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간 LG화학 주가 추이. 출처=갈무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LG화학(051910)이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과 물적분할을 택하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진 전지사업본부의 분사설에 대해 대미를 찍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 사이에 물적분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분할을 보면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다. 두 형태 모두 서류와 회계상 기업을 분할한다는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분할 기업의 소유권에서 차이가 난다. 물적분할은 분할 기업의 지분 100%를 분할 전 기업이 갖지만,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도 분할 기업의 지분을 갖게 된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은 전지사업본부를 신설기업으로 만들고, LG화학이 지분 100%를 소유한다. LG화학은 계획대로 분사 완료 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별도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수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량이 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설기업의 가치 역시 널뛸 전망이다.

그러나 LG화학 주식을 보유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라는 평가다. 이는 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시장에 배터리 공급 점유율 1위인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물적분할 이후 관련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 신설기업이 별도 IPO를 진행할 시, 지분이 희석돼 모회사인 LG화학 주가에도 영향이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있는 SK하이닉스를 보더라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에서는 19조7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60조9000억원) 대비 1/3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아도 SK텔레콤에 끼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IPO 이후 좋은 실적을 거두더라도 LG화학에는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LG화학

LG화학 주주들이 언급하는 인적분할은 또 다르다. LG화학이 인적분할로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하면, 기존 주주들도 똑같은 지분율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의 배터리 분야를 보고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지만, 회사 측에서는 신설기업의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서 위축된다.

LG화학은 올해 전지사업본부의 흑자 원년으로 세운 만큼, 재무적인 측면에서 독립 의견이 컸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전지사업본부 분사설은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백지화됐지만, LG화학은 유동성이 급증한 하반기에 분사 최적기로 판단했다. LG화학은 분할기업의 IPO를 통해 생산라인 증설과 설비 재정비로 늘어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자로 기업분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고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옴에 따라 분할 완료까지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KTB투자증권 박일선 연구원은 "LG화학은 물적분할에 따른 신속한 전지 시장 대응을 통해 사업 기회 창출 및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전지 사업의 현금 창출 능력 및 존속법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지배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분율 희석 우려 또한 제한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