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사가 내달 5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중국 공략 계획의 청사진을 그렸다. 양사는 그간 사드(THAAD) 사태, 시장 경쟁 격화, 현지 정책 등 요인에 의해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미래차, 한국산 차량 수출, 판매방식 등 세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재편한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다.

▲ 현대차기아차 양사의 2015~2020년 중국 판매실적 추이. 출처= 각 사

현대차·기아차, 중국실적 지속 부진

현대차·기아차 양사의 실적은 2017년 촉발한 사드 사태를 계기로 한국·중국 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짐에 따라 급감했다. 현대차·기아차의 상용차 포함 소매 판매대수는 2016년 113만3000대, 65만7000대에서 3년 뒤인 지난해 71만6000대, 29만6000대로 36.8%, 54.9%씩 내리 감소했다.

중국의 저성장 기조로 인한 자동차 수요 침체 현상이 두 국산차 업체의 실적에 반영됐지만, 현지 자동차 시장 규모의 추이에 비하면 양사의 실적 감소폭이 크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지 자동차 연간 판매대수는 2016년 2803만대에서 지난해 2577만대로 8.1%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차는 현지에서 가동하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일부 폐쇄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차는 작년 4월 연산 능력을 갖춘 베이징현대 1공장을 폐쇄했고, 기아차는 같은해 6월 중국법인(둥펑위에다기아)의 옌천 1공장의 문을 닫았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15년 출범과 함께 중국으로 진출시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2년만인 2017년 중국에서 철수시켰다.

양사는 다만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개되고 있는 현지 정부의 수요 촉진 정책에 발맞춰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자동차 구매제한 제도의 규제 수준을 일부 완화하고 수입차 관세를 낮추는 등 자동차 산업에 관련된 경기 부양책을 전개하고 있다.

▲ 26일(중국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0 베이징 모터쇼 현장의 기아차 부스에서 신형 카니발이 현지 최초로 공개됐다. 출처= 기아자동차

경쟁력 어필 위해 전기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전면 배치

양사는 최근 현지에서 친환경차에 초점 맞춰 완화하고 있는 신차 구매제한 제도를 향후 현지 공략 방침에 반영했다.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는 신에너지차량(New Energy Vehicle, NEV)이라고 불리는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신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오는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수요를 촉진시키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 NEV를 구매하는 현지 고객에게 지급되는 구매 보조금은 순수전기차(BEV)의 경우 주행거리에 따라 1만6200~2만2500위안(278만~386만원) 등 수준에 달한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내연기관차를 비롯해 제도 상 배기가스 규제 기준에 부합한 차량에 대해 수천위안 수준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도 현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기기와 차량을 연동하는 기술인 커넥티드카를 활용한 서비스는 첨단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최근 생애 첫 차를 구입하는, 젊은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따쉐컨설팅(daxue consulting)은 “모바일 중심 국가로 거듭난 중국에서 커넥티드카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점은 자연스러운 일(normal)”이라며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4100만명에 달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차는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보조해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미래차 관련 컨텐츠로 고성능 전기차,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내세웠다. 현대차는 전기차에 관한 우수한 기술력을 내세우는데 전시 활동의 방점을 찍었다. 또 기아차는 중장기적 관점의 전동화 전략을 비롯해 젊은 고객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 만한 첨단 커넥티드카 기능을 과시하고 있다.

▲ 26일(중국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0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리홍펑 현대·기아차 브랜드 및 판매부문 총괄이 팰리세이드 공개와 함께 수입차 사업 재개를 알리며 새로운 온라인 판매 방식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중국 정책 발맞춰 ‘한국산 수입차’ 도입…온라인 판매로 브랜드 가치 강화

양사 가운데 현대차가 베이징 모터쇼에서 발표한 현지 사업 계획 가운데 한국에서 만든 차를 중국에 수입모델로 판매하는 전략은 3년만에 재개되는 점으로 시장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앞서 중형 SUV 싼타페, 제네시스 모델 등 일부 제품을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지만 높은 관세 장벽과 저조한 실적 등을 감안해 판매 중단했다. 사드 사태 이후 한중 무역 수지가 악화함에 따라 수입차 판매 전략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2018년 하반기 외국 자본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노려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0%대에서 10%대로 낮추기로 결정함으로써 국산차 업체에 기회를 부여했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대형 SUV 팰리세이드 1종만 향후 출시할 수입 모델로 소개했지만, 향후 수입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중국 도시 30곳에 설립한 수입차 체험센터 35곳을 통해 현지 고객들에게 수입 모델을 알리는데 힘쓸 예정이다.

현대차는 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진 점을 고려해 온라인 판매 전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현지 고객들에게 차량 조회, 트림 및 옵션 선택, 시승 서비스 예약, 결제 등 구매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판매 전략은 비대면 거래에 대한 현지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차량의 가격 경쟁력과 가격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일조할 수 있는 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갖춘 현대차에게는 절실한 사업 성과다.

이 같은 디지털 판매 방식은 현대차에 앞서 현지 업체들이 활발히 도입함으로써 성과를 입증시켰다. 지리, 웨이라이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디지털 생방송 판매 플랫폼을 통해 주력 모델의 가격에 5000위안(약 89만원) 정도의 할인혜택을 적용해 판매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웨이라이는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와 협업해 40분 간 ES6 모델에 대한 판매활동을 벌인 결과 1억5000만위안(258억원)에 달하는 판매 수익을 거뒀다.

이안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가 단행되고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등 요인으로 인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 완성차 업체나 스타트업 등 사업자의 디지털 판매 방식 도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