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없는 미국 대통령 선거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없다. 정말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11월 3일이다. 6주라고는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9월 26일 토요일 기준으로 5주 사흘 앞.

이것이 바로 코로나19의 매직. 코로나19는 거대한 용광로가 되어, 2020년 국제 정세를 단번에 녹여 버렸다. 2020년 1월 31일 단행된 브렉시트도, 일본의 총리 교체도, 중인 국경분쟁도,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국경 개방도 단신 뉴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코로나19는 세계 의료보건 환경에 엄청난 악재이다. 지금 뒤늦게 중국 우한발이냐, 아니냐 논의할 필요도 없고, 독감 수준의 코로나19 영향력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에 동시에 영향을 끼친 전염병이 맞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의 상관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비난 일변도인 언론과 백신만 나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 대결. 한마디로, 트럼프 약장사론이 대세라는 말.

미국 언론의 태도는 “그래, 좋다. 백신 나온다 치자. 사망자는 어쩔 건데?”라는 태도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나니까, 백신 개발을 서두른 것이다. 중국에서 나온 바이러스에, WHO가 ‘괜찮다’고 했잖아? 어쩌라고? UN에 가서 따지겠다”는 태도다.

엎치락뒤치락, 미국 언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 싸움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여기에 더해 별의별 희한한 뉴스가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입학을 했다는 둥, 조카 유산을 떼먹었다는 둥 온통 트럼프 대통령 뉴스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트럼프 vs 반트럼프

상황이 이 모양이니,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논의가 개진될 틈이 없다. 당연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입장이고, 주장을 내세울 자리가 없는 것이다. 생각 없이 뉴스를 보면, 신수 훤한 양반에, 과묵한 양반 같은 모양새이다.

그러니 선거를 5, 6주 앞둔 상황인데도, 바이든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미국 국민은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대결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반트럼프 대결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선거 때부터 국제 정치는 고립주의, 경제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에, 미중 무역수지 개선, 러시아의 부상 반대, 브렉시트 찬성, 남미 국가들과의 무역장벽 설치, 친 이스라엘 정책, 북한 개혁개방 추진을 일관성 있게 표방해왔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결전을 벌이는 바이든 후보는 어떤 태도일까? 고립주의 대신 개입주의 지지자일까? 미국 우선주의 대신 호혜 평등주의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온 대중국, 대러시아 정책에서 전환, 친중, 친러로 태도를 바꿀지도 불분명하다.

또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계승할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무역장벽을 설치한 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과의 어떤 설정도 명확하지 않다.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옮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친 중동 정책을 펼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이번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vs 바이든 후보의 대결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vs 반트럼프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바이든 후보가 나와서, 자신의 정견을 피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

 

다시 보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언론은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예측했다. ABC,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47%, 트럼프는 43%, CBS와 폭스뉴스, 이코노미스트도 지지율 격차를 모두 4%포인트로 밝혔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후보 승리 확률을 86%로 밝혔다. 그러나 AI는 트럼프 대통령 승리를 예상했다.

최근 구글의 검색 키워드 추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구글 트랜드도 대통령 당선자가 클린턴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검색어가 월등하게 많았던 것.

선거 뒤, 구글 트렌드는 2016년 10월 한 달간 클린턴과 트럼프 키워드의 관심도를 살핀 내용을 발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에 대한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발표했던 10월 28일 전후를 제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앞섰다고 밝혔다.

미국 상황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 부결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찬성. 하지만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이미 브렉시트 찬성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 있다. 과거의 선거는 이슈 선점이 우선이었지만, 최근 선거는 관심 유도가 우선이라는 것. 실시간 유권자의 동향을 살피며, 끊임없이 관심거리를 제공해서, 유권자의 주의를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미국 대선 주요 일정

미국 국민도 아닌 상황에,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최근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암시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연막전술일까, 양다리일까?

미국 대선의 하이라이트는 대선 후보 간의 토론. 3차례 대선 후보의 토론과 1차례 부통령 후보의 토론이 있다. 9월 29일 1차 토론, 10월 7일 부통령 토론, 10월 15일 2차 토론, 10월 22일 3차 토론이 있고, 13일 뒤 11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달변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장점은 기업인 출신으로 재무재표를 읽을 수 있다는 점과 탁월한 암기력과 위기 대응능력, 상대의 허점을 잡으면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 그리고 지난 4년간 미국의 국정을 운영하며 보여준 강력한 미국 대통령의 위상 등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후보는 특별한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난한 성격에 의회 친화적이라고는 하지만, 부통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무장관 출신이었던 클린턴 후보에 밀려 지난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다.

SNS 시대는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 말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통할까? 일단, 구글 검색창에 두 후보를 검색하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