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23일 이사회를 통해 IPO 추진을 결의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자본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장외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은 24일 기준 10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대비 약 -5.56% 하락했으나 여전히 장외 금융 시가총액 40조원에 가까운 1위의 몸값을 자랑하는 중이다. 업계에서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에 집중하는 이유다.

▲ 출처=카카오뱅크

탄탄대로의 길
카카오뱅크는 2016년 설립되어 2017년부터 정식 출범, 인터넷 전문은행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주주사는 카카오(33.53%),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8.60%), 한국투자금융지주(4.93%), 
국민은행(9.86%), 넷마블(3.93%), SGI 서울보증(3.93%), 우정사업본부(3.93%),
이베이(3.93%), Skyblue(텐센트, 3.93%), Yes24(1.97%), 우리사주조합(1.40%)이다.

카카오뱅크가 걸어온 길 자체가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사다. 

출범 전 2016년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유상증자 5000억원으로 총 자본금 8000억원을 채웠다. 2018년 1월 전월세보증금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고 연이어 내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 모임통장, 주식 계좌 개설 신청 서비스 등을 공격적으로 런칭했다. 지난해 11월 유상증자 5000억원을 단행해 자본금은 총 1조8000억원이 됐고 2020년 4월 카카오뱅크 앱 2.0 시대를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2.0 시대 선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1.0 버전의 사용성은 유지하면서 고객들의 앱 사용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편리성을 더 강화하여 새로운 사용 경험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홈화면에 계좌 편집 기능을 통해 고객은 보고 싶은 계좌만 노출할 수 있고, 통장 잔고를 숨길 수 있는 ‘금액 숨기기’ 기능 등 화면 편집 기능이 추가됐다. 사용빈도가 높았던 ‘내계좌(자산현황)’은 홈 화면의 좌측 상단으로 재배치했고 올해 상반기말 출시할 오픈뱅킹 서비스도 내계좌에 포함됐다.

UX(User Experience) 강화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을 쥐고 엄지손가락이 닿는 범위(엄지영역, Thumb zone) 내 메뉴 탭을 두는 한편 알림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신선영 카카오뱅크 서비스팀 홈개편 TF장은 “카카오뱅크 1,000만 고객의 앱 사용 흐름과 패턴이 담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체와 조회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용이 저조한 부분은 개편하거나 축소하는 등 더 빠르고 심플하며, 더 편리한 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실적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2017년 7월 27일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첫 날 자정 기준 18만7000여명의 고객들이 계좌를 개설했고 2017년 8월에는 계좌개설 고객수가 300만명을 돌파, 2019년 4월 6일 기준 고객수 9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7월 11일 1000만명의 고객을 기록했다. 2020년 8월말 고객 수는 1294만명, 수신 잔액은 22조3159억원, 여신 잔액은 18조3257억원이다. 

▲ 출처=카카오

대어가 될 수 있을까
카카오는 다수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현재 IPO를 추진했거나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첫 IPO는 카카오게임즈다. 지난 10일 IPO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는 주가 추이가 다소 주춤한 분위기를 보이지만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가 두 번째 자회사 IPO 후보로 유력한 가운데, 카카오페이지가 먼저 IPO에 돌입할 것이라 봤다. 

카카오뱅크가 주관사 선정을 위해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단계에 머문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선정한 가운데 상장 예정기업 신분으로 금융당국의 지정감사까지 신청해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뱅크가 이사회를 통해 IPO 속도를 내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지의 IPO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 본다.

다만 열리는 핀테크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의 IPO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현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성장을 위한 총알이 필요한 상태다. 최근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아직은 몸집이 안정적으로 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대규모 자금을 확충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말 현재 BIS 비율은 14.03%에 이르기에 최하 기준(8.625%)을 웃돌지만 안정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결국 IPO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선 상태에서 시장의 관심은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에 주목하는 중이다. 긍정적인 전망이 다수 나온다. 국내 대출시장 점유율 5%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현 상황과의 시너지가 발생한다면 '대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지난해 11월 김범수 의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족쇄가 풀리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된 점이 눈길을 끈다.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최대보유한도인 지분 34%를 보유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힘있는 ICT 핀테크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