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조금 민감한 발표 내용이 있는데요. 그 해명자료를 추석 전에 내는 것과 후에 내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사내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내용이라서 추석전에 스리슬쩍 내버리는 것이 더 낫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예전 온라인이 없고, 종이 신문과 저녁 TV방송만 있던 시절에는 데드라인과 연휴 전후의 시점 개념이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가장 일반적 원칙이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데드라인 이전에 하라’는 것이었지요.

데드라인을 넘긴 시간에 부랴부랴 해명이나 반박을 하면 기술적으로 이틀 후에나 언론에서 다루어 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기업이 신문이나 방송의 데드라인을 챙기는 관례가 그래서 생겼습니다.

주말이나 추석 같은 장기 연휴 시점과 관련해서도 예전에는 일부 기업이 부정적 내용을 연휴 직전에 보도자료로 뿌려 희석시키는 기법을 활용하고는 했습니다. 연휴 직전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후 며칠간 기자들이 정상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을 묵은 뉴스로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는 상당 기간 유효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언론이 온라인으로 대거 확장되면서 사실상 데드라인 개념은 사라졌습니다. 주말이나 연후에도 의미 있는 뉴스라면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 보도되고 소셜미디어로까지 확산됩니다. 물론 평일과의 상대적 경중은 아직도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희석이라는 개념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차라리 수비 관점에서 주말 저녁이나 토요일, 연휴에 발생한 이슈나 위기상황은 기업측에서 핸들링 하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오프라인 진공상태에서 며칠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맹렬한 여론의 판결이 나버린 채로 삭막한 월요일을 맞게 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입니다.

고민하시는 것처럼 민감한 부정 내용의 보도자료를 추석 직전에 배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술적 이견이 없습니다. 단, 예전처럼 희석될 것이라는 단순 예상으로만 그리 하신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해당 보도자료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목받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후 소셜미디어를 통한 감별과 숙성의 과정을 연휴 내내 거치게 될 것입니다.

만약 해당 내용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별반 관심 받지 못할 성격의 것이라면, 추석 직전 배포는 문제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그들에게 주목받을 성격의 것이라면 좀더 고민해야 합니다. 연휴 기간동안 그 내용이 온라인에서 대대적으로 활성화되고 명절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열성적으로 회자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 기업측에서는 연휴기간 동안 대응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내용입니다. 그것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중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오프라인 언론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환경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예전 같이 어수선한 시기에 스리슬쩍이라는 개념은 효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좀더 전략적으로 정교화 되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