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금융지주 전경. 출처=NH농협금융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NH농협금융그룹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사업에서 자산 6조원, 당기순이익 1600억원, 해외점포 13개국 28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해의 단기성과가 아닌 향후 5년, 그리고 그 이후를 바라보며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한 단계씩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후발주자 불리함 극복 열쇠 중·장기 전략 통한 내실 다지기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주 열린 농협금융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 “글로벌 사업 초기 단계인 농협금융은 코로나19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은 현지 영업 기반을 내실있게 구축하고, 향후 글로벌 사업의 성장에 대비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실 강화’는 농협금융이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에도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위해 내실있는 글로벌사업의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글로벌 진출 후발주자로 꼽힌다. 2012년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이후 금융부문의 해외진출을 본격 진행했고 2017년에서야 지주·은행에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그럼에도 성과 중심의 단기 성장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실있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지점·법인 단독 설립 등 내부 역량을 활용한 사업 확장과 해외 파트너사를 연계한 지분투자 등 외부 역량을 활용한 성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금융은 9개국 16개 해외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해외점포 총자산 1조3565억원, 당기순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2025년까지 자산 4.4배, 순익은 5.5배로 확대하고 해외거점을 4개국 12개 더 늘릴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특히 올해를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점으로 삼고, 글로벌 사업이 견실한 미래 수익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의 4대 핵심가치로 ▲농협 특색의 ‘차별화(Differentiation)’ ▲세계화 및 현지화를 강조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진출의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 ▲공익적 농협의 이념을 확산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 중심의 네트워크 확대, 글로벌 IB 강화, 도전적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진출을 3대 전략으로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협동조합 시너지로 독자 진출 한계 극복

그간 농협금융은 농협과 유사한 철학을 공유하는 현지 협동조합 또는 농업계 기업과의 합작·협력을 통한 글로벌 전략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계열사 독자 진출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룹형 해외 진출로 범농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미안마 투(THOO)그룹과 여신전문회사(NBFI)에 대한 지분투자를 준비중이며, 인도에서는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조인트벤처(JV)방식으로 여신전문금융 자회사에 투자해 현지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농업은행인 아그리은행의 현지 영업 기반을 활용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파트너사의 현지 경험과 네트워크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은 베트남 호치민, 인도 뉴델리, 중국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 및 미얀마 양곤 사무소 설립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과 은행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영업망 확대에 한걸음 다가섰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중국 금융당국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에 지점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냈다. 2013년 설립한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위한 절차로 본인가까지 완료되면 내년에는 중국 내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5대 은행 중 농협은행만 중국 지점 혹은 법인이 없는 상태다.

농협은행은 작년 여름부터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해왔다. 중국에서 사무소 형태로는 은행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농협은행장은 베이징을 직접 방문해 은보감국 고위급 관계자들을 만나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에 대해 논의했고 2021년 하반기 핵심 거점인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1년 여 만에 신청서 접수를 마치며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농협은행은 글로벌 IB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홍콩과 호주 시드니에 새로운 지점 개설도 준비중이다.

NH투자증권은 현지 영업인력 지속 확충, 베트남법인의 리테일영업 강화, 싱가포르법인 지역 투자전문가와 네트워크 구축 등 비즈니스모델 다각화 및 사업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은 법인 형태의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수익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온 중국 궁샤오그룹과의 증권 및 손해보험 합작사업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말 사업성검토 및 예비협상을 진행하면서 진전을 보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멈췄다. 농협금융은 코로나19 완화 추이를 지켜보며 올해 하반기 사업추진 논의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타 지주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었지만 무리한 외형확장 보다는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추진중”이라며 “2025년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으나 현지 합작사와의 관계, 금융당국 인가 등의 문제가 얽혀있어 의지대로만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어려움까지 있지만 농협금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협동조합의 강점을 살려 해외 협동조합 금융사와의 협력사업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