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상임법 개정은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바로 다음날 본회의에 상정되어 의결되었다는 점,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되어 현재 존속하고 있는 모든 상가건물임대차계약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지난 7월 31일 갑작스럽게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연상하게 한다. 당분간 상가건물 임대차 시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이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뜻하지 않은 갈등도 예상된다. 이에 실무에서는 이번 개정 상임법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 이번 상임법 개정안의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상임법 개정안은 코로나의 전국적 유행 초기 정부가 제안했던 ‘착한 임대인’개념을 상임법을 통해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코로나의 여파로 국내 소비지출은 위축되고 상가임차인의 매출과 소득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가 상가임차인의 영업활동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상가임대인이 그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이번 개정안에는 임차인이 이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 동안 연체한 차임액에 대해서는 그것이 3기, 즉 3회분에 걸쳐 연기한 것이라도 이를 차임연체로 보지 않아 계약 해제, 계약갱신 거절, 권리금 회수기회 제외의 사유로 삼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제10조의 9). 비록 향후 6개월까지만 적용되는 임시특례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임차인은 앞으로 6개월 간 차임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입지 않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6개월 간 차임 지급을 연기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 중 연체된 차임은 ‘면제’가 아니라‘연기’에 불과한 것이므로, 결국에는 임차인이 6개월 이후에는 임대인에게 연체된 차임을 지급해야 하고, 만약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만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를 당하게 된다. 한편, 6개월 이후에는 이 같은 임시특례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므로, 만약 현 시점에서 이미 한 번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다면, 6개월 이후 2회분의 차임을 더 연체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 해제, 계약갱신 거절, 권리금 회수기회 제외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향후 발생할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 법 시행 이전에 몇 회분의 차임이 연체되었는지를 상호 간에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차임 또는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감액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도 생긴다. 개정 전 현행 상임법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된 차임, 보증금을 유지하는 것이 상당하지 않게 되는 경우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는 차임증감청구권을 두고 있었다(제11조).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임대인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청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인 5% 수준으로 묶어두는 것에 주된 취지가 있었던 것이지, 임차인이 부담의 증가나 경제사정의 악화 등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되지는 못했다. 실제로 2004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임차인의 적극적인 차임 감액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경제사정의 변동 원인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이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적시를 하여, 최근 제1급감염병으로 등재된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정의 악화를 차임 감액 청구의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이 경우 코로나의 종식 등으로 경제사정이 다시 좋아질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감액된 차임을 이전 차임 수준으로 증액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가령 월 100만원이던 차임을 임차인의 감액청구에 따라 임대인이 월80만원으로 감액해 주었는데, 임대인이 이후 다시 월 100만원으로 증액 청구할 때 대통령령이 정하는 5%의 제한에 걸려 월 84만 원 이상 증액청구할 수 없게 된다면, 임대인으로서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안에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차임 등이 감액 된 후 임대인이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증액된 차임 등이 감액 전 차임 등의 금액에 달할 때까지는 이 같은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제3항). 즉,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임대인은 감액되기 이전 수준인 월 100만 원까지의 차임에 대해서는 5%의 증액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곧장 차임을 월 100만 원으로 회복시켜 줄 것을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개정 상임법, 이런 점 아쉽다.

개정 상임법은 코로나로 속출하고 있는 임차인 폐업 사태를 임대인의 희생을 통해 구제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졸속으로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상임법 역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고를 거치지 않은 결과 임대차 시장의 정서와는 상당부분 동떨어진 입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정 상임법은 임대인은 기득권, 임차인은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번 개정 상임법에서 차임을 6개월 간 연기해 주는 내용의 조항은 상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액의 차임 또는 임대차보증금을 내는 임차인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행 상임법 상 서울특별시는 임대차보증금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정도의 자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없어 상임법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임법 개정안은 이러한 임차인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6개월 간 차임을 연기해 주었다. 오히려 임대인들 중에는 평생 근로·사업 소득으로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노년에 어렵게 상가를 마련해 임대소득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의 경우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차임은 유일한 소득이므로 6개월 간 차임을 못 받게 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소득이 없어 대출을 받아 생계를 꾸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본 개정안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사정이 어려운 임차인을 위하여 차임 지급을 연기해 준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차임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임차인이 이를 악용해 6개월 간 차임을 미지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의성실에 의하여 지켜져야 할 임대차계약에서 법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임차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차임감액청구는 차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임시특례기간’ 6개월이 끝난 내년 3월 이후부터 임차인들이 본격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임대인들이 6개월 동안 차임을 받지 못해 희생을 강요당한 상태에서 만약 임차인들이 적극적으로 차임감액을 청구하며 차임을 감액하여 지급한다면, 임대인은 이 같은 차임감액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 임차인들과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임차인들은 이번 개정을 통해 차임감액청구의 근거가 명확해진 만큼 이전보다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최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계약갱신을 앞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늘어나는 만큼, 내년 초 차임감액청구권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도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