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11살, 초등학교 4학년 된 딸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올해 들어 코로나로 인해 학교 등교가 원활치 못하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아이의 공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게 된 요즘이다. 학교에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수업듣고 시험도 치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면서 적당한 긴장감도 느꼈을 테지만 반 감금상태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의 공부에 대해서 동기부여를 해줄 역할은 이제 부모인 우리 직장인들에게 맡겨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떠한가? 이 나이대 아이를 가진 학부모는 대부분 한창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시기다. 학창시절 좋은 성적과 훌륭한 문제풀이 능력을 가졌던 ‘우등생 출신 부모’들은 회사의 부름을 받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선생님에 이은 두번째 훌륭한 멘토가 아이로부터 떨어져 나간 셈이다. 아이에게 지식습득을 위한 교육콘텐츠 제공은 온라인화 하더라도, 인격을 완성시키고 ‘인간력’을 키우는 역할은 부모에게 크게 부여될 것인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스스로 깨닫는 과정 : 학습자각

바이러스가 바꿔 논 시대상이다. 달리 방도가 없다. 모두가 같은 입장이다. 허나 위기로만 볼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일방향적 전달 위주의 교육방식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찾아서 하는 아이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학습자각’이라고 부른다. 즉, 아이 스스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이 모자라고 어떤 부분이 궁금한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 역시 ‘메타인지’라 하여 생각에 대한 생각, 인식에 대한 인식, 즉 더 높은 차원의 생각하는 기술이 디지털 문명시대에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 기본이라 했다. 그만큼 ‘자각’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11살 딸아이는 유난히 수학을 힘들어 했다. 왜 그런가 가만히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니 단순 연산은 잘 하는데 주관식으로 된 서술형 문제는 보자마자 기가 죽었다. 즉, 무엇을 계산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되는 문제는 잘 풀었지만, 문제 자체를 3~4줄 되는 문장안에서 뽑아내야 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를 지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현상을 놓고 나름의 해석능력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기존의 지식에 대입시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기존의 일방향적 학습방식에서는 문제를 놓고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30여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같은 시간을 부여받고 같은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풀게끔 유도했기 때문에,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는 인지능력, 이해능력을 감안해줄 수 없었다. 그동안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들이민 잣대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자신보다 앞서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그’와 ‘자신’의 표면적 결과물만을 비교하면서 점수를 매겨왔지, 자기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또 강한지에 대한 자각과정을 겪을 새가 없었던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러닝메이트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공부한다. 아이의 학습관심도와 인격형성에 부모의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는 제한적인 상황이니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자기주도 학습법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리고 회사에서도 불안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앉아있겠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리 직장인 학부모들은 다음의 내용을 마음에 새겨두고 반복해 보도록 하자.

첫째, 아이의 학습에 대한 관심은 부모의 관심 만큼이다. 회사에서 돌아와 몸이 힘들겠지만 하루에 약속한 진도가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고 같이 얘기나누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해주는 것 까지다.

둘째, 공부는 스스로 본인이 준비되었을 때 하는 것임을 인지시키자. 아이가 공부를 안한다면, 안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해야하는지 학습동기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이다. 나중에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 자체가 즐겁다는 ‘지적쾌락’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셋째, 문제를 문제 자체로 인식하게끔 하고 아이의 잘못으로 휘두르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시간내 풀지 못하거나 답이 틀렸다고 하여 게임이 끝난 것처럼 대해서는 안된다. 시간 제한은 두지 않을테니 그 문제 하나만큼은 스스로 풀게 해보자. 어떤 문제이든 풀어내기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쌓여진 지식이 기반되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답답한지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이 체계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며 앞장으로 넘어가 다시 순서대로 살펴보고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기지식 인식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인내심을 가지고 같이 뛰어주는 러닝메이트가 되어 같이 찾아보고 함께 기뻐해야 한다. 아이들은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솔직히 지식전달자로서 부모의 역할은 대단하지 못하다. 모르는 문제는 게시판에 올리면 15분만에 서울대생이 풀이과정과 해답을 올려주는 세상이다. 원한다면 정답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눈앞의 문제풀이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이를 반쪽짜리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교육전문가인 서정대 조훈 교수는 아이들의 진로발달단계를 환상기, 잠정기, 현실기로 나누고 그에 따른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초등학교 시기는 환상기에 속하며 부모와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특징이 있으며 자신의 강점, 약점 등의 특성파악과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므로 개개인의 자기 지식(self-knowledge)과 직업지식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직접 경험하면서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학습에 있어서도 자기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직장인 학부모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엄중해진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봐야한다. 아이의 성적표에 일희일비하기에 앞서 부모 본인의 자녀교육방식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다.