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해외 르노 사업장과 경쟁해 차량 수출물량을 확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저조한 수출 실적으로 공장 가동율 저하, 영업성과 감소 등에 시달리던 르노삼성차의 숨통을 틔어줄 희소식이다.

르노삼성차는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XM3를 르노 그룹의 진출국에 순차적으로 수출해나갈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르노삼성차의 모그룹 르노는 이날 본사 소재지인 프랑스에서 온라인 공개 행사를 열고 이 같은 소식을 밝혔다. XM3는 앞서 지난 3월 국내 출시된 준중형급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르노그룹이 한국에 위치한 그룹 산하 연구소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게 주도권을 맡긴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차량이다.

르노그룹은 XM3를 한국에서 개발했지만 수출물량을 생산할 사업장을 선정하는데는 줄곧 고심해왔다. 차량 개발 지역과 생산지역을 반드시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 글로벌 방침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생산 차량의 품질 우수성과 인력 전문성으로 그룹 내에서 호평받은 한편 노사 갈등, 고임금 등 대내외적 여건으로 인해 생산 타당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받았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이나 업계 일각에선 부산공장 대신 스페인에 위치한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XM3가 생산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르노삼성차는 이번에 수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업계 우려를 불식시켰다.

르노삼성차는 이번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로, XM3가 우수한 상품성을 국내에서 인정받아 호실적을 거둔 점을 꼽았다. XM3는 지난달까지 6개월 간 국내에서 2만5878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차가 국내에서 차량 8종으로 기록한 내수 실적 6만7647대 가운데 38.3%에 달한다. 르노삼성차가 XM3로 한국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둠으로써 상품성과 함께 생산 타당성을 그룹에 입증해보인 셈이다. 또 르노삼성차가 80개국에 수출할 물량 전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형 SUV QM6의 상품성을 그룹에서 인정받은 점도 이번 성과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 르노삼성자동차 준중형 쿠페형 SUV XM3. 르노그룹은 XM3를 더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유럽 시장에 수출하기로 23일(프랑스 시간) 결정했다.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르노그룹은 다만 수출용 XM3의 생산 기간, 물량 등을 구체적으로 부산공장에 배정하지 않았다. 앞서 부산공장의 수출 실적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한 수출 차량 닛산 로그의 생산 물량과 생산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던 것과 대조된다. 르노그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별 차량 수요와 부산공장 생산 성과 등을 고려해 향후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을 늘리거나 외국 사업장에 추가 생산분을 할당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가 우선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추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해외 사업장과 지속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에겐 XM3 수출 물량을 더욱 많이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닛산 로그가 작년을 끝으로 단종된 후 수출 실적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월 르노삼성차 수출 실적은 1만6511대로 전년동기(6만2120대) 대비 73.4%나 감소했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르노그룹의 이번 결정은, XM3가 르노삼성차의 차세대 수출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한다”며 “르노삼성차 노사가 XM3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