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출처=KB금융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50일 뒤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2014년 외풍과 내홍에 휩싸인 KB금융에 구원투수로 나선 윤 회장이 사상 첫 3연임 수장에 오르게 된 것이다.

출범 이후 12년의 역사에서 절반인 6년 동안 KB금융을 이끈 윤 회장에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다시 한번 신뢰를 보낸 이유는 분명하다. 

윤 회장이 지난 6년간 조직 내부를 수습하고 경영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며 KB금융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리는 데 성공해서다. 코로나19, 빅테크와의 경쟁 등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을 잡는데 윤 회장의 안목과 경험, 전문성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회추위의 판단이다.

▲ KB금융지주 본사. 출처=KB금융
'하나의 KB'·'리딩뱅크 위상 회복' 위해 달려온 6년

"KB재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작합시다."

윤 회장이 2014년 11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힌 일성이다. 

이날 윤 회장은 '리딩뱅크 위상회복'과 '하나의 KB'를 강조했다. 당시 윤 회장에겐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수익성 회복과 'KB사태' 등 집안 싸움으로 땅에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이 급선무였다. 윤 회장의 지난 6년은 이날 취임사에서 KB직원과 KB고객에게 약속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리딩뱅크 위상회복 방안으로 △비은행부문 강화 △고객 신뢰 회복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올해 푸르덴셜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들을 잇달아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한다. 몸집과 맷집을 키운 KB금융은 영업력이 강화됐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KB사태 등으로 하락한 고객 신뢰도 단시일 내 회복했다. 2014년 국가고객만족도 은행부문에서 2위였던 순위는 취임 직후인 2015년 1위로 올라선 이후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KB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돼 합력해 선을 이뤄야 한다"며 조직 안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조직 화합이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선제 조건이라는 게 윤 회장의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한시적으로 회장직과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당시 KB금융이 정치권 등 외풍에 취약했던 데다 지주와 은행간 대립으로 조직이 크게 흔들렸던 데 따른 응급조치였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도 수술대에 올렸다.내부 수습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 선임을 투명화하고 비상설기구였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전환했다. KB사태 직전 교수 출신에 편중됐던 KB금융 이사회 구성도 경영, 금융, 법률, 회계 등 실무 인사들 두루 등용해 다양화를 꾀했다. 경영승계 프로세스도 손 봤다. 윤 회장은 경영진 육성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지주와 계열사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대한 안정적인 인사프로세스가 정착되도록 했다. 

2017년 11월 연임 성공으로 시작된 '윤종규 2기' 체제에서 윤 회장은 회장직과 은행직을 분리하며 은행장 자리를 내려놓았다. 이는 지배구조 개선과 조직 안정화 수준이 윤 회장이 기대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함께 KB금융에는 '지배구조 개선-조직 안정화 제고-경영실적 개선' 세 단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조직 안정화 토대가 마련되자 윤 회장은 계열사 시너지를 높이는 '원 펌, 원 케이비'(One firm, One KB) 전략에 속도를 냈다. 지역거점점포인 종합금융센터 수 확대, 김포 통합IT센터 운영을 통한 계열사 디지털 인프라·통합이 대표적이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도 윤 회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하나의 KB' 구현의 연장선이다.

▲ 자료=KB금융
순이익 V자 턴어라운드…2017년 신한금융 꺾고 'V' 

리딩뱅크를 향한 새로운 시도에 조직 구성원들은 호응했고, 경영실적 개선도 숫자로 나타났다. 윤 회장이 KB재건의 골든타임을 잡은 것이다.  

윤 회장이 취임한 이후 KB금융은 순이익 V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역대 최대 순익을 거두며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KB금융 경영사가 윤 회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B금융은 출범한 2008년 순익으로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이 지난 2011년 순익은 2조4000억원으로 2008년 대비 26.3% 성장하며 순항했다. 그러나 2014년 외풍과 내홍에 휩싸이며 순익도 1조4000억원으로 41.6% 급감했다. 3년 새 반토막 난 순익은 윤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부터 반등세를 이어가며 2017년 순익 3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3조원' 밴드를 돌파한 것이다.

순익 개선에는 적극적인 비은행부문 M&A가 주효했다. 윤 회장은 2015년 당시 업계 2위 손해보험사였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6년에는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하고 2017년 1월 자기 자본 기준으로 국내 3위에 이르는 KB증권(KB투자증권+현대증권)을 출범시켰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3조원대 순익을 기록하며 견고한 순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윤 회장 취임 이후 자산성장률 역시 대폭 증가했다. KB금융 출범 직후 2008년 말 268조원이던 자산은 2014년 말 308조원으로 6년 새 14.9%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성장률은 2.3%다. 

반면 윤 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말 308조원이던 자산은 2019년 말 519조원으로 68.5%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성장률을 환산하면 11.0%다. 윤 회장 취임을 전후해 연평균성장률이 5배포인트(p)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가총액의 경우 은행관련주가 다소 부침을 겪으며 혼조세가 있었으나, 23일 기준 KB금융 시총은 15조5720억원으로, 신한금융 13조1762억원보다 2조원 이상높다. 2014년 말(12월 31일) 기준 시총 15조311억원으로 당시 신한금융 시총(21조2203억원)보다 6조원 이상 뒤쳐졌던 것과는 6년 새 달라진 KB금융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KB금융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속한 해외사업에서도 동남아와 선진국을 집중 공략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치며 괄목할만 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자산 규모는 취임 당시인 2014년 45억580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 167억7300만달러로 약 3.7배 늘었다. 이와 함께 그룹 자산 내 비중도 1.5%에서 4.8%으로 증가했다.

"빅테크 경쟁·ESG경영 이끌 적임자"

회추위가 윤 회장과의 세 번째 동행을 선택한 데는 세간에서 '윤종규 매직'으로도 불리는 마술같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물론, KB금융의 디지털 혁신과 ESG 경영 내재화를 이끌 적임자이라는 이유도 한 몫했다. 회추위는 이번 숏리스트(최종 회장 후보자군) 심층 면접에서 ▲디지털전환(DT) 전략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추진 전략 등을 주요 평가요소로 봤다.

출범 이후 KB금융 경영사 절반에 이름을 새겨온 윤 회장은 디지털금융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남다른 안목과 경영철학을 드러내 왔다.

특히 윤 회장은 영업·프로세스·인프라를 아우르는 전 방위적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KB금융만의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이다. 

영업 측면에선 중고차에 금융을 융합한 'KB차차차'가 디지털 혁신을 이끈 대표 사례다. 2016년 론칭한 KB차차차는 중고차 매물 등록대수가 14만대를 돌파하면서 온라인 중고차 거래 1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로봇 자동화시스템(RPA) 도입으로 전 그룹 180만 시간 수준의 업무를 자동화 시키며 프로세스 혁신도 이끌어 냈다. 인프라 개선으로는 외부와 협업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IT플랫폼인 '클레온'(CLAYON) 구축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권 최초로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 안전성 평가에도 통과하는 성과를 이뤘다.

ESG경영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KB금융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국내 금융기관 첫 사례다. ESG위원회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이사 전원(총 9명)으로 구성돼 그룹 ESG 경영 이행을 담보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선우석호 회추위 위원장은 "윤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라면서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라며 윤 회장 단독 추천 배경을 밝혔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윤 회장은 단기간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2위와 30% 이상 격차를 벌리고 리딩뱅크로 선언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