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코로나19 공포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의 중화항체치료제(CT-P59),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GC5131A) 등이 연내 2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긴급사용승인을 노린다는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치료제 개발에 진척을 보이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아직 임상시험 허가조차 받지 않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에서 어느 정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코로나19 상술에 젖어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민낯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은 모두 13건이다. 이 중 치료제 11건, 백신 2건으로 대다수의 임상시험이 백신보다 치료제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너도나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외쳤던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열띤 홍보전을 고려하면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쉽지 않지만 아직까지 임상시험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업체들은 사실상 개발 의지가 없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와서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개발 성공이나 수익 실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을 받아 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며,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물질만 9종에 달한다. 개발 격차가 크게 벌어진 탓에 뒤늦은 임상시험은 승산이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주가 부양과 투자 유치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서는 얌체 업체가 많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신약 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쏟아내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토픽에 회사의 이름을 올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털에 이름이 올라가면 주가 급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시작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일부 기업들의 돈벌이로 악용되고 있다는 현실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의약품 개발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모든 임상 과정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고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다. 게다가 신약 성공률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10개 중 단 한 개의 신약만 최종 승인을 받아 제품으로 출시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꺼이 험난한 임상시험 과정을 감내한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과 밤낮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의 노고를 고려해 제약 업계의 물을 흐리는 코로나19 상술은 근절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