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리셀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가방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스니커즈 시장에 열광하고 있다. 한때 고가의 명품백을 되팔아 재테크하던 ‘샤테크(샤넬+재테크)’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신발이다. ‘슈테크’는 한정판 운동화나 스니커즈의 ‘슈즈’와 재테크의 ‘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로, 한정판 신발을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 콜라보의 에어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 출처=나이키
한정판 소장욕구 자극하는 ‘슈테크’

그동안 리셀 시장의 강자는 명품이었다. 그중 특히 ‘샤넬’로 재테크를 하는 후기는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까지도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의 샤넬 매장은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뤘다. ‘샤넬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라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 인상 전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백화점 오픈 전날부터 줄을 서거나 개장 동시에 매장을 뛰는 오픈런의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샤넬 가방이 등장하고 있다.

샤넬에 이어 최근 MZ세대의 투자 상품으로 급격히 떠오른 것은 ‘운동화’다. 최근 운동화의 위상은 달라지고 있다. 단지 편하게 신는 신발이 아닌 패션의 마지막 완성인 아이템이다. 최근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도 운동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구매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이에 첫 명품을 구매할 때 가방보다 운동화를 구매하는 일이 증가했다.

명품 가방이나 시계는 500만~1000만원대로 가격이 비싸 부담되지만, 운동화는 100만원대 이하의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활용성도 높아 MZ세대를 잘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정한 운동화만 모으는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것도 강점이다.

실제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기준 20억달러 규모였지만 2025년에는 약 60억달러(약 7조원)로 3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스니커즈 재판매 금액만 41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34% 늘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운동화는 실제로 사람들이 신기도 하지만 대부분 리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올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제품은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에서 가수 GD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하얀색 로고의 운동화는 10만 켤레 중 100켤레에 GD의 친필 사인이 들어갔다. 사인이 들어간 운동화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000만~1300만원에 거래됐다. 그보다 더 많은 웃돈을 얹고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사인이 들어가지 않은 신발은 70만~100만원대로 거래됐다. 이는 공식 출고 가격이 21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약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중고 가격이 아닌 새상품인 경우에는 약 5배에 가까운 130만~150만원에 거래되곤 했다.

이외에도 GD의 생일인 8월 18일에서 착안한 818족만 한정 발매된 빨간색 나이키 로고의 운동화는 평균 중고 거래가격 300만~500만원대에 거래됐다. 또한 GD의 지인들에게만 나눠 준 88족의 노란색 나이키 로고의 운동화는 리셀가가 2000만원을 호가했다. 짧은 기간에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는 완벽한 ‘신종 재테크’인 셈이다.

 

불황맞은 패션시장 ‘슈테크’ 타고 ‘훨훨’

‘슈테크’가 각광을 받자 패션기업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신발을 새로운 주력 아이템으로 키워 자사의 제품이 리셀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LF는 최근 컨템포러리 슈즈 브랜드 ‘아떼바네사브루노 슈즈’의 전속모델로 배우 한소희를 발탁하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LF는 한층 확장된 제품군을 선보여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모델을 통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코오롱FnC가 전개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도 가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브랜드 뮤즈 송혜교의 새 화보를 공개하고 대표 제품인 ‘풀문 스니커즈’를 업그레이드한 ‘풀문2’도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를 통해 슈즈 제품을 출시했다. 슈콤마보니를 운영하고 있는 코오롱FnC 또한 산하 핸드백 브랜드 ‘쿠론’에 슈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브랜드 다변화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을 통해 키높이 효과를 강화한 스니커즈 ‘하이 러시’를 선보였다.

▲ 롯데백화점 명품 스니커즈 전문매장 스니커바. 출처=롯데백화점

백화점에는 아예 명품 스니커즈만 따로 모아서 판매하는 전문 특화매장까지 생겼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5월까지 평촌점과 강남점에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매장인 스니커바를 오픈했다. 오픈 초기부터 매장은 목표 대비 150%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편집샵인 분더샵에 ‘숍인숍’ 형태로 스니커즈 중심 편집매장 케이스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은 오픈만으로 분더샵 청담점에서 10~20대 고객이 30% 가까이 늘었다. 케이스스터디 온라인몰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누적 매출은 1억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스니커즈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불황인 패션 시장에 새로운 사업의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신발 시장은 기존 패션 아이템에 비해 온라인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리셀 시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시장 전망도 좋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셀 시장의 활성화가 불황이던 패션시장에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더욱 높은 성장세가 전망된다”면서 “진화한 리셀 시장이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