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라고 한다면 단연, 대형건설사가 책임시공한 아파트의 연이은 하자관련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달 초 1군 건설사가 지은 김포 한 아파트 천정에서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로 입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고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형건설사가 분양한 고급 단독주택형 아파트에서도 균열과 곰팡이 등이 발견됐다. 경기도 하남에서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굴지의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형 오피스텔에서 설계와 다른 시설물과 외벽 균열 등 하자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기자는 두 건의 하자관련 제보를 받았다. 상반기에 입주를 시작한 한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단지 여러 세대에서는 ‘혹파리’로 의심되는 벌레가 나왔다. 해당 건설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입주민들, 특히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주민들은 억울함에 더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다.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극에 달했다. 당시 건설사에서 해줄 수 있던 것은 해충퇴치를 위해 약을 뿌리는 정도가 다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1차 팬데믹으로 밖에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방역 때마다 집 밖에 있어야 한다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는 안전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난간의 위치가 안전기준에 못 미쳤다는 점과, 분양시점에서는 안내도 없었던 상가의 실외기가 단지 휴식공간에 위치해 아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파트의 하자발생은 비단 대형건설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의 한 단지에서는 시행사와 시공사간 하자 발생 책임 여부를 놓고 법적공방을 준비 중이다. 문제 발생 당시 입주민들은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제보를 했지만, 직접 나서 해결해보겠다며 언론 보도 자제를 요청해와 기사를 낼 수 없었다.

이후 입주민이 직접 하자 문제를 공론화했고, 어쩌면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고 사태를 바로잡고자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이처럼 아파트의 하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건설사의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사가 어떤 하도급 업체를 두느냐에 따라 최종 상품의 품질이 결정되는 구조다.

‘아파트’라는 상품은 자동차와 자주 비교된다. 자동차야 하자가 발생하면 리콜이나 제조상의 문제를 파악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아파트는 자동차처럼 찍어 내는 상품이 아닌, 사람의 손이 마지막까지 온기를 불어넣어야 마무리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100% 완벽한 상품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자 문제에 있어 입주민들은 더 이상 건설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상이 변했고, 건설사도 변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