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매도 투자업체의 공세에 SK텔레콤(017670)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제2의 테슬라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니콜라가 공매도 투자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세와 직면하자 지난 2018년 니콜라에 각각 5000만달러씩 투자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가 곤혹을 치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SK텔레콤이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출처=갈무리

나녹스 쇼크
2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를 내세운 이스라엘의 나녹스가 공매도 투자업체 머디워터스에 맹공을 당하고 있다. 지난 8월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나녹스는 한 때 '신데렐라'로 불릴 정도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으나 나녹스가 미국 식약처(FDA)의 제품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시트론리서치의 폭로가 나온 후 머디워터스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자 크게 주춤하는 중이다.

현재 머디워터스의 폭로가 나온 후 나녹스의 주가는 끝모를 하락세다.

문제는 SK텔레콤이 나녹스의 2대 주주라는 점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두차례에 걸쳐 나녹스에 총 2300만달러를 투자해 현재 2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나녹스의 기술력에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의 흑역사인 테라노스와 나녹스를 비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SK텔레콤은 그러나 머디워터스의 주장에 명확한 논리가 없고, 무조건적인 공세만 기계적으로 퍼붓고 있어 신빙성이 없다 반박하고 있다. 

2대 주주로서 당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3월 사내 헬스케어사업부를 분사하며 인바이츠헬스케어를 설립, 스마트 의료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나녹스와의 협력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박정호 사장의 SKT는 나녹스의 2대 주주다. 출처=갈무리

진실공방의 행간은?
나녹스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으로 탄생해 SK텔레콤은 물론 글로벌 벤처캐피탈 요즈마그룹의 한국지사 투자도 유치한 바 있다. 요즈마그룹이 나스닥에 상장시킨 24번째 기업이면서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첫 상장사다. 등장부터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와 관련해 많은 투자를 받았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공매도 투자업체 머디워터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SK텔레콤이 각 계열사를 동원해 나녹스의 다양한 기술력을 꼼꼼하게 따져봤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머디워터스의 논리만 맹목적으로 맹신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이다.

머디워터스가 엔비디아 등 이미 검증된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 투자를 무리하게 단행한 사례도 있고, 무엇보다 머디워터스의 나녹스 보고서도 비판의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녹스가 시트론리서치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 "사실상의 오류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추측"이라 비판한 이유다.

다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특히 기술력 측면에서는 나녹스가 표준 CT 스캐너의 영상과 비교해 기계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적인 기술력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언덕위에서 트럭을 굴렸던 니콜라의 사례, 존재하지도 않은 기술로 혈액진단 키트를 자랑스럽게 공개했던 테라노스의 사례를 연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공매도 투자업체가 아무런 근거없이 기업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일반론도 제기된다. 니콜라도 처음에는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세에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버텼으나 논란이 커지자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는 전격 사임하고 말았다.

회사가 지나치게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을 두고도 의혹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나녹스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 등을 살펴본 결과 회사 고문으로 등재된 인사들의 경우 나녹스의 실제 업무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인물로 보여진다. 그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나녹스가 '서학개미'들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을 과도하게 전개하는 것 자체가 동기의 불분명성을 증거하는 대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