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에 주기돼 있는 항공기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최근 항공업계가 잇달아 국제선 운항 재개에 나서고 있다.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선제적인 수요 대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비즈니스 등 상용여객 외 수요는 살아나고 있지 않아 항공업계의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중국·일본 이어 베트남·러시아 하늘길도 ‘꿈틀’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우한과 일본 등에 이어 오는 25일 베트남, 27일 러시아 등 잇달아 국제선 노선 운항이 재개된다. 

우선 풀서비스캐리어(FSC)인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7일부터 인천~오사카 왕복 노선을 주 1회 운항한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해당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대한항공은 기존 일본 12개 도시에서 17개 노선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한국발 여객의 입국통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인천~나리타 노선을 매일 운항하고 있으며, 다른 일본 노선은 부정기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창춘과 난징에 이어 이달 초 중국 청두 노선 재개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운항을 중단한지 5개월만이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은 9~11월 홍콩, 나고야, 도쿄·나리타, 오사카·간사이, 후쿠오카 등 동북아시아는 물론이고 미주(뉴욕,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유럽(런던·히드로, 프랑크푸르트) 등 노선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속속들이 국제선 하늘길 빗장을 풀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인천~선전 노선 운항 재개에 나섰으며, 에어서울도 같은달 인천~옌타이(연태) 노선에 신규 취항한 바 있다. 티웨이항공도 16일부터 인천~중국 우한 노선의 운항을 재개했다. 올 1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8개월 만이다. 진에어도 26일부터 제주~시안 노선을 주 1회에서 2회로 증편한다. 

조만간 베트남과 러시아 하늘길도 열린다. 응우옌부뚱 주한 베트남 대사는 지난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국제공항 노선은 우선 베트남 항공이 25일부터 시범적으로 운항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25일부터 베트남~한국 노선을 포함해 국제선 정기노선 운항을 일부 재개한다. 매주 목요일 밤 하노이~인천, 금요일 오전 인천~하노이 노선이 대상이다. 베트남 입국시 격리기간도 기존 14일에서 6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말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 러시아 정부 또한 오는 27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 대한 항공편 운항을 재개한다. 

물러설 곳 없어 어디라도 띄워야… 수익성 제고 도움 안돼

항공사들의 잇단 국제선 운항 재개는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 완화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는 지속되고 있지만 유학생, 교민, 비즈니스 등 상용 수요와 화물 수요로 변동비를 줄이겠다는 자구책인 셈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혹시 모를 해외 여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항공사의 수익 상당수는 국제선에서 나온다. 이에 단번에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선을 열어두면 화물이나 출장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출발편에는 밸리카고(Belly Cargo·여객기 내 화물칸 활용)로 화물을 싣고 한국 도착편에는 교민이나 유학생 등을 실어오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를 내거는 경우도 많아 빈 비행기를 띄우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노선을 운항 할 수 있는 곳이 미미한데다 상용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항공사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격리기간으로 인해 정상적인 여행을 즐길 수가 없어 해외 여행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국제선 여객수는 14만32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4만9424명과 비교할 경우 97.3%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항편수와 여객수 감소세가 반영된 3월(-92%) 이후 6개월 연속 90% 이상 감소율이다. 운항편수는 4528편으로 운항률은 전년 대비 약 15% 수준에 불과했다. 방학과 휴가 등이 몰려있어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8월이 이 같은 수준이라면 9월 국제선 여객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여객 수요 회복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제선을 띄워도 실제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을 2024년으로 전망한바 있다. 앞서 5월 회복 시점을 2023년으로 발표했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존 전망치를 1년 뒤로 미룬 것이다.  

한 FSC업계 관계자는 “여객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은 아닌만큼 버티는 개념”이라며 “지금은 변동비만 커버할 수 있다면 무조건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여행 수요가 살아나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금 이 상황에서 한두노선 늘리는 걸로는 수익성 제고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