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이 추석 대목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26일 오후 12시 서울 관악구의 한 전통시장.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확 줄어든 전통시장은 추석을 빗겨가기라도 한 것인지, 한산하기만 하다. 떡볶이 냄새, 떡집 냄새부터 할인을 알리는 과일가게 사장의 외침까지 ‘여기가 전통시장이다’는 느낌을 팍팍 내면서도 정작 듣는 이는 많지 않다.

매년 추석 대목이면 사람들로 북적대던 시장 내 과일가게. 긴 장마와 태풍으로 과일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떨어졌는데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쳤다. 소량씩 구매하는 손님은 가끔 있지만, 명절이면 잘 팔리던 과일 포장 박스는 올 추석엔 참 안 팔린다.

과일가게 사장 A씨는 “명절 때는 과일이 박스채로 나가줘야 하는데 올해는 먹을 만큼 한 봉지씩 사간다. 하루 5만 원도 못팔 때도 있다”며 “엊그제는 ‘비가 와서 배가 맛없으면 어떻게 하냐’며 하나 먹어보자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서 과일을 깎아줬더니 먹어보곤 그냥 갔다. 가격을 깎아준대도 싫다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찬가게를 하는 B씨도 올 추석엔 문을 일찌감치 닫아버릴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귀향하는 사람들이 적어져 반찬을 많이 사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아예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확 줄어든 탓이다. B씨는 “코로나 확산되고 나서 시장 자체를 안 와버리니 버리는 음식이 더 많다”며 “명절에 이틀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장사하는 것보다 푹 쉬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월요일부터 문을 닫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상인의 주름이 깊어진다. 

▲ 대형마트에 주류 코너에 선물 세트를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네 선물은 택배로, 내 선물은 백화점·마트서

“올해 코로나19로 면역력 강화 상품이 인기가 많은데 이건 그 중에서도 제일 잘 나가는 상품이고, 이거는 간편하게 짜먹는 타입이고, 또 이건…”

같은 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홍삼을 판매하는 매대. 점원의 설명을 듣던 방문객 C씨가 결국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매대를 지나쳤다. 홍삼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어제 이커머스에서 똑같은 걸 봤는데 2만 원 정도 더 저렴해서 택배로 주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정말 같은 상품을 본 건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굳이 추석 선물을 백화점에서 더 비싸게 주고 살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결국 선물세트를 구경하던 손님은 빵집으로 가 타르트를 포장했다.

같은 날 백화점에선 전통시장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한산하던 시장과는 꽤 많은 사람이 식품관을 메운 모습이다. 다만 추석을 앞두고 있음에도 선물세트보다는 베이커리, 커피, 샌드위치, 마카롱 등을 포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식품관 내 베이커리에서 마카롱을 구매한 대학생 D씨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을 내려가지 않을 예정이라 애초에 선물을 구매 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친구들과 홈파티를 할 예정이라 케이크를 예약하러 왔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추석상을 고민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예년 추석이었다면 과일이나 차례상 재료를 준비하느라 바쁠 시기지만, 코로나19로 귀향하지 않기로 하면서 올해는 평소와 같이 장을 보거나 본인을 위한 선물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

롯데마트 서초점 와인코너에서 만난 E씨는 본가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는 대신 마트에서 부모님의 선물을 구매해 택배를 부치고, 자신에게 줄 선물도 샀다. 그는 “부모님 댁에는 선물세트를 보내드렸다. 마트에서 바로 보내주는 택배 서비스가 있어 편리하다”며 “저는 집에서 마실 와인과 안주를 샀다. 생각해보니 명절 때 제 자신을 위한 선물은 산 적이 없었는데, 기분이 묘하다”며 웃어보였다.

아들과 장을 보러온 F씨도 아들에게 추석 맞이 선물을 사주러 마트에 들렀다. F씨는 “(아들이) 할머니댁에 가고 싶어 했는데 올해는 집에서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 오늘 저녁 거리를 사러 왔다가 아들 선물도 하나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카트 속에 아들이 고른 로봇 장난감이 담기자 식품코너로 향했다.

온라인은 물론 백화점, 마트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로 택배를 통해 선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택배업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온라인 쇼핑 성장으로 매년 추석 시즌 꾸준히 택배량이 늘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그야말로 택배가 쏟아지는 것이다.

택배업계, 비상체제 가동… 긴 장마에 과일보단 공산품 많아

한 택배사는 지난 21일부터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했다. 항상 명절 특수기에는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차량과 현장 인력을 예년보다 더 늘렸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전자상거래 급증으로 추석 물량 자체가 전년대비 20~30%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올 초에도 문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온 만큼, 이번 추석에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 상품군도 올 추석엔 변화했다. 명절 시즌에 택배 물량이 늘던 과일류가 줄고 공산품이 많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과일류보다 공산품 위주의 택배가 늘었다”며 “매년 추석 선물을 택배로 전달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추석 시즌 택배량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한편, 앞서 명절을 앞두고 택배대란 우려를 불러왔던 택배기사 파업이 철회된 만큼 택배 업계는 올 추석을 기점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올 추석 택배 물동량이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