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0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실시하고 있다. 제공=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했다

26일 현대차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4만9천598명) 대상으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한 결과, 4만4천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천479명(52.8%)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임금동결은 11년 만에 일어난 것으로,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노조는 교섭 전부터 소식지 등을 통해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집중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생산 자동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환경 변화 속에서도 연간 174만 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등 일자리 지키기에 뜻을 모았다.

아울러 향후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전용공장 지정을 논의하고 고용 감소 위험이 큰 부문부터 직무 전환 교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내부적으론 조합원들 반발이 컸던 '시니어 촉탁제' 변경에도 노사가 합의에 성공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다만 대다수가 기존 재직 기간에서 일했던 근무 조가 아닌 다른 근무 조에 배치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회사는 시니어 촉탁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해 의미를 더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국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합원들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일자리를 지킨 것에 찬성표를준 것 같다"라며 "부족했던 부분은 내년 교섭에서 채우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28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