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11일 2012년 8월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해 새로 산정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토대로 지금껏 지급하지 않은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두산모트롤 직원 105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지급 청구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와는 달라진 결론으로, 항소심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로 임금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사측의 항변을 인정했었다. 같은 취지의 판결은 이전 다른 재판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20일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천명의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직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는 노조의 추가 임금 지급 요구에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반한다는 항변을 했지만, 대법원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 통상임금 소송, 쟁점은 무엇인가?
통상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근로기준법, 이하 근기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으로 해고예고수당(근기법 제26조), 가산임금(근기법 제56조), 연차휴가임금(근기법 제60조 제5항) 등 기본급 이외의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즉,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커지면, 그에 비례해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가산임금의 규모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통상임금의 범위라는 것이 법을 통해 명확히 규정된 것이 아니라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3가지 요소에 의하여 해석을 통해 확정되다 보니 과연 어느 범위까지를 통상임금으로 볼지에 대하여 노사 간에 입장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노사는 지금껏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해 놓고 이를 기준으로 가산임금을 산정해 왔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러던 중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는 1차적으로 근기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기법 기준과 달리 단체협약 등으로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즉 성질상 근기법 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으며, 근기법의 기준에 미달하는 범위 내에서의 노사 합의는 무효이므로 근로자는 추가임금으로 이를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근로자가 추가임금을 청구하였을 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으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신의칙’을 적용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대법원 2013. 12. 16. 선고 2012다89399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① 근기법 상 명시되어 있음에도 지급받지 못한 항목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② 이에 대한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으로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여전히 고무줄 잣대 오명 벗지 못한 ‘신의칙’ 판단기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신의칙’은 말 그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법관이 사회적 통념에 입각해 판단하는 것인데, 실상 이는 법관의 재량이라는 말로 대체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어서 사건의 성질 못지않게 재판부의 성향도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2019년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모호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앞서 살펴본 두산모트롤, 기아자동차 사건에서 근로자들의 청구를 받아주었던 대법원은 그에 앞선 7월 한국 GM, 쌍용자동차 사건에서는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여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반면, 6월 두산중공업 사건에서는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여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 통상임금 리스크 어떻게 피하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통상임금 소송의 관건은 추가임금 청구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인가의 여부다. 그러나 ‘신의칙’의 적용 여부는 소송 과정에서 법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입장에서 ‘신의칙’을 고려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임금 체계를 최대한 단순화하여 오히려 통상임금 소송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동안의 임금 체계는 통상임금의 증가를 회피하기 위해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신설하는 쪽으로 복잡하게 구성해 왔다면, 앞으로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기본급화하고 기업복지제도는 임금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실제 필요한 복지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기상여금의 일부는 경영성과급으로 전환함으로써 성과주의 보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즉, 경영성과에 무관하게 고정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이 아닌 실제 경영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보수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