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광 한샘 생활환경연구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김홍광 한샘 생활환경연구소장은 지난 1983년 한샘에 입사, 38년 가까이 한샘에 몸 담은 업계 대표 산업통이다. 가구 소재 및 공법개발, 생산, 품질, 시험보증 등 다뤄보지 않은 일이 없다.

가구 산업을 종합적으로 보는 눈, 그리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그를 연구·개발·인증 부서 최고 위치에 올렸다. 그에게 가구 산업의 현황, 그리고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물었다.

성장하려면 생태계부터 만들어야

“이탈리아에는 가구 단지에 학교, 연구소, 산업체들이 모여있습니다. 제품 개발과 연구·생산,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인 것이죠. 우리나라는 이런 구조가 안됐어요. 이게 참 아쉬워요.”

김 소장이 가장 부러워하는 국가는 ‘가구 메카’로 알려진 이탈리아다. 이 나라에는 8개의 대표적인 가구산업단지가 있고 각각의 단지에는 학교, 연구소, 산업 시설이 모였다고 한다. 제품의 콘셉트, 디자인, 연구, 생산, 전시, 판매가 모두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 1위 명품 가구 제조국이 된 배경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작품으로서의 디자인만 학생에게 가르쳐요. 소재, 제조,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는 온전히 기업의 몫이 되는거죠. 디자인과 생산, 판매가 분리되어 있는 것도 다른 점이죠. 산업 전체에서의 비중이 1%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이 산업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기업이나 단체도 많지 않습니다.”

이에 한샘은 문제를 인식하고, 자체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연구 개발은 물론, 종합평가, 마케팅까지의 전 과정을 내부의 프로세스로 녹여 내는 과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적·질적 규모의 경제 달성에 나서는 것이 한샘의 비전이다. 가구 원부자재의 40%를 수입할 정도로 소재 의존도가 높은 점, 높은 임금, 관세, 통관, 고정비,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것이 많다. 해외유명브랜드와의 생존경쟁을 위해서는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 김홍광 한샘 생활환경연구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업계·소비자, 가격 아닌 ‘품질’로 가구 봐야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은 기능을 보고 사요. 그런데 이것들 보다 더 비싼 가구는 어떻게 사죠?”

김 소장이 본 한국의 가구 시장은 상대 기업의 수요를 뜯어가며 성장하는 다소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부족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그리고 가구의 품질보다는 가격과 외관 디자인만을 보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 개의 기업이 쓸만한 물건을 내 놓으면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 움직임의 결과다. 한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시장은 2017년 이후 매년 6%씩 줄어드는 상황. 시장 불황에 저가 경쟁이 더해지기에 중소가구업체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리모델링, 특히 빌트인 시장의 경우 ‘품질’경쟁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한샘은 해당 분야에 집중,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싼 가구는 수입제품이 잠식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빌트인 시장은 그렇지 못했죠. 이들은 한국 주거문화, 건축문화, 음식문화, 생활문화의 특성을 100% 이해 못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가구 수출액은 약 2000억원, 수입은 2조원 수준이다. 고급 가구 수요는 사실상 수입재에 잠식 당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에 생활환경을 반영한 시스템을 구축, 가구산업 역마진 타개에 나설 계획이다.

▲ 김홍광 한샘 생활환경연구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차별화 전략은 ‘소재·생활안전’…R&D 융합은 차기 과제 

“건축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품을 우리가 취급한다고 보면 됩니다. 외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템을 다뤄요. 직접 만들든 협력해 만들든 검증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만족 시켜야죠.”

김 소장이 언급한 대로 한국 가구시장은 치열한 경쟁, 역성장의 순간을 맞고 있다. 그리고 상황의 타개, 경쟁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샘은 ‘소재’ ‘생활안전’ 차별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한샘이 직·간접적으로 제조하거나 판매한 아이템들의 종류는 2만5000여종에 달한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다루는 제품 1만4000개보다 월등히 많은 제품들을 검수하고, 안전을 인증했다. 

최종적인 목표는 가구와 관련된 환경법, 제조 규제를 뛰어 넘는 기준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한다. 현재 현실과 맞지 않는 테스트 기준, 안전기준, 환경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 이에 소비자와 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체 인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당면한 과제가 됐다.

이를 보다 완벽한 종합인테리어 시험 연구소를 만들기(비전2022)에 나서고 있다. 인프라를 확대하고, 이들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다른 소재와 융합해 2차 신소재를 만드는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설치 이후 제품의 보증 까지도 한샘의 몫이다.

김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인테리어 가구의 새로운 기술, 그리고 이것을 시스템화 하는 것, 최종적으로는 제조 및 유통 생태계의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만 산업 전체가 발전하고,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