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는 악독한 고리(高利)대금업자 샤일록이 등장한다. 

그는 평소 미워하는 안토니오에게 친구의 보증을 세워 놓고 기한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악랄함을 보여준다. 샤일록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약탈적 고리대금업자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샤일록이 등장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일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힘없는 절대다수의 안토니오들에게 고리(高利)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 영화 베니스의 상인 한 장면. 출처=갈무리

고리 수수료 비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를 '샤일록 프레임'에 가뒀다. 

실제로 노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영세 및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이 0.8%에서 1.6%에 머무는 반면 네이버페이는 계좌이체 방식은 1.65%, 카드 기반 결제방식은 최대 3.08%이라 꼬집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윤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하며 매출 30억원 이하 기준 점포에 대한 신용카드사의 결제 수수료는 평균 1.6%에 머물지만 네이버페이는 최대 3%, 카카오페이는 2%에 달한다고 밝혔다.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는 0.8%로 정해졌으나 네이버페이는 최대 2.2%, 카카오페이는 1.04%라 지적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과 윤창현 의원의 의견을 종합하면, 신용카드사는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를 보장하지만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샤일록 그 자체다.

▲ 출처=각 사

사실일까?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샤일록일까? 두 의원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으나 내밀한 속사정을 따져보면 '헛다리'를 짚었다는 평가다.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와 네이버 및 카카오페이 수수료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우선 스마트스토어, 주문형페이, 결제형페이 등 수수료를 부과하는 가맹점의 유형이 많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페이의 경우 일반적인 PG와 다르게 다양한 기능을 가맹점에 제공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신용카드사 수수료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결제형페이의 경우 그나마 단순 수수료만 부과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와 비슷하지만, 네이버페이는 여기에 2.3%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으며 그 마저도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2%가 포함되어 있다. 

영세 가맹점은 신용카드사가 0.8%의 수수료를 매기는 가운데 네이버페이의 수수료는 최대 1.5% 인하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여기에 0.8%의 신용카드사 수수료가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쉽게 정리하면 네이버페이의 수수료가 신용카드사 수수료와 비교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뿐이며, 해당 수수료에는 카드사에 제공되는 수수료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결제하는 방법은 크게 QR코드를 찍어 요금을 지불하는 ‘소호결제’와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소호결제는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한푼도 받지 않고 있으며, 가맹점주들의 편의를 위한 ‘소호결제 키트’와 ‘카카오페이 비즈니스 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경우에도 카카오페이와 연동된 카드로 결제할 경우 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계약을 따르기 때문에 카카오페이가 취하는 수수료는 제로다. 다만 현금결제인 카카오페이머니로 결제할 경우에는 충전이 일어날 때마다 은행 펌뱅킹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지난 3월부터 6월까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제휴 브랜드나 업종, 매장의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전액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결제 수수료는 크게 카드사 수수료와 PG 수수료, 그리고 카카오페이의 시스템 운영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수수료의 약 80%가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원가이며, 이에 따라 간편결제 사용이 늘어날수록 카드사의 수익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구조다. 수수료의 성격이 신용카드사 수수료와 다르며, 그 마저도 카드사의 수수료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네이버페이의 설명과 동일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어 후불결제가 허용되면 간편결제 업체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출처=갈무리

플랫폼 기업 혐오일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이 두각을 보이는 한편, 오픈뱅크 및 마이데이터 사업 등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불어오자 기존 금융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ICT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하면서 그 프레임이 '골목상권 약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 핀테크 업계로 옮긴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의 비상을 우려하며 이를 압박하기 위해 핀테크, ICT 플랫폼 기업들의 골목상권 착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분위기"라면서 "착취당하던 이들에게 다가서며 ICT 기술을 통한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플랫폼 인터넷 기업들에게, 지금까지 착취에 앞장섰던 이들이 오히려 플랫폼 인터넷 기업들을 비판하며 착취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기이한 장면"이라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정치권까지 편승하며 상황이 더 심해지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민감한 골목상권 이슈를 건들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게 무조건적 비판에 나서는 장면이 심심치않게 포착된다.

올해 4월 오픈서비스 논란이 불거진 배달의민족 사태가 단적이다. 정치권에서 민간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폭리 가능성을 무리하게 제기하는 가운데 배달의민족은 결국 기존 울트라콜 체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관'이 언제든 '민'을 제압할 수 있다는 논리가 완성되고 말았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프레임과 비슷하게 '무조건 택시를 살려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일관하며 타다의 날개를 꺾었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카카오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것도 비슷하다. 보기에 따라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고 통쾌하게 지적한 것 같으나 역시 이면에는 스텝이 꼬이고 만다.

이 지사와 경기도는 카카오T 블루 출시 후 일반 택시의 콜수가 줄어들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콜을 '받은' 기사의 숫자를 보면 오히려 일반 기사들의 콜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25일 카카오 모빌리티의 데이터에서 확인됐다. 결국 모종의 전략적 포석으로, 또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정치권에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샤일록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절망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뛰어들어 무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도 펭수를 국정감사 자리에 불러오려하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잡혀 의미없는 증오만 패스트푸드처럼 진열하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인터넷 플랫폼 사업의 종말이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