나리오가 우세하게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과 신한금융의 신한금융투자가 변수로 남아있다. 올해 리딩금융의 향방은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 차익, 신한금투의 사모펀드 추가 보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3분기 승자 'KB금융' 우세…하반기·연간 순익에선 '신한금융'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 19곳이 추정한 KB금융의 올 3분기 순익은 9191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추정 순익인 8994억원보다 197억원 많은 수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익이 시장의 컨센서스(추정치)와 차이 없이 발표된다면 KB금융은 2년 만에 3분기 순익에서 신한금융을 앞서게 된다. 

2018년 3분기 승자는 KB금융이다. 당시 KB금융은 9537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8478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큰 차이로 제쳤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신한금융이 9816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KB금융(9403억원)을 다시 앞질렀다.

다만 하반기 순익과 연간 순익에선 신한금융이 앞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올 하반기 1조4626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조43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KB금융 순익을 약 300억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선 수치다. 

올 상반기에서도 신한금융이 순익 규모가 더 컸던 만큼, 하반기 추정치 합산 시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수성에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1조805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KB금융(1조7113억원)보다 942억원 더 많이 거둬들였다. 하반기 추정치를 더할 경우 신한금융(3조2681억원)과 KB금융(3조1460억원)간 순익 격차는 1221억원으로 더 커진다.

▲ 자료=에프앤가이드
푸르덴셜생명·사모펀드 사태 '리딩뱅크 분수령' 되나

다만 푸르덴셜생명이 변수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이 신한금융부터 리딩금융을 탈환하기 위한 카드다. 지난달 31일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인수합병(M&A)을 일단락지었다. 이에 따라 이번 3분기부터 푸르덴셜생명 순익이 KB금융 순익으로 잡힐 예정이다. 

또한 KB금융은 염가매수차익을 통한 순익 증가라는 호재를 남겨두고 있다. 염가매수차익은 인수대상기업의 공정가치로 평가한 순자산 가치보다 지분인수 가격이 적을 때 발생하는 차액으로, 자회사 편입 시 일회성으로 모기업의 순익에 포함된다. 

KB금융은 실사를 바탕으로 파악한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 가치에 따라 염가매수차익을 결정하며, 그 결과는 3분기 순익은 물론, 올해 리딩금융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최종 인수가액은 2조2995억원이다. 올 상반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은 2조9760억원이다. 일회성 차익으로 넣을 수 있는 염가매수차익의 선택 폭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다만 생명보험사들이 오는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점은 KB금융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IFRS17 도입 시 생보사의 보험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통상 금리 하락 기조에선 시가 평가로 전환 시 보험사들의 보험 부채가 대폭 늘어난다. 이는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과 이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KB금융이 IFRS17 도입을 대비해 보험부채 규모를 현재 규모보다 더 크게 평가하면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이 줄어들게 되며, 이는 염가매수차익 감소로 이어진다. 리딩금융 탈환이라는 명분과 미래 예고된 위험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균형적인 결단을 위한 KB금융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인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은 KB금융에 대해 이전보다 다소 상향된 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증권사들이 새롭게 내놓은 KB금융의 3분기 순익 추정치는 1조170억원 수준이다. 3개월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추정치인 9191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가량 커진 규모다.

실제 KB금융은 3분기 순익으로 1조원을 넘긴다면 올해 연간 순익이 당초 3조1460억원에서 3조20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3조2000억원대 순익 달성이 점쳐지는 신한금융과 300억원 내외의 근소한 차이로 리딩금융 경쟁을 이어가는 것이다.

일각에선 KB금융이 올 3분기 1조1000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9월의 푸르덴셜생명 이익과 부(-)의 취득한 사업의 현재가치(VOBA)의 상각이익, 염가매수차익 등 총 세전 2000~3000억원 내외의 추가 이익이 발생해 1조1000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한금투에 남겨진 충당금 추가적립 리스크도 주요 변수다.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와 라임펀드 등 신한금투 판매 비중이 높은 금융투자상품은 선보상액이 이미 반영됐다. 하지만 신한금투는 홍콩계 헤지펀드 젠투(Gen2)파트너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고가 추가적인 난관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