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생명보험업계 온라인 채널 실적이 언택트(비대면) 문화에도 수혜를 입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의 온라인 채널은 최근 몇 년간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언택트가 화두로 떠오른 올해 역성장의 길로 접어들면서 향후 전망까지 어둡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사이버마케팅(CM)채널 초회보험료는 77억33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14억5100만원) 보다 32.5%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초회보험료 3조4146억원에서 CM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지난해 0.4%에서 0.2%포인트 축소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 가입 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사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생보사의 CM채널 초회보험료는 매년 상반기 말 기준 ▲2016년 48억2300만원 ▲2017년 57억5300만원 ▲2018년 57억7400만원 ▲2019년 114억5100만원으로 최근 4년간 지속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보험료가 늘면서 생보사의 온라인 채널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KB생명이 어플리케이션 출시 및 디지털 채널 오픈을 기념해 내놓은 특판 상품인 ‘착한저축보험’의 인기에 따라 CM채널 실적이 급증했던 영향이다.

해당 상품은 작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 이벤트성 상품으로 KB생명은 1분기에만 23억300만원의 초회보험료를 올렸다. 지난해 이 회사의 1년 CM채널 초회보험료(32억4800만원)의 71.7%에 해당한다. 올해 상반기 KB생명의 CM채널 초회보험료는 4억4200만원에 그쳤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선두 유지했지만 초회보험료 ‘뚝’

이벤트성 요인을 제외하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실적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인터넷 전업사인 만큼 2013년 출범한 이후 2016년부터 줄곧 생보사 CM채널 초회보험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초회보험료는 23억87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3.0%(18억원) 감소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은행 수수료 체계 변경 등으로 방카슈랑스 영업 실적이 축소되면서 초회보험료 감소폭이 컸다”며 “저축보험 대신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보장성 보험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상반기 기준 지난해 31억5900만원에서 올해 12억7900만원으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5%에서 53.6%로 21.9%포인트나 쪼그라들었다.

방카슈랑스는 사실상 저축성상품의 실적이나 마찬가지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일시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입보험료 증가 등 보험사의 외형성장을 이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역시 지난해 비대면 방카슈랑스를 기반으로 한 저축성상품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 상승을 이뤘었다.

보험료 저렴한 미니·보장성보험 위주

생보사의 온라인 채널 부진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같이 비교적 상품구조가 간단하고 표준화된 상품이 부재한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한 번 가입하면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해 손보 상품에 비해 CM채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생보사들은 미니 암보험, 온라인 전용 상품 등 쉽고 간편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온라인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미니보험은 낮은 보험료가 최대 강점인 만큼 가입이 늘어나더라도 초회보험료 규모가 아주 크게 증가하기는 어렵다.

KB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의 CM채널 실적 증가가 모두 저축성보험 상품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최근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중이다. 저축보험은 외형성장을 이끌지만 수익성이 낮고, 회계제도 변경시 부채로 인식돼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보장성보험으로의 포트폴리오를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의 실적에는 치명적이다.

일부 회사에 편중된 실적도 과제다. 온라인보험 실적 상위 3개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삼성생명(21억6000만원), 한화생명(12억500만원)의 비중이 전체의 74.4%를 차지한다. 보험사들이 비대면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실제 수요를 이끌어 내는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온라인을 기존 상품을 변환해 판매하는 채널이 아닌 이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언택트는 보험 가치사슬이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단순한 비대면 전환 이상 의미로 새로운 보험 생태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