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라이트형제가 동력 비행에 성공한지 한 세기만에 또 다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라는 '하늘 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40년에는 UAM 시장 규모가 약 17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이 앞 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 정부도 무너져 가는 제조업을 다시 살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UAM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는 물론이고 자동차, 소재 등 부문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UAM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더욱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형 UAM가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수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술 수준과 인프라 등 하드웨어 측면은 물론이고 법적·제도적 문제, 사회적 인식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과제도 산적해 있어서다. 

▲ 미래형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K-UAM 갈 길 바쁜데… 해결 과제 ‘산 넘어 산’

2025년 서울 상공에서 에어택시를 보기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은 비행체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UAM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드론 및 개인용 항공기(PAV) 산업의 최근 동향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AV는 개발기-성장기-성숙기 가운데 개발기 수준(47.5%)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국내 PAV 기술 수준은 최고 선진국 대비 70~80%로 수입의존도가 높고, 가격 및 품질 경쟁력도 낮은 편이다. 

eVTOL과 같은 개인용 항공기 개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2가지로 추릴 수 있다. 배터리 기술과 여러 개의 모터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 분산전기추진(DEP) 기술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배터리 소재 혁신과 기술 개발에 향후 5~10년의 기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 공개된 eVTOL 중에서는 100% 전기로만 움직이는 비행체는 없다. 제트 엔진을 갖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전기 동력으로만 움직이는 비행체를 생산하기 위해선 배터리팩 원가는 물론 소재 혁신이 필수다. 에너지 밀도와 수명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도 중인 우버 엘리베이트는 항공편 간 8~9분의 유휴 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EV(전기차)용 배터리 충전시간이 25분임을 감안할 경우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프라 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성공적인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수직이착륙 기술 덕분에 공항과 활주로는 필요 없지만 최소한의 이착륙 공간, 충전·정비 시설, 기존 교통수단과의 연결(환승) 플랫폼은 필요하다. 실제 우버 또한 댈러스와 LA에서 비행 실험을 하기 위해 미국연방항공청(FAA)과 협력해 eVTOL 200대의 이착륙 거점이 될 스카이포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스카이포트를 20개 이상 소유한 미국의 샌드스톤 부동산 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법과 제도의 정비는 물론 사회적 수용에 관한 논의다. 

UAM 시장의 경우 자율주행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규제가 예상된다. 미국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대표 규제 기관이며, 향후 UAM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FAA는 현재 DEP 기술 관련 표준을 마무리하고 있고 55파운드 미만 항공기의 초기 운항을 허용하는 새로운 무인 드론 표준 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VTOL의 경우 새로운 비행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며 이는 규제당국과 제조업체간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eVTOL이 자동차인지 비행기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았다. 여기에 UAM의 기본이 되는 드론의 경우 취미용 조차 서울 내에서 띄우기 어렵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국가 주요시설이 밀집한 지역과 군·민간비행장 반경 9.3km에서는 고도 150m 이상으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아울러 야간이나 황사 등으로 드론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드론 비행은 금지돼 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특별히 가능하다. 

사회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뉴욕은 경우 9·11 테러의 트라우마로 인해 여전히 마천루에서 비행체가 다니는 것에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사우디 정유설비에 대한 드론테러는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과 3차원 공간에 법적인 보호막을 쳐야한다는 부정적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사생활 침해, 소음, 보안 등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구비돼더라도 대중이나 정치권 등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면 상용화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모빌리티 시장에서 타다가 결국 기득권과 정치권에게 수용 받지 못해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수용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밖에 항공 교통 관리 시스템,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사이버보안은 물론 초기 비행체 운행에 필요한 조종 인력 확보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5년 안에 하늘 나는 택시 볼 수 있을까… “규제부터 없애야”

이에 UAM 상용화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UAM 선도기업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독일의 볼로콥터는 2011년 시제기 개발이후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도심유인비행을 싱가폴에서 최초로 실시했다. 중국 이항의 경우 2012년말 개발에 착수해 2016년 초도비행을 실시했다. 미국의 Wisk는 2010년에 개발을 시작해 2018년 2인승 기체인 Cora비행을 실시했으며, 에어버스 또한 2015년 타당성 연구 이후 올해 1월 시제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즉, 2016~2018년 최초 비행이 이뤄진 비행체들이 아직도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실증과 이를 통한 인증기준 마련 및 인증획득이 이뤄지는 단계라는 말이다. 업계에서는 UAM을 위한 비행체 인증에만 5년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과 제도는 물론, 사회적 합의까지 거칠 경우 상용서비스까지는 시간이 더욱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UAM 시장 진출을 위한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상용화다. 한국이 UAM 시장의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기술력 확보는 물론이고 규제 혁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설명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항공 기술의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PAV라던가 UAM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UAM 수요가 필요한 서울시나 수도권에는 공역 규제 문제가 있다. 안보나 국방 문제가 있어 이것에 대한 규제 혁신 없이는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적 수용성 높이는 동시에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제약요소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돼야만 상용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5년 안에 시범 비행은 충분히 가능 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1인용 유인 드론 등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느 수준의 비행인지 봐야 알겠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법적·제도적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본다. 안전이나 면허 등 규정 적립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자율주행차도 하나 거리로 나오지 못하는 규제 일변도 국가”라며 “샌드박스로  몇 개의 규제를 손볼 것이 아니라 총체적 네거티브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대기업이야 설득해서 국내에서 사업을 하게 할 수 있지만 기술력 갖춘 중소기업들은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 또한 일반 자동차 보다 안전도가 더 보장돼야 하는 만큼 산학연구원이 기술 융합 등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선 항공업계와 자동차 업계, 배터리업계와 IT업계 등이 협업과 기술 교류를 하고 eVTOL 관련 스타트업이나 부품업체를 지원해 동반성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우버의 경우만 봐도 다양한 스타트업은 물론 기업간 유기적 협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경쟁자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야는 돕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