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석유 수요가 최저치까지 떨어진 이후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2019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출처= Vessel Find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석유 가격이 계속 요동하며 거래자, 투자자, 생산자들 마저 수요 전망이 흐려지면서 석유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각국의 비행, 크루즈, 대중교통 이용 제한 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는데 큰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 실업률 증가,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방식의 변화 등,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세계가 2020년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석유를 소비할지에 대한 추정치 산정에 매우 큰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올 여름 자동차와 트럭 등 운송업계의 활동 재개로 상승세를 보였던 석유 시장에 새로운 난기류가 발생했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22일 배럴당 41.72달러로 0.7%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1월초 68.91달러에서 4월에 19.33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이 같은 변동성은 2014년 폭락 이후 처음이다.

봉쇄령 해제후 반등했던 수요 전망 다시 흐려져

원자재 거래회사 머큐리아 에너지그룹(Mercuria Energy Group)의 마르코 듀난드 최고경영자(CEO)는 "원래 석유시장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3~4개월 앞의 수요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 석유 수요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봉쇄령을 내렸던 지난 4월 기록했던 최저치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2019년 기록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의 원자재 전략가 그레고리 시어러는 올해 코로나 위기 중에도 분석가들은 데이터를 자주 업데이트하면서 석유 수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 추출에는 구글 맵의 운행 방향 정보, 독일 위치추적기술 회사 톰톰 NV(TomTom NV)의 운항 도구에 의한 교통 혼잡도 추정, 그리고 일일 항공기 운항 활동 등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제는 가까운 미래의 예측도 어려워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올해 수요 전망은 천양지차다. WSJ의 계산에 따르면, 다음 분기의 월별 수요 전망치는 두 기관 사이에 하루 평균 130만배럴씩 차이가 났다. 이는 2019년 평균 격차의 두 배다.

IEA의 에너지 시장 및 보안 책임자 사다모리 게이스케에 따르면, IEA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현재의 소비 수준과 미래의 수요를 예측한다. IEA의 예측 모델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항공기 연료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겠지만 가솔린 판매는 자동차 효율 개선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다모리는 "그러나 코로나 19가 그런 일반적인 이해를 모두 무너뜨렸다"며 "지금은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후 IEA는 구글과 톰톰의 데이터를 사용해 교통량의 변화를 포착하는 등 예측 모델을 조정했다.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석유 및 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유가가 조만간 상승할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의 에너지 및 천연자원 사업부 책임자 레지나 메이어는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의 추가 봉쇄 조치는 아직 없지만 바이러스 감염자의 수가 급증하고 사람들이 그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서 스스로 이동을 다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 중국의 석유 수입 감소

석유 수요의 전망을 흐리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석유시장에서 중국이 독특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석유 수입은 올 봄 가격 폭락으로 반짝 매수 증가를 보인 이후 다시 둔화되었다.

화물추적업체 크플러(Kpler)에 따르면, 중국과 미얀마로 출발하는 유조선들은 이달 들어 일 평균 770만 배렬을 수송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5월 하루 1410만배럴이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석유 수입 둔화는 분석가들로 하여금 2020년의 최종 수요량 예측을 지나치게 높게 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크플러는 석유 가격이 더 오를수록 중국의 수입은 계속 더 미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석유 거래자들은 더 많은 석유를 저장고에 보관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결국 과잉 공급이 나타날 것이라는 신호다.

머큐리아의 듀난드 CEO는 "선박에 저장돼 있든, 육지에 저장돼 있든, 상당한 양의 원유가 현재 저장고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경기 침체 시에는 실업률이 오르면 사람들의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몇 년 동안 석유 판매도 동반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7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화석 연료를 줄이자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었던 차에 올해 코로나로 촉발된 경제 침체로 인해 2020년 이후 석유 수요는 예측하기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