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이번 정부 들어 쉼 없이 달려 온 노동 관련 입법은 21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또 한 번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여야가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어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절대적인 ‘여대야소’정국으로 흐르다 보니 정부 역시 법안 통과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과감히 ‘정부안’으로 노동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무리스크’ 2라운드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예정된 미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자(이하 특고종사자)의 실업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노무제공자인 특고종사자의 생활 안정과 조기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고용보험의 피보험자격과 구직급여 등에 관한 규정을 이들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 근로자인 듯, 근로자 아닌, 근로자 같은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왜 논란 되나?

특고종사자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로자의 개념부터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제2조 제1항 제1호)’를 의미한다. 판례 상 이 때의 근로자란 실질적인 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해야 하므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을 것,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을 것,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사용자가 부담할 것,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고 근로소득세로 이를 원천징수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인지를 판단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그에 반해 특고종사자는 개념 단계에서부터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외견상 근로자처럼 보여도 실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독립된 사업자’일 뿐이다. 실제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고종사자인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은 고정적인 월급이 아닌 실적에 따른 수당의 형태로 대가를 지급받고 있으며, 독립된 사업자인 까닭에 사업주로부터의 지휘·감독을 받는 정도가 미약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 및 손실 초래의 위험도 특고종사자 스스로가 부담해야한다. 쉽게 말해 특고종사자가 자신에게 일을 주는 사업주와 체결한 계약은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용역계약’일 뿐, 사용종속관계을 전제로 한 ‘근로계약’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법 논리로 접근을 한다면, ‘독립된 사업자’인 특고종사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업주의 고용보험에 특고종사자가 피보험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개념 자체로 모순적이다. 현행 고용보험법 상으로도 ‘근로자’는 ‘고용보험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고용된 날’에 피보험자로서의 자격을 취득한다(고용보험법 제13조)고 규정되어 있는 만큼, 근로자가 아닌 특고종사자가,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고용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연히 말해 특고종사자는 고용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주의 ‘협력업체’일 뿐 사업주의 ‘근로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 달라진 노동환경으로 달라진 특고종사자 지위, 그러나 과연 고용보험이 답일까?

그러나 노동환경의 변화로 다양한 형태의 근로계약, 용역계약이 체결되다 보니 법적으로는 ‘독립된 사업자’지만, 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근로자’에 가까운 특고종사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생겼다. 만약 이들 특고종사자를 일정 수준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업주들은 근로계약 대신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사실상 특고종사자를 근로자처럼 사용하여 근로기준법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에서는 특고종사자와 사업주 간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비록 특고종사자가 근로자는 아니지만, 같은 처지의 특고종사자들이 연대하여 사업주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법원은 판례를 통해 일관되게 이들에게 단체를 조직, 교섭하며 단체 행동할 수 있는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공정위는 2019년 이들 특고종사들이 사업주에 의하여 ‘갑질’ 당하지 않도록 공정위가 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특고지침)’을 발표했으며, 고용보험과 더불어 4대 보험으로 통칭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해 특고종사자의 산재처리를 해 주고 있기도 하다(제125조, 동 시행령 제125조).

만약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제 사업주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특고종사자를 위해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물론 정부는 특고종사자의 경우 사업주가 부담할 보험료 비율을 시행령을 통해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주로서는 과연 고용보험료까지 부담하며 특고종사자와의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사업주는 고용보험료를 ‘계약유지 비용’의 일부로 산입해 이전보다 높은 실적을 기준삼아 실적이 낮은 특고종사자와의 계약부터 차례대로 해지해 나갈 것이다. 결국 특고종사자와의 계약유지 비용 상승으로, 특고종사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자리를 보전한 특고종사자도 사업주로부터 사실상 전가된 고용보험료 만큼 더 많이 일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비용적 부담을 안게 된 사업주도, 최종적으로 전가된 비용을 부담할 특고종사자도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썩 달갑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