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가을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에서는 2주 연속 신규 분양 소식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달 분양을 진행한 단지도 단 2곳 뿐이다. 단군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과 서초 '래미안원펜타스' 등 4곳이 이달 분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분양 일정은 표류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지난 7월 29일 시행되면서 '공급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월 서울 분양 단 2곳...안갯속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넷째주(21~25일) 전국 12개 단지 총 1만1662가구가 분양을 시작한다. 부산에서 45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레이카운티가 청약 일정을 진행 중이고, 울산과 경기 등에서도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에 이어 금주에도 서울에서는 분양 물량이 전무하다.

9월 전체로 살펴봐도 서울에서의 민간분양은 쪼그라들었다. 지난 1일 일반분양을 시작한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153가구)과 동대문구 '장안에스아이팰리스'(99가구) 2곳을 끝으로 분양 소식이 끊긴 것이다. 이달 641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는 분양 보증 문제로 막바지 절차에 문제가 생기며 일정이 지연됐다. 

강동구 둔촌주공(둔촌올림파크에비뉴포레) 또한 이달 공급이 예상됐지만, 분양 일정은 안갯속에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3.3㎡당 2978만원) 수용 여부를 두고 불거진 조합원 내홍이 집행부 해임사태로 이어지면서다. 단지는 1만2032가구 규모의 사업으로, 일반분양은 4786가구다.

분상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분양이 이어진 지난 7~8월 1만7700여 가구가 공급된 가운데, 가을 성수기 공급 물량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남은 4분기(10~12월) 또한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분양이 예정된 4000여 가구의 절반 이상은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에서 나온다. 신반포3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2990가구(일반분양 224가구) 규모로 기대를 모았지만, 조합이 HUG와 분양가상한제의 분양가 가운데 이해득실을 견주고 있어 분양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월과 12월 분양이 예정된 3800여 가구를 제외하고 아크로파크브릿지(방배6구역), 고덕강일제일풍경채(1BL),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 힐스테이트세운 등 약 4000가구는 분양 일정이 미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작년보다는 올해 공급이 많이 이뤄졌지만 10월 이후로 공급되는 물량들이 많지는 않다"면서 "둔촌주공을 포함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 있고, 이들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분상제 '공급절벽' 현실화

문제는 분상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서울 내 공급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신규택지 발굴이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에 대부분의 공급 물량을 의존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이달 서울에선 분양이 멈춘 상황이다.

권일 팀장은 "아직은 분상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분양가가 얼마나 낮아질 것이냐 하는 것에는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면서도 "만일 분상제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정비사업이 추진의 위험성이 커진다. 정비사업들이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지금 서울쪽에는 아직 공급에 대한 불안이 있다. (정비)사업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을 하는 족족 마감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달 서울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선 청약 만점자가 나오고, 지난달 진행된 강남구 '대치 푸르지오 써밋' 청약 접수는 평균 경쟁률 168.1대 1을 기록하며 올해들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어 "정부가 공공재개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것만으론 서울쪽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보긴 어렵다. 기존에 순수하게 본인들이 사업을 추진해서 하는 정비사업들도 잘 되게끔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향후 공급이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