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백신 개발 레이스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빠르면 올가을 백신 개발의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대선에 앞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고 거듭 주장했고, 중국은 비슷한 시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선다고 공표했다.

백신 개발 레이스가 미중 대결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의 효능 및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강화하는 맞불 전략으로 과열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 출처=셔터스톡

FDA "긴급승인 기준강화"…美 대선 전 백신승인 물거품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DA는 3상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두 차례 접종 후 최소 두 달간 추적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지침을 마련했다. 새로운 지침은 백악관과 보건복지부의 검토를 거쳐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긴급승인은 감염병 사태가 위급하고 시험 중인 백신의 효능이 명확할 경우 정식승인에 앞서 제한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도록 허가하는 조치다.

FDA의 새로운 지침이 공식화될 경우 대선 이전에 백신 개발과 공급을 예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지금 당장 3상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해도 ‘2달간 추적’ 규정에 걸려 11월 말쯤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FDA 백신 자문위원회 소속인 폴 오핏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장은 “12월 전 승인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FDA가 밝힌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기준 강화안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중국산 백신 4종 개발 막바지…中 "안전성 문제 없어"

FDA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은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1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중국 시노백이 개발 막바지에 접어든 자국산 백신을 외신에 공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달리 중국 당국은 자국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 백신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였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21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선두에 서 있으며, 일부 백신은 이미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고 치켜세웠다.

현재 칸시노, 시노백, 시노팜 등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4종이다. 시노팜이 개발한 2종의 코로나19 불활성 백신은 이미 중동, 남미 등에서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실시 중이다.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칸시노 역시 아르헨티나, 칠레, 러시아 등 3상 임상시험 지역을 확대하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임상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의료진과 해외 파견자 등 수십만명에게 접종해왔다. 아직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는 게 중국 측의 주장이다.

▲ 글로벌 주요 코로나19 백신 임상 개발 현황. 출처=WHO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움직임…CDC "내년 4월 백신보급"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여개의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 약 40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물질은 9개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존슨앤존슨(J&J) 등 4개 업체가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치열한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례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조기 출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중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가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화이자를 꼽을 정도다.

최근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에서 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만2000명 이상이 2회차 백신을 맞았다. 또 일부 참가자들이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부작용을 호소했으나 백신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올 연말 긴급사용 승인 가능성에 대비해 수십만회의 백신 투여분까지 만들어놨다.

모더나 역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보이면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J&J는 역대 최다 규모인 6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착수했다. 경쟁사보다 두어 달가량 늦었지만 임상 규모를 늘려 차별화를 꾀했다.

코로나19 백신 선두업체들의 전례 없는 속도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내년 4월까지 미국인 전체가 접종할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내년 3월 말이나 4월까지 약 7억개, 3억5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인구수인 3억3000만명과 비슷한 분량이다. 이어 그는 "미국 국민 전체가 접종을 완료하는 건 4~6월, 늦어도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