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24일 글로벌 출시됐다. 출처=넷마블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넷마블(251270)이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두 번째 모바일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출시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를 해본 결과, 적지 않게 놀랐다. 아이돌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한 모바일 게임이 아닌 근사한 ‘스토리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가지고 나타났다. 전작 BTS월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라면 이번 신작은 상상력이 넘쳐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에선 BTS가 실제로 등장했다. 그들의 목소리와 데뷔를 하기까지의 실제 스토리도 담겼다. 반면 신작 BTS 유니버스 스토리에서는 3D 렌더링이 활용된 BTS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펼쳐지는 스토리는 실화가 아닌 픽션이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시작하자 프롤로그가 나타났다. 프롤로그에선 진(석진)의 시선으로 BTS 멤버들이 비극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멤버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신 병원에 입원하거나, 폭행사건에 휘말리거나,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등 비참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본 게임을 시작하면 프롤로그의 비밀을 풀어줄 개별 스토리들을 볼 수 있다.

처음엔 남준(RM)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를 무료로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기반 컷신이 등장하고 마치 만화책처럼 이야기를 넘기면서 감상할 수 있다. BTS의 음원도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이용자는 중간중간 주인공의 시점에서 취할 행동을 선택하기도한다.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엔딩을 볼 수도 있다.

기자는 남자고, BTS의 팬이 아니고, 심지어 그들의 노래 제목도 잘 모른다. 이런 기자에게 전작 BTS월드의 플레이 경험은 소위 ‘항마력이 딸린다’는 평가를 내리기 충분했다. 화사한 조명 아래에서 카메라를 그윽히 쳐다보며 대사를 건내는 멤버들을 보고 있는 것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신작은 그윽한 눈빛을 날리는 주체가 3D 캐릭터라는 점, 모든 대화가 말풍선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등에서 보기가 한결 편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석진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도 흔한 클리셰지만 몰입감이 괜찮았다.

첫 번째 무료 에피소드 이후부터는 ‘주얼’이라는 유료 아이템을 쓰면 볼 수 있다. 주얼은 출석으로도 받을 수 있지만, 스토리당 요구하는 주얼 개수와 콘텐츠 소모 시간 등을 고려하면 유료 아이템을 활용해야 원활히 즐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BTS의 후광에 기대 콘텐츠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느꼈다. 또 다른 BM(비즈니스 모델)으로 멤버들의 캐릭터 관련 의상, 엑세서리 뽑기 등이 있다. 

▲ BTS 유니버스 스토리 플레이 이미지. 출처=갈무리

그러나 BTS 유니버스 스토리에 대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저들이 직접 만드는 스토리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유저 참여형 콘텐츠인 스토리 만들기를 세밀하게 구현했고, 이를 BM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지었다.

유저들은 BTS의 캐릭터와 그 주변인물을 활용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사(텍스트)와 인물과 움직임, 배경(시각), BGM(청각)을 꽤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연재되는 ‘팬픽(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등을 주인공으로 활용해 직접 쓰는 소설)’의 진화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차세대 BTS 팬픽 플랫폼인 것이다. 유저들은 이야기 생산자를 구독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게임이 출시된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수 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일반인 작가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들은 이미 수십 편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작품 평에는 재미있다는 타 이용자들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반인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또 인상적인 것은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 이용자가 만든 이야기도 반응이 좋으면 영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해서 지원한다. 실제로 한국 이용자의 페이지에도 타 언어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 확인 결과, 넷마블 측이 내부에서 정한 조회수, 좋아요 등을 초과하면 번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저는 자신이 만든 스토리에 대해 ‘티켓’이라는 유료 아이템을 받도록 설정할 수 있다. 즉, 개발사가 제공하는 이야기는 ‘주얼’로 보고, 일반 유저가 만든 이야기는 ‘티켓’으로 본다. 양쪽 모두 넷마블로서는 수익화가 가능하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에 등장하는 BTS가 촬영 영상이 아닌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 캐릭터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고 일반인 중에서도 훌륭한 이야기 꾼은 많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문피아, 조아라 등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의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

만약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차세대 팬픽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넷마블은 콘텐츠 지속성과 수익성을 모두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