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크게 연루되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업적 불확실성이 짙어진 한편, 현대모비스가 미래 사업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몸값을 더욱 높임으로써 총수일가의 지분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최근 업황에 따른 새로운 변수가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말 제작·배포한 올해 5월 1일 기준 현대자동차 소유지분도.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배포한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제작·배포한 주식소유현황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16.5%, 현대건설 8.7%, 현대엔지니어링 9.3%, 현대차증권 12.9% 등 주요 계열사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기아자동차 17.3%, 현대글로비스 0.7%, 현대제철 5.8% 등 계열사들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다른 다수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사들의 지분을 다량 보유한 점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룹 총수일가가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관건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꼽힌다.

문제는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을 0.3%만 보유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한 기아차(1.7%), 현대글로비스(23.3%) 등 계열사의 주주에 올라있지만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함에 따라 당국 감시를 받고 있다. 2014년 순환출자금지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를 새로 형성하거나 기존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금지 대상에 올랐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3편 모두 타당성 저하

당초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둘러싼 세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현대모비스 사업 부문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 합병, 현대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 현대모비스 분할 법인 상장 후 합병 및 정 수석부회장 지분 직접 매입 등 방안이 거론됐다. 

세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의 지위를 ‘지배회사’로 승격시키는데 초점 맞춰졌다. 다만 최근 업황은 이 같은 시나리오들의 타당성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는 앞서 무산된 후 재추진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주주 반발이 거셌고, 현재까지도 이 같은 여론에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알짜배기 사업인 A/S 및 모듈 사업 부문의 실적까지 위축됨에 따라 해당 시나리오를 추진할 명분은 더욱 사라졌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미래차 사업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 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대모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시기인 지난 3월 19일 종가 기준 12만9000원으로 올해 저점을 찍었다. 다만 이후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공표한 후 줄곧 상승세를 보여 지난 17일 24만7000원으로 올해 들어 이날까지 기간 가운데 고점에 도달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타 계열사 3곳의 현대모비스 지분 총 23.7%를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당시 주가(23만5000원) 기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7일 기준 종가 24만7000원과 주식 총수 9505만4695주를 적용할 경우 주식 취득 비용은 5조5645억원 정도로 작년 10월 대비 645억원 가량 더 늘어난다. 총 주식수가 줄었지만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지분 매입 부담도 커졌다. 현대모비스의 주가 상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부담을 더욱 지우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상장시킨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실현됐을 땐,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줄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인적분할된 현대모비스 사업 부문이 상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병 시 저평가될 우려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모비스에서 인적 분할된 사업 부문이 합병에 앞서 상장될 경우,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보유하던 기존 현대모비스 주식 수와 같은 지분율의 신설 법인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신설법인은 인적 분할됨에 따라 추가 공모 없이 상장했기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도 줄어든 주식 총수에 상응해 줄어든다.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총 지분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의 몫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으로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기아차, 현대제철 등 계열사가 가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을 모두 교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모자란 현대모비스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서림개발 등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모은 대금으로 지분 매입 비용, 양도세 등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앞서 작년 말 업계에서 현대모비스를 둘러싼 그룹 지배구조 개편 활동이 올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현대모비스는 관련 언행을 삼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5일 투자자 등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기업설명(IR) 자료 ‘Beyond Growth for Further Value’에서도 지속가능성, 주주환원정책, 경영 투명성 강화 등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과 계획을 중점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쳤다.

▲ 현대모비스 본사. 출처= 현대모비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