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보험사의 보험계약관리 지표 중 하나인 25회차 계약유지율이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한 고객이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로 보험 해약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기간 13회차 계약유지율은 소폭 상승했고, 신계약과 초회보험료도 늘어났다. 기존 계약을 유지·관리하기보다는 새로운 계약 체결을 통한 수수료 챙기기 등의 영업 관행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25회차 계약유지율은 62.2%로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상반기 기준 지난 2016년 68.5%에서 이듬해인 2017년 69.8%로 올랐다가 2018년 67.6%, 2019년 65.9% 등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계약유지율은 보험 가입 이후 13회차(1년 이상), 25회차(2년 이상)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낸 가입자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해당 회차 보험료 납입 전 보험 계약 해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여파… 경기침체로 자발적 해지 늘어난 탓

통상 보험계약 유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 예·적금 등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를 내야하는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졌을 경우 가장 먼저 포기하는 금융상품으로 보험을 꼽은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경기와 밀접하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생보사의 해지환급금 규모는 14조17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3조1980억원 보다 9805억원(7.4%)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코로나19로 인한 개인보험 소비자 수요 변화: 인터넷 검색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 해지’ 검색어는 올해 3월 중순 최고치를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검색어별 검색량 추이를 제공하는 네이버 데이터 랩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특히 40대 후반에서 보험 해지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둔화는 개인보험 가입자의 보험 해지를 확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보험 해지’ 검색어 급증은 코로나19 본격적인 확산에 다소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험계약의 해지 시 환급률이 낮을 수 있고 재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신계약·초회보험료 증가… 보험 리모델링 영향 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해지환급금과 함께 신계약금액과 초회보험료도 늘었다. 6월말 기준 생보사의 신계약 금액은 156조74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3조479억원에서 3조4623억원으로 13.6%(4144억원)이나 확대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 가입 뒤 처음으로 내는 보험료로 해지된 계약만큼이나 새로운 계약도 많았다는 의미다. 계약유지율 하락을 경기침체 여파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는 몇 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는 보험 리모델링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객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보험의 보장내용과 보험료 등을 분석해 더 좋은 보장과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이 있다며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약유지율은 설계사 정착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험 설계사의 이직이나 퇴직 등으로 인해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이 늘어날 경우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면모집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데다 인맥에 의존하는 영업이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한 번 가입하면 오랜 기간 유지해야해 설계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설계사를 보고 보험에 가입한 경우 그의 소속에 따라 보험계약을 바꾸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관리 항목에 계약유지율과 함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을 함께 공시하고 있다.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보험설계사가 신규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으로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유지율은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때문에 최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수수료 지원 등을 통해 신인 설계사의 정착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보험 해지하는 고객이 늘었고, 대면 영업 자제 등으로 고객을 만나기가 어려워지며 계약 관리도 소홀해진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보험해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