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맞이하는 첫 명절. 올해 추석은 예년과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집집마다 차례와 성묘 일정이 오가는 가운데, 올해 추석은 ‘비대면’으로 지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 합정동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올 추석을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올해는 모이지 않기로 친척 간에 얘기가 됐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각자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60대 B씨 일가도 친척 모임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는 “동생이 몸이 아픈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약도 없다고 하더라"면서 "친척 중에 돌이 막 지난 어린 아이도 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감염위험 때문에) 그렇고 돌봐줄 사람을 찾기도 마땅지 않다. 지난주에 나와 아들 몇 명만 가서 벌초를 했다"고 전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추석이 2차 유행의 도화선이 될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모여 단란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풍경은 올해에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온라인 성묘’ 열풍이 뜨겁다. 직접 성묘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이 온라인 서비스 제공에 나선 것이다. 낯선 풍경이지만 인기를 끌면서 인천가족공원 등 몇몇 추모 공원의 사전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황이다. 국가보훈처도 전국의 11개 국립묘지의 방문을 제한하면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며 사전예약이 마감될 수 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가 이에 지원사격에 나섰다.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사용하면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간편하게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17개 시도의 추모시설을 찾을 수 있는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e하늘 온라인 추모관’을 선택하면 된다.

영정사진과 차례상, 헌화, 분향을 위한 기능이 제공돼 실제 차례를 지내듯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첩과 추모글을 게시해 함께 읽거나 친척들에게 SNS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석 풍속도가 변신하는 가운데 귀성길 풍경도 달라질 예정이다. 올해 추석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포장 음식만 가능하도록 방역 지침이 꾸려지면서다. 명절 때마다 면제되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유료로 전환한다.

연휴날 도로에는 렌트카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친척집을 방문하던 이들이 대면접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자가용을 빌리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KTX를 타고 대구를 방문했던 장모(34세)씨는 "열차보다는 접촉이 적을 것 같아서 렌트카를 빌리려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중교통 기피가 확산되면서 올해 추석에도 교통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방문객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가용을 이용은 늘어나 고속도로 막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부에도 비대면이 등장했다. 예전에는 친척집을 직접 방문해 과일과 건강식품 등 추석센물세트를 전달했지만, 올해에는 온라인을 통한 ‘선물하기’ 기능이 인기를 얻고 있다. 11번가와 카카오톡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결제하고 문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선물 받을 주소와 날짜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제품의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고 반짝 특가를 노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명절 대목을 준비 중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하면 카드혜택이 추가돼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 고양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생선이나 고기는 전날 마트를 방문해 구매할 생각이지만, 냉동식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있다”면서 “가격은 비슷한데 카드 혜택이 쏠쏠하다”고 전했다. 카드사들도 추석맞이 온라인몰 프로모션을 추진하는 중이다.

반가운 친지들의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OTT서비스와 게임 등 다양한 오락거리를 찾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귀성을 포기한 직장인 C씨는 부모님댁이 있는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고 자취방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그는 “올해는 가지 못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면서 “추석날 집에 머무르며 지인 한두 명과 음식을 먹고 웨이브로 못 본 영화를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대면이 확산되는 만큼 온라인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부 연락, 택배알림이나 선물 메시지로 위장해 스미싱 문자를 보내거나 악석코드를 유포하는 등의 보안 위협이 커지는 중이다. 가족과 친지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다고 해도 통화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걱정반 기대반 추석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행본능을 참지 못하고 '추캉스'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주요 관광지의 대형 리조트와 호텔에선 만실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에는 연휴 동안 20만명이 방문해 여름 성수기를 방불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예약율도 50%를 넘어섰다.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있는 강원도 또한 호텔 94.9%가 예약됐고, 리조트에 이어 소규모 펜션들도 속속 예약이 마감되는 중이다.

방역 당국은 추석 특별 방역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관광지에 방역 수칙 지도를 담당하는 방역요원 3200여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방역지침의) 범위와 내용은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생활방역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 기간은 가을철에 코로나19의 유행을 다시 맞을지, 아니면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