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원에 있는 느티나무, 단풍나무의 잎들이 약간 빛바랜 녹색 잎으로 변하며,

옆에 서있는 소나무의 녹색과 층을 이뤄 소나무 녹색을 더 도드라지게 합니다.

약간 마음이 급해집니다.

구글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관련된 많은 이미지들이 녹색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만큼 녹색은 우리와 가깝고, 유익이었는데, 이제 그것들이 떠나려합니다.

녹색을 더 즐기려는 마음에, 나아가 또 한 해가 가는 느낌에 급해지는 거겠지요?

지금의 나뭇잎이 초록색인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다른 색은 다 흡수해서 광합성이라는 일을 하는데,

잎이 버린 초록색을 통해

우리가 힐링을 얻는 사실에서 무언가 답을 주는 듯합니다.

세상의 순리를 배우게 됩니다.

그런 지점에서 가을이 깊어가면서

붉은 잎, 갈색 잎들로 변할 나뭇잎, 이름 하여 단풍잎들도 또한 기대가 됩니다.

한 해의 결실을 되돌아보게도 하지만,

낙엽 자체로도 한 해의 매듭이면서,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이제까지 매번 명절에 아버님을 포함, 3대가 모여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올해는 비 대면으로 아들과 나까지 2대만 모여 예배를 드리려합니다.

주변에 벌써 이렇게 진행하는 집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래도 허전한 마음이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 속에 거리를 거닐며

가로수로 많이 보이는 은행나무를 달리 보게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냄새 때문에 기피하게 될 철이지만,

은행나무는 무려 2억 년 전에도 존재했던 나무로

화석에도 그 잎이 남겨있을 정도의 과거를 자랑하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내게 더 특별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 별칭의 이름 때문입니다.

바로 대부 나무(Godfather tree)랍니다.

한 세대에 심은 나무가 한 두 세대 지나서 열매를 맺기에,

후손이 과실을 얻게 되니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까지 있는 나무이고,

늦가을 은행나무들 서있는 모습이 마치 어두워져가는 마을에 불을 켜는 풍경 같은

안온한 느낌에 은행나무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를 이어 모임을 가지는 것 또한 자식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겨주는,

또 다른 은행나무를 심는 것이리라 기대를 갖게 됩니다.

아직 녹색의 나무들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나뭇잎들의 변화를 바라보며 가을맞이를 즐겨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