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포드코리아(이하 포드)가 연내 수입 픽업트럭을 국내 출시할 것이란 계획으로 언론을 비롯해 외부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브랜드별 신차가 출시되는 등 부상하고 있는 차종인 픽업트럭은 포드에겐 브랜드 신뢰를 회복할 수단 가운데 하나다. 포드는 허위광고 등 각종 논란으로 작년 이후 상실한 시장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의 2016~2020년 자동차 판매실적 추이.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포드는 수년 전 국내에서 자동차를 1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해오다 각종 변수 때문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드의 지난 1~8월 판매실적은 6204대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기록한 8737대와 비교하면 높은 월 평균 대수(775.5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기세를 이어갈 경우 1만대를 기록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포드는 앞서 지난 2015~2018년 4년 연속 자동차 판매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를 출시한 후 호응을 얻는 등 호재에 힘입어 국내 수입차 업체의 ‘성공 기준’인 1만대를 기록했다.

다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신감이 고조되고, 경영진 비리 의혹 등 각종 잡음이 발생함에 따라 포드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포드는 지난 2015년 이후 두 차례 차량 성능을 허위로 광고한 의혹에 휩싸였다.

포드의 공식 딜러사 가운데 한 곳인 선인자동차는 201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광고 사실로 시정명령, 과징금 1억4900만원 등 제재를 받았다. 준대형 세단 토러스의 2014년식 국내 수입 모델에 힐 스타트 어시스트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음에도 광고물엔 해당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어 작년 말 포드 익스플로러의 광고물에서도 실제 국내 출시 차량엔 없는 기능을 탑재된 것으로 표시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포드가 당시 제품 출시 보도자료를 통해 익스플로러에 후진 제동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후진 제동보조 시스템은 차량 후진 중 충돌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 나타날 경우 자동으로 멈춰서는 기능 체계다.

포드는 두 허위광고 사건 모두 미국 본사의 차량 홍보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용 광고물에 담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해당 사건의 발생 경과와 수습 과정을 지켜본 고객들 가운데선 포드에 실망한 여론이 나타났다.

포드, 링컨 등 차량의 마니아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동호회에는 “포드는 마니아 고객들로부터도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독단적인 결정이나 신비주의 마케팅은 지양하고 겸허한 자세로 한국 시장을 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누리꾼 게시물이 게재되기도 했다.

▲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가 13일 링컨코리아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모습. 출처= 링컨코리아 유튜브 공식 계정 캡처

‘비리 의혹’ 전임자 공백 채운 제프리 사장, 할 일 산더미

지난 19년 간 포드 한국 사업장을 이끌어온 정재희 전 사장이 비공식적으로는 불명예 퇴진한 점도 포드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는 등 악재로 작용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 전 사장은 지난 1월부터 공식 사임하기까지 한달 여 기간 동안 모 딜러사와의 업무비리 관련 의혹에 연루됨에 따라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본사 입을 빌려 정 전 사장이 은퇴했다고 밝힌 것 외에 비리 의혹에 대해선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다.

정 전 사장에 이어 지난 3월 초 부임한 데이비드 제프리 사장은 포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객경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등 올해까지 19년째 포드에 몸 담은 인재다.

제프리 사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놓은 전략은 정 전 사장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화해야 할 기본적인 역량에 전략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계승되는 모양새다.

포드는 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비롯한 친환경 신차를 출시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상품 전략에 공들이고 있다. 정 전 사장이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한 세부 전략과 동일하다. 이와 함께 당초 올해 출시하려던 픽업트럭 랩터를 내년 판매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컨은 그간 포드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선을 그을 수 있을 만큼 마케팅 활동 측면에서 구분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감성의 브랜드로 소구할 수 있는 이점을 갖췄다. 실제 포드는 올해부터 링컨 판매실적을 포드 실적과 별도 구분해 KAIDA에 제출하고 있다.

친환경차, 픽업트럭 등 두 차종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 트렌드로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고 입지를 강화하는데 활용할 만한 소재다.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 관심이 늘어나는 한편 픽업트럭 시장이 점진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사장은 지난 7월 포드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영상에 등장해 “포드코리아에 합류한 이후 한국 수입차 시장과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기대하는 것을 알아보는데 시간을 보냈다”며 “포드코리아팀과 긴밀히 협력해 고객 기대와 미래에 적합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