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5·10부동산 대책은 거래여건은 좋아졌지만 매수세를 끌어낼 대책이 빠진상태여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은 강남 개포동 전경.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부동산시장은 ‘환호’ 보다는 ‘우려’를 먼저 내비쳤다. 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5·10 부동산 대책’은 ‘빗장’을 연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시 ‘부자정책’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번 대책의 최고 이슈는 ‘해제’가 아닌 부동산시장의 지속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10일 내놓은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완화해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금리우대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5000억원 추가지원 등 실수요자 내집마련 지원책이다.

세 번째는 1세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보유요건 완화(3년→2년), 일시적 2주택자, 종전주택 처분기한 연장(2년→3년) 등 주택거래 세부담 완화다. 네 번째는 2~3인용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자금 지원 확대와 2세대 이상 거주 가능한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규제 완화 등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다.

마지막으로 1대1 재건축시 주택규모제한 합리적 개선과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 건설규제 완화 등 사업 특성에 맞는 주택건설 여건 조성이 이번 5·10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강남시장을 열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알맹이가 쏙 빠져있다는 것이 현재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송파구의 A중개업소는 “이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던 부분”이라며 “지난달부터 이런 사실들이 시장에 반영됐고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 등 재건축단지 투자심리 반짝 상승
물론 부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개포지구 등 재건축 단지는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개포지역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개포지역은 2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형평형 비율 완화와 강남투기지역 해제와 함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C공인중개사는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등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 외에도 당장 눈에 보이는 거래량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강남3구를 축으로 매수세를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으면 그 온기가 전체로 퍼져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12월 대선을 의식한 탓인지 강남권 주택시장 규제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 대책이 오히려 최근 강남3구 주택시장 회복세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대책 기대감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반짝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른 실망감에 급매물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한 달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대책에 대한 실망감과 유럽발 위기 재연가능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감까지 겹쳐 호가가 일제히 빠지고 있다.

재미있게도 ‘5·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같은 시간에 서울 지역 아파트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고가의 아파트들이 대거 떨어졌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10일 현재 서울 전체 아파트 114만1238가구를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10억원 이상 아파트는 11만3823가구로 전체의 9.9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06년 4월 이후 6년만이다.

특히 5·10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3구와 양천구 등 버블지역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송파구 지역의 10억원 이상 아파트는 2009년 9월 3만3852가구에서 현재 1만4658가구로 1만9194가구가 증발해 낙폭이 가장 컸다. 비중도 34.81%에서 14.72%로 20.09%포인트 감소했다. 강남구는 5만2053가구에서 4만979가구로 1만1074가구가 사라졌다. 비중은 57.24%에서 44.08%로 떨어졌다. 양천구는 1만2446가구에서 6787가구로 줄어 비중 역시 25.93%에서 12.75%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서울시와의 정책 불협화음도 문제
이번 5·10부동산 대책의 최대 관심사는 DTI ‘총부채상환비율’(DTI)이었다. 이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이번 대책 발표는 DTI를 얼마만큼 열어주느냐가 관심사였다. 박 대표는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내놓은 대책이면 반드시 수요를 자극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DTI 규제 완화나 취-등록세 감면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DTI나 거래세 인하 조치가 빠지면 시장의 파급력이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에 내놓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기존 40%에서 50%로 완화된 것 역시 수요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그 자체로만 보면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세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 매물만 쌓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 협조 없이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우려’를 더욱 부추기는 이유다. 정부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와 상관없이 서울시가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쥐고 있어 재건축 시장 등에 효과가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12-7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정부와 서울시간 정책 엇박자로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서울시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그린 부동산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