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경유(디젤)를 연료로 하는 엔진을 장착한 차량만 한국에 주로 출시해오다 최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 지속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차 추세에 부응하는 동시에 고객 선택폭을 넓히려는 취지다. 

다만 디젤 일색 라인업으로 호응을 얻어온 폭스바겐이 새로운 동력원의 차량으로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폭스바겐코리아(이하 폭스바겐)는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 가운데 디젤차 판매 비중으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기업이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수입차 업체별 신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17년 8개월 간 폭스바겐은 20만2498대를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52만1801대), BMW(47만7156대·미니 제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 디젤차 판매량 기준 상위 4개 수입차 업체.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폭스바겐의 판매 차량 가운데 디젤차는 17만5531대로 86.7% 비중을 차지한다. 시트로엥(97.8%), 랜드로버(91.3%), 푸조(89.3%)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0만대 이상 판매한 주요 업체 가운데선 가장 높은 비중이다. 주요 업체의 디젤 판매 비중이 BMW(미니 제외) 62.7%, 아우디 59.3%, 볼보 57.7%, 벤츠 37.7%, 토요타·렉서스 0.0% 등 수준을 보인데 비하면 매우 높다. 해당 기간 전체 KAIDA 회원사의 디젤 비중 44.2%를 훨씬 상회한다.

▲ 디젤차 판매량 기준 상위 4개 수입차 업체.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폭스바겐이 지난 2005년 한국에 정식 진출한 뒤 그간 가솔린 차량을 출시 라인업에서 배제하진 않았지만 디젤 차량을 주력 상품으로 앞세웠다. 앞서 독일 본사가 현지에서 연료비 저렴하고 연비 높은 디젤 차량을 주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전세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환경 규제 수위에 대응해 ‘클린 디젤’이라는 전략을 표방한 점이 라인업을 구성한 요소다.

클린 디젤은 디젤 연소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황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연료를 활용하면서도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는 디젤 차량 기술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토요타 같은 일본차 업체들이 환경 규제 대책으로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차를 내세운 것과 대조되는 제품 전략이었다.

2015년 미국에서 촉발된 디젤 게이트로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신화’는 몰락했지만 디젤 차량은 꾸준히 판매돼왔다. 디젤 게이트는 폭스바겐의 차량 소프트웨어 조작 행위로 배출가스 인증 시에만 디젤 차의 고연비가 구현돼 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전세계 소비자들은 디젤차의 고연비 성능을 지속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폭스바겐 차량을 지속 구매해왔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독일차 브랜드라는 감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폭스바겐의 디젤차를 꾸준히 소비했다.

폭스바겐은 본사에서 시작된 디젤 게이트에 책임지고 2016년 7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가 1년여만인 2018년 4월 수입·판매 사업을 재개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후 디젤 차량에 대한 국내 당국의 인증을 받는대로 신속히 출시한 뒤 호실적을 거두며 건재한 브랜드 위상을 시장에 입증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디젤 차량만 9404대 판매하며 KAIDA 회원사별 수입차 브랜드 25곳 가운데 4위로 우뚝 올라섰다.

▲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에 순수전기차 모델로는 처음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ID.4. 업계에선 내년 하반기나 2022년에 국내 판매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출처=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한국 라인업에 가솔린·전기차 추가

폭스바겐은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가솔린 모델과 전기차를 출시함으로써 고객 선택폭을 늘리는 동시에 전세계 친환경 규제에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디젤엔진을 장착한 중형 세단 아테온과 준중형급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총 4종으로만 구성된 라인업을 다채롭게 확장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연내 준중형 세단 제타 1.4 가솔린 터보 모델과 소형 SUV 티록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제타의 경우 환경부로부터 저공해차 3종 인증을 받을 정도로 적은 수준의 배출가스를 발생시킨 특징을 갖췄다. 티록은 이날 현재 국내 출시를 위해 필요한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등 외국에선 앞서 가솔린·디젤 두 내연기관이 각각 장착된 엔진별 모델이 출시된 가운데 국내에선 어떤 상품이 판매될지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순수전기차인 ID.4의 국내 출시 일정을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ID.4가 내년 하반기나 2022년 이후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다만 다양한 동력기관의 차량을 아우디처럼 급격히 늘리진 않을 방침이다. 중소형 위주의 차량 라인업을 갖춘 폭스바겐이 디젤 대비 저렴한 가솔린차를 출시할 경우 같은 가격대의 상위급 국산차로 대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달 중순 환경부 인증을 받은 중형 세단 파사트도 디젤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내달 중순 미디어 초청행사를 열고 하반기 신차 출시 계획을 비롯한 미래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그간 소규모 라인업의 차량별로 4륜구동, 좌석 수 확대 등 요소를 적용한 모델을 출시해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왔다”며 “전기차를 비롯한 새로운 모델도 앞으로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