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정감과 안전감을 분리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A는 직장인으로 살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 사직서를 쉽게 던지지 못한다. 이유는 하나, 밖에 나오면 지금 만큼의 수입을 누가 보장해주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갈만한 회사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 있어 일에 대하여 특별한 가치를 부여 하지도 않고 있다. 그저 지금의 상태가 가장 익숙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에는 지금의 패를 던질 생각이 없다.

대다수의 직장인이 이렇게 산다. 조직에 기대어 한없이 안정감 또는 안전감을 즐기려고 한다. 사실, 즐기지는 못한다. 막상 들여다 보면, 한 없이 불안하다. 마치 정글 속에서 언제 맹수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초식 동물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세를 낮추고 ‘드러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자칫 나섰다가, 일을 떠맡아 책임을 질 만한 상태가 되는 주변의 동료 선후배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새로운(?) 시도 없이는 미래의 안정감 또는 안전감을 유지할만한 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한다. 단, 그 일은 과거에 내가 해본 일이고, 그와 유사한 일이고, 거기서 양 또는 질적인 면으로 혁신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Routine의 범주 속의 일이다. 그런 경향을 띄며,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다.

 

안정감 – 주변의 영향에 의해 갖게 된 현재 기준의 심리적 안정.

안전감 –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안정된 상태가 주변 및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 될 가능성이 높을 때 느끼는 감정.

직장인에게는 위의 두 감정이 늘 교차한다. 평소에는 안정감이 주위를 감싼다. 그동안의 해왔던 일을 계속하면서 앞으로도 주어진 일을 꾸준하게 하면 된다고 스스로 믿게 된다. 여기서 주로 ‘안정감’을 느낀다. 그 일의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직장 속 일상의 위협 요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안정감만으로는 자신의 미래가 걱정된다. 언제까지 지금의 일을 하면서, 연봉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지,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만, 지금의 일이 주는 ‘익숙함’으로 다른 선택을 쉽게 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목표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자신의 ‘안정감’이 침해 받는다고 여겨 신경질적 반응까지 보인다.

그런데, 안정감만으로는 직장생활을 하기 어렵다. 안전감 속의 안정감 추구를 통해 익숙함으로 부터 멀어지는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속도를 자랑하는 현장에서는 ‘안정감’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기도 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의 실체에 대해 자신의 식견을 높이면서 그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 및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함이다. 단,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되어야 한다. 나의 안정감 또는 안전감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안정감, 안전감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발전시키고, 실행할 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하나는 ‘조직으로부터 부여 받은 일(책임)의 양을 줄여, 더 적은 일을 하면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내려고 하는 쪽’이다. 이들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에 대해서 늘 궁리하고, 전혀 다른 Input을 통해 동일한 Output을 내는 것을 즐긴다. 그 방식 자체가 익숙하기 때문에, 일 또는 직장에 관계 없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이 내재되어 있다.

단, 전혀 다른 일을 맡거나, 같은 일이지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에는 거부 반응을 보인다. 괜히 그로 인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감 보다는 안정감’에 중점을 두고 일하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현재 하는 일을 대체할 또 다른 일을 찾거나, 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타입’이다. 이들은 일의 효과성에 대해서 우선 고민한다. 일의 연관(연결)관계를 생각하고, 나와 연결된 이들의 사슬(Chain)을 고려하여, 그 연결로 인해 만들어야 하는 가치 및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행 과정에도 이러한 세심함을 반영하여 운영하는 타입이다.

단, 위의 타입과는 정반대로 무조건적으로 효율적 또는 단편적 목표 등을 위해 어떤 일을 실행하는 것에는 심심한 반응을 보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상황 및 환경 통제력을 높여, 지배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둘다 각자의 익숙함이 있다. 과연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두 가지 면을 다 갖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따라서, 자신이 일하던 방식과 습성 등이 가진 공통된 ‘익숙함’으로 부터 언제든지 멀어질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 익숙함이 안정감과 안전감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일이든 일상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자신이 해왔던 대로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함께 하는 이들도 별 이견이 없다면 ‘완벽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 ‘완벽한 것’이 존재할까. 일은 철저히 상호작용의 관계에 의해 현재 수준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금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듯이 말이다.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기능면에서 우수해졌을 뿐이다. 그 우수한 기능(면)이 원래 그 제품을 쓰던 이에게는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이를 판단하는 것은 ‘받은 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일을 주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와 동일한 답을 줬다고 해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조직)의 안정감, 안전감의 tone & manner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차상 완벽할 수 있어도, 결과상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정감과 안전감은 절대 ‘결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결과에 의한 안정감과 안전감에 젖어 있다면, 그 익숙함 부터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다. 과정(절차)의 우수성이 진짜 안정감 또는 안전감이 될 테니 말이다.

 

지금은 늘 변하고, 그 변화를 이끌거나 따르지 못하면 안정감과 안전감은 한낱 추억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