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있는 가운데 리셀(resell)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리셀이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제품명+재테크’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셀’은 단어 그대로 ‘되팔다’는 의미로, 한정적이고 희소성 높은 제품을 2차 시장을 통해 거래해 높은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 제품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면서 희소성이 더 커졌을 때 원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최근에는 의류부터 신발, 가방, 핸드폰, 게임, 토이 등 품목이 다양해지고 특히 고가보다 대중적인 아이템이면서도 희소성을 지닌 제품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희소성’이 쏘아올린 리셀 시장… 핵심은 ‘유니크’

리셀은 현재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의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28조원으로 올해는 4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 역시 중고거래 시장을 포함한 약 20조원으로 추산되며, 특히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위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리셀 시장은 쓰던 물건을 되파는 일반 중고 거래와는 다른 개념이다. 한정판이나 단종된 제품처럼 ‘희소성’을 바탕으로 웃돈을 주고 사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용하던 한정판 제품을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구매자가 구매한 즉시 프리미엄을 붙여 수익이 내는 것이 목적이다. 표면적으로 볼 땐 중고 제품을 되파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을 사고파는 셈이다.

국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과거 고가 브랜드 위주로 형성됐던 시장은 거래 형태에서 제품의 가격대가 크게 내려가면서 소비자 문턱 또한 함께 낮아졌다. 기존 중고거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성사된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개인의 만족을 중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MZ세대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샤넬 지갑을 구입한 대학생 김모씨(25·여)는 “샤넬이 지난 5월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평상시 구매하고 싶었던 제품을 사기위해 백화점이 문이 열자마자 달려가 줄을 서서 샀다”면서 “힘들게 줄서서 들어갔다 보니 당시 계획에 없던 제품까지 구매해 다른 제품은 구매하자마자 리셀 스토어에 1.5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유모씨(30·남)는 “평상시도 한정판 레고와 게임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와 관련된 리셀 제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고 말했다.

MZ세대 열광하는 ‘리셀테크’… 왜?

본래 한정판 수집은 소수만의 세계였다. 이전 세대에도 수집에 대한 열정은 존재했지만, 일반인이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리셀’을 재테크로 활용하기까지는 MZ세대들의 영향이 컸다. 현재 리셀 마켓 소비자의 40% 이상은 MZ세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명 ‘리셀테크’로 불리는 MZ세대의 재테크 방식은 거래를 넘어 사업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리셀테크는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금융상품과 달리 소비자에게 친숙한 품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 가격 인상 전이나 한정판 제품을 풀리는 날 단순 ‘밤샘 줄서기’만으로 제품을 구입해 리셀러(reseller·리셀을 하는 사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투자법에 비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희소성이 높고 특별한 자신만의 아이템에 열광하면서 남들과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의 특징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갈수록 취향이 점점 더 다양해지다 보니 리셀 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소품의 가치가 자연스레 높아진 것이다.

브랜드들의 부추김도 한몫했다. 명품들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리고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의 브랜드 명성으로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이용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욕구를 분출시켰다. ‘보복소비’를 활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리셀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자신의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면서 “리셀 시장에서 돈을 더 주고 사더라도 그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크면 따르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소비 심리에 한정판, 컬래버 제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결국 리셀 시장에 관심을 갖게 돼 리셀 시장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